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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톡톡14

[임신톡톡] 입덧, 공생을 위한 이니시에이션 입덧, 공생을 위한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함께’보다 ‘쇼핑몰’을 선택한 인간 헤어조크라는 독일 감독의 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매우 신선했다. 영화 맨 처음부터 외계인이 등장하며 말한다. 자신의 별이 사막화가 되어 지구에 왔다고. 하지만 지구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했다가 망하고, 이제 지구인조차 살기 힘든 지구에 남겨졌다고. 한 마디로 지구 입주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은 자신이 한 짓을 똑같이 하는 지구인을 목격한다. 지구인도 사막화된 지구를 버리고, 다른 별을 찾기 위해 우주탐사를 시작한 것. 드디어 어떤 별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그 별은 외계인이 버리고 온 바로 그 별. 하지만 지구인은 그 별이 외계인이 버린 별인지도 모른 채 이상적인 식민지 건설을 위해 탐사를 시작한다. .. 2015. 3. 19.
[임신톡톡] 임신 5~6개월, 형태의 탄생 화·토·금의 삼중주, 형태의 탄생 몸과 절기의 스파크 일요일 아침, 느닷없이 깨어 몇 주째 버리지 못해 산더미가 되어버린 재활용 쓰레기를 버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방바닥에 널려 있는 책더미, 뒤죽박죽 섞여 있는 책꽂이, 수북이 쌓여 있는 자료들, 너저분한 책상…. 눈은 이미 책꽂이를 향했고 손은 벌써 버려야 할 책들에 가 있었다. 책꽂이 서너 칸을 순식간에 비우고 책꽂이 꼭대기에 올려놓았던 책들마저 끌어 내렸다. 방바닥에 쌓여 있던 책들을 빈칸에 챙겨 넣고, 분류에 맞게 다시 배열했다. 쌓여 있던 자료들은 목록을 작성해서 자료보관함에 넣었다. 버릴 책들을 노끈으로 묶어 엘리베이터까지 수차례 왔다갔다하니 맥이 탁 풀렸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만둘 순 없는 법. .. 2015. 1. 29.
[임신톡톡] 임신 2개월, 하늘이 낸 씨앗이 땅에서 꽃피는 시기! 둘째 달, 담의 결단력으로 태아를 기른다 이상이 쓴 단편 소설 의 주인공 ‘나’는 스물여섯 살 청년이다. 그는 한창 팔팔할 나이에 하는 일 없이 아내에게 얹혀살고 있다. 그것도 몸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아내에게. 그의 전공 분야는 ‘생각하는’ 것이다. 아내와 장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나’의 방은 창이 없어 볕도 들지 않는다. 그는 이 골방에서 찬밥덩이로 배를 채우며 축축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발명도 하고 논문도 쓰고 시도 쓴다. 오로지 생각으로만. 한 마디로 이불 속 연구원인 셈이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결코 말로 전하는 법이 없다. 혼자서 이불을 쓰고 누워 마음 졸이며 생각으로만 사죄를 한다. ‘나’가 감기에 걸렸을 때, 아내가 준 약이 아스피린이 아니라 수면제임을 알았을 때에도 아내에게 한.. 2014. 12. 25.
[임신톡톡] 임신, 자연지를 기르고 만나는 시간 몸과 우주가 만나는 시공간- 열 달 동안 태 기르기 - 비밀지(秘密智)와 자연지(自然智) 멕시코의 고원지대에 사는 위촐족은 ‘페요테 사냥’이라는 특이한 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인장의 일종인 페요테에는 강력한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이 선인장은 아무 곳에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까지 가지 않으면 페요테를 발견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해마다 위촐 사람들은 원정대를 구성해 페요테 사냥을 위한 길을 떠난다. 원정대에는 이 사냥길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젊은이도 포함되어 있다. 이 젊은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페요테의 환각작용을 체험하는 셈이므로, 신성한 식물을 만나는 자격을 얻기 위해 아주 혹독한 이니시에이션의 시련이 부과된다. 마시는 것도 먹는 것도.. 201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