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자20

병을 환대할 수 있는 위대한 건강! 자기 삶의 연구자 우울한 방문객, 병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 한 팀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너무 몸이 아파 다음날 휴가를 내야겠다고 했다. 어제, 오늘 그 친구가 반차를 쓸지 모르겠다며 이야기하던 생각이 났다. 들어보니 아내와 아이도 함께 병을 얻은 모양이다. 겨울날 된바람처럼 그 친구의 마음도 추울 생각을 하니 불현듯 몹시 안쓰럽다. 직장인들에게 병은 쉽게 일상을 무너뜨린다. 왕들조차 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 생각하면 그리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성군이라던 세종도 평생 병을 달고 살았다. 젊어서부터 쭉 한쪽 다리가 쑤시고, 등에 부종(몸이 붓는 증상)이 심해 돌아눕질 못했으며, 소갈증(당뇨병)에다, 심지어 안질(눈병) 때문에 정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기도 했다. 급기야 병이 심해 29세가 되던 때에.. 2016. 6. 14.
소통을 원한다면, 낭송하라! 호모 쿵푸스 - 낭송하라 우리 시대여! 낭송이 지니는 의미는 참으로 다양하다. 이미 언급했듯이, 그것은 소리를 통해 몸의 안과 밖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근원적으로 집합적이다. 즉 혼자서 할 때조차 그것은 외부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소통에의 욕구가 없이는 낭송이 불가능하다. 사람들 앞에서 하거나 혹은 여러 사람과 더불어 할 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큰 소리로 글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자기의 목소리만큼 낯선 것이 없다. - 고미숙,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102쪽 우리 사회는 급속한 근대화를 거치면서, ‘전통’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낭송’도 그중 하나인데, 이걸 잃어버린 덕에 우리가 얻은 것은 ‘지루한 책읽기’라는 이미지와 ‘연약한 지식인’이라는 이미지이다. 소리를 내어서 책을 읽는 것은.. 2014. 10. 13.
자유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서의 '운동 그자체' #삶의 양식 - 신형, 정·기·신 - 가라타니 고진 신체의 공산주의 나에게 삶의 양식은 여러 개다. 우선 ‘가족’. 아침 일찍 ‘안녕!’하고 떠나서, 밤늦게 다시 ‘안녕ㅡ’하고 돌아와 잘뿐이지만, 그래도 내 삶의 오랜 양식이다. 그리고 ‘회사’. ‘안녕하세요!’하고 들어가, ‘내일 또 봐요’라며 자리를 뜨는 불안한(?) 곳이지만, 가족보다 더 오래된 삶의 양식이다. 또한 세미나나 강의를 들으러 가는 연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정신적 영토는 이곳에 점령당한지 오래다. 또 이런 것도 있을 수 있다. ‘업무 파트너’. 일을 하면서 맺어진 동료나 고객 같은 사람들이다. 또 매달 통장에서 회비가 나가는 동창이나 동향 ‘모임’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당장이라도 몇십 개의 양식들로 쪼갤 수 있을 것 같다... 2013. 11. 27.
만화 『기생수』로 만나는 몸과 정치 기생수, 타자와 함께 사는 신체 괴물과 함께 살기 여름이다. 한여름이다. 이런 날씨에 딱딱한 글 읽히지도 않을 독자들을 위해서.. 라는 건 핑계고, 글쓰기가 너무 덥다. 그래서 이번 회는 쉬어가는 의미로 만화로 보는 ‘몸과 정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와아키 히토시(岩明均)라는 작가의 『기생수(寄生獸)』라는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만화라서 알만한 사람들 알만한 유명한 만화이긴 하지만 처음 제목을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만 하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감이 왔겠지만 기생충의 기생처럼 기생하는 동물이라서 기생수(寄生獸)이다. 보시다시피 그림체가 보기에 따라서는 워낙 엉성해서(^^) 처음 보는 사람은 쉽게 손이 안가는 만화책이긴 하지만 한 번 빠져들면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터미네이터를 만든 제임스 .. 2013.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