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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보조16

예술이 된 삶의 조각들- 제이, 고흐를 만나다 감자 먹는 사람들 301호 여자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강아지 두 마리 키우는 것만으로는 성이 안 차는지 여자는 동네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까지 거두어 먹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3층 복도에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와서 산다. 내가 지나가면 야옹, 고양이는 화닥닥 계단 쪽으로 달아난다. 복도가 좁아서 나는 들어가고 고양이는 나온다는 게, 고양이가 나한테 몸을 던지며 덤벼드는 것 같다. 어떤 날은 내가 지나가도 흘깃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밥을 먹는다. 뼈다귀 모양의 플라스틱 그릇에 콩알 같은 사료가 가득 담겨 있다. 비가 오면 문 열어 달라고 복도 현관문 밖에서 야옹 야옹 애절하게 운다. 그러면 여자가 쪼르르 달려나가서 문을 열어준다. 바닥이 차갑지 않도록 담요도 깔아준다. 밤늦게라도 고양.. 2012. 11. 26.
제이, 당신은 역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밍크 양말 며칠 있으면 제이 어머니 생신이다. 제이가 남동생에게 “넌 선물 뭐 할 거야?” 묻는다. 동생은 엄마에게 뭐 갖고 싶냐고 묻는다. 엄마 왈, 밍크 코트! 힉… 동생은 안색이 창백해진다. 그리고 누나에게 반격을 한다. 누나는 뭐 살 건데? 글쎄… 제이가 머뭇거리는 사이, 엄마가 끼어들어 “밍크 양말!”이라고 소리친다. 이러니 동생이 맨날 투덜거린다. 왜 나만 힘들게 일해야 돼? 왜 다들 누나만 감싸고 도는 거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신체가 다른 것을. 동생은 일을 하는 신체이고, 제이는 사랑 받는 신체인 것을. 그렇다. 제이에게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 제이와 함께 있으면 숨결이 평온해지고 표정이 온화해진다. 아무리 고집이 세고 뻣뻣한 사람도 제이 앞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유연하고 따뜻한 .. 2012. 11. 19.
걔가 나보다 더 잘나가? 동창회에 갔더니 동창 모임 제이의 소원은 친구가 만나자고 할 때 “어머 어쩌지? 시간이 없어서…” 하면서 거절 한 번 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제이에게는 언제나 시간이 너무 많다. 심심하게 혼자 놀다가 누가 나 좀 안 불러주나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일. 그것이 평소 제이의 생활이다.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학교 졸업하곤 감감 무소식인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했는데… 제이에게 동창 모임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동창 모임? 나는 한 번도 동창 모임에 나가본 적이 없다. 맨날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 바쁜 처지에 옛날 친구 만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나는 동창회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다. 가끔 동창회에서 오는 전화라는 게 기부금 내라는 것이고, 학연을 이용한 장사 혹은 선거 운동인 경.. 2012. 11. 12.
내게 요강 같은 평화 내게 요강 같은 평화 우리가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시장이 있다. 보통은 이 시장 옆의 역에서 전철을 타지만 가끔 날씨가 좋거나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시장을 가로질러 한 정거장 다음 역까지 걸어간다. 시장에는 신기한 물건들이 많다. 시장 안의 가게보다 난전에 펼쳐져 있는 물건들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즙을 바르면 피부가 옥같이 고와진다는 알로에, 사전의 글씨가 간판 만하게 보인다는 돋보기, 나환자촌에서 만들었다는 무좀약, 권위와 품격의 초상화 주문 제작, 파리가 앉았다 미끄러진다는 구두약, 추리닝에도 잘 어울린다는 가죽 허리띠, 자전거 바람 넣는 펌프, 시간이 지날수록 색깔이 진해진다는 울긋불긋한 미제 루즈, 한 묶음 열 켤레에 육천 원 하는 양말, 이빨에 달라붙지 않고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호박엿, 삶은.. 2012.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