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조19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미니강의 : 문체반정을 이겨낸 용기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미니강의"나는 어째서 이옥에 관한 글을 썼는가" 저는 이옥을 읽고 쓰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이옥이 있을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자. 한때 무언가를 쓰고 한때 사건의 중심에 잠깐 있기도 했지만, 잊혀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뭔가 해보려고 애썼지만 그냥 스러져간 자들. 그런 자들의 삶이란 뭘까, 이런걸 계속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하는 채운 선생님의 강의는 위와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채운 선생님의 책을 통해 다시 살아난 이옥을 보고 있노라면, 이옥이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처럼 그렇게 그냥 사라지고 말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를 가까이 두고 배우고 싶어집니다. 그의 삶의 .. 2016. 3. 7.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① - '기궤'한 소품문의 개척자 남인 2세대 백수혜환 이용휴 : 참신한 문장, 일상의 정치 1. 아버지 이용휴와 아들 이가환 농암과 성호가 1세대 포의였다면, 오늘 만날 혜환 이용휴(李用休, 1708-1782)는 2세대 남인 백수다. 이용휴는 성호 이익의 조카다. 그러니까 성호는 혜환의 작은 아버지다. 혜환은 성호의 넷째 형인 이침(李沉)의 아들로 성호에게 수학했다. 1735년(영조11)에 생원시에 합격했으나,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혜환이 관직을 단념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호의 둘째 형, 곧 혜환의 숙부 이잠의 죽음 때문이다. 이잠은 1706년 남인을 변론하고 노론을 비판하며 국정쇄신의 상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분노로 국문당하다 죽었다. 남인들의 몰락과 성호 집안의 침잠! 성호의 아들, 이맹휴는 과거 급.. 2014. 8. 5.
[씨앗문장] 오로지 쓴다는 것 두려워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쓴다 잃을 게 없는 자는 세 가지가 없다. 첫째, 두려움이 없고, 둘째, 희망이 없으며, 셋째, 절망이 없다. 루쉰이 그러지 않았는가. 절망은 허망하다고, 희망이 그러하듯이. 이옥은 쓰되, 절망하지는 않는다. 쓰되, 그걸로 무언가를 얻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냥 쓴다. 반성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쓴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최고의 저항이었으므로! - 채운,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북드라망, 2013, 31쪽 글로 쓰거나,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자신조차 의식하지 않고 있었던 인생의 신념 같은 게 있는 법이다. 나의 경우엔 그 신념이 와르르 무너지고 난 다음에야 그것이 있었던 것임을 알았다... 2014. 7. 18.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조선 '훈남 아티스트'. 김홍도 문인의 뜻 화폭에 품고 그림의 道 넓히다- 조선 ‘훈남 아티스트’, 김홍도 김홍도, 그림으로 길(道)을 넓히다 서책더미와 서화 두루마리, 지필연묵, 파초잎사귀, 칼, 호리병, 생황 등이 여기저기 툭툭 흩어진 방안. 그 가운데 사방관을 쓴 맨발의 선비가 당비파를 연주하고 있다. 일체의 배경이 생략된 때문인지 사물들은 비파 소리와 함께 공간을 부유하는 듯하고, 선비의 표정은 흡사 다른 시공간을 사는 듯, 꿈을 꾸는 듯, 아련하다. “종이로 만든 창과 흙벽으로 된 집에 살며 종신토록 벼슬하지 않고 그 안에서 시나 읊조리며 살려 하네”라는 화제(畵題)는 주인공이 지향하는 삶의 태도일 터. 일명, 포의풍류(布衣風流).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자화상이 있다면, 아마도 이 그림일 것이다. 아름다운 풍.. 2014.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