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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16

나는 이미 잉여인간이었다! 응답하라, 잉여인간! 요즘 '잉여'라는 말이 유행(?)이다. 나는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사람이 떠오른다. 예전 회사 동료다. 보기 드문 여성 프로그래머였던 그녀는 같이 일하기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었다. 나도 그녀와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배려 덕분인지 큰 불편함이나 다툼없이 마무리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여성들에게 늘 더 친절했다.^^) 함께 다니던 팀에서 내가 먼저 나오고, 이후 그녀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바로 일을 시작한 나와 달리, 그녀는 꽤 오랫동안 백수인 상태로 지냈다.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기타를 배우기도 하고… 그때 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잉여인간'이라고 표현했었다. 이때 처음으로 '잉여'라는 단어를 들었기에 무척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해야할 것도 없고,.. 2013. 12. 9.
자유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서의 '운동 그자체' #삶의 양식 - 신형, 정·기·신 - 가라타니 고진 신체의 공산주의 나에게 삶의 양식은 여러 개다. 우선 ‘가족’. 아침 일찍 ‘안녕!’하고 떠나서, 밤늦게 다시 ‘안녕ㅡ’하고 돌아와 잘뿐이지만, 그래도 내 삶의 오랜 양식이다. 그리고 ‘회사’. ‘안녕하세요!’하고 들어가, ‘내일 또 봐요’라며 자리를 뜨는 불안한(?) 곳이지만, 가족보다 더 오래된 삶의 양식이다. 또한 세미나나 강의를 들으러 가는 연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정신적 영토는 이곳에 점령당한지 오래다. 또 이런 것도 있을 수 있다. ‘업무 파트너’. 일을 하면서 맺어진 동료나 고객 같은 사람들이다. 또 매달 통장에서 회비가 나가는 동창이나 동향 ‘모임’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당장이라도 몇십 개의 양식들로 쪼갤 수 있을 것 같다... 2013. 11. 27.
3인 3색,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한 권의 책에 관한 세 개의 시선! 이번 주에는 토마스 쿤의 를 읽은 세 명의 이야기를 만나보시죠! #1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오가 흔들리는 돌을 보았을 때, 거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속박 상태의 낙하 현상을 보았고 갈릴레오는 진자를 보았다라고 말함으로써 야기되는 곤란한 점들에 대해서 나는 잘 알고 있다. …… 세계가 패러다임의 변화와 더불어 변화하지는 않지만, 그 이후의 과학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서 연구 활동을 하게 된다. …… 과학혁명 동안에 일어나는 일은 개별적인 안정된 데이터의 재해석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데이터들이 양론의 여지 없이 안정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진자는 떨어지는 돌이……아니다. 결과적으로, 이제 곧 보겠지만, 과학자들이 이들 다양한 대상으로부터 수집.. 2013. 8. 27.
혁명을 ‘혁명’한 아웃사이더, 레닌 꿈꾸는 혁명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1917년 7월 9일 레닌(Vladimir Il’ich Lenin, 1870~1924)과 지노비예프는 서둘러 페트로그라드를 빠져나갔다. 3개월 전 레닌은 「4월 테제」에서,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 ‘임시정부 타도!’라고 폭풍처럼 선언했었다. 임시정부는 곧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 스파이로 몰려 도피하는 처지가 되었다. 턱수염을 깎고 가발을 쓴 레닌은 호숫가 마을 라즐리프(Razliv)의 헛간 고미다락에 몸을 숨겼다. 간혹 인근에서 총소리가 나자 그는 “이제 어떻게 죽어야 할지 택해야겠군”이라고 내뱉기도 한다. 그만큼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벼랑 끝. 하지만 그런 긴박한 와중에도 레닌은 은신처 라즐리프의 거센 비바람 그리고 수도 없이 날아드는 모.. 201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