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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20

해계, 오뉴월 감기를 위한 혈 해계, 감기를 품다 류시성(감이당 연구원)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 ‘감기엔 약도 없다.’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여름감기가 극성을 부리고 감기약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천연덕스럽게 저런 구라(?)를 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저 말들의 진의는 따로 있다. ‘니가 니 몸을 사랑하지 않았어!’ 왜냐고?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은 원래 이런 뜻이기 때문이다.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여름에 감기에 드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의 됨됨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 그런 사람을 비웃는 데 쓰는 속담이다. 간혹 여름감기는 개도 조심해야 할 정도로 매우 고약함을 뜻하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 감기를 앓는 것보다 여름에 감기에 걸리면 손을 쓰기가 .. 2012. 7. 13.
우정의 귀환, 우리의 삶을 '정치'하라! 자기배려와 우정 약선생(감이당 대중지성) 며칠 전 나는 옛 친구와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나로선 오랜만의 해후였다. 사오년 만에 본 친구의 얼굴은 부쩍 나이 들어 보였다. 살아갈수록 삶은 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고단하고 쓸쓸해지는 것 같았다. 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회사생활, 가족들 사는 모습, 취미생활, 노후 걱정 같은 것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그의 입에서 또 다른 친구들의 근황이 흘러 나왔다. 어떤 친구들은 파산 이후 몇 년째 도망 다니고 있었고, 어떤 친구들은 병으로 심하게 고통스러웠으며, 또 어떤 친구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어서 자신도 부인과 헤어지고 혼자 산지 오래되었다고 덧붙였다.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친구들의 삶은 왜 그렇게 백전백패뿐인가. 볼테르가 .. 2012. 7. 2.
불가능성은 혁명하는 자의 혁명! 타자, 유령, 혁명 약선생(감이당 대중지성) 한동안 나는 출근길에 매번 똑같은 노숙자와 마주쳤다. 그는 항상 정류소의 번호 표지판에 기대어 서서 초점 잃은 눈으로 행인들을 이리 저리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그가 그런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이 지나갔다. 출근길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물론 지나갈 때마다 풍기는 매캐한 냄새는 마치 다른 세상, 다른 아침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때마다 목욕탕으로 끌고 가서 한바탕 물을 뿌려주고픈 마음도 생기곤 했다. 하지만 그런 그와 눈이 마주칠까 두렵기도 하고, 인생에 이런 불유쾌한 일이 한 둘이냐 싶어, 이내 세상의 다른 행인들과 잘 섞여 지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얼마 지나자 그 매캐한 냄새도.. 2012. 6. 25.
특명! 내 삶의 패스워드를 찾아라! 내 귀에 패스워드(Password) 김해완(남산강학원 Q&?) 미스터리 십대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미스터리가 있었다. 나는 흔히 진보주의자(?)라고 명명되는 어른들 속에서 자랐고, 정치색은 몰라도 ‘교육의 진보’에만큼은 모두가 열의를 불태웠던 특이한 학교를 다녔다. 보통의 친구들이 누리기 힘든 행운에 당첨된 셈이다. 학교 이름을 말하면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부러워한다. (그러고는 왜 그만뒀냐고 묻지!) 하지만 정작 내가 고민했던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 안에서 내 삶은 별로 진보적이지도 자유롭지도 않았던 것이다. 갖출 거 다 갖춰 놓고 도대체 왜. 미스터리다. 훌륭한 교과서와 진실한 선생님들 밑에서 나는 청소년에게 ‘좋은 말’들은 엄청 많이 들었다. 아무도 내게 명령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보람 .. 2012.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