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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보라8

춘추시대에 가장 어질고 의로웠던 오나라 사람, 계찰 진흙탕 속 한 떨기 연꽃 같은 사나이, 계찰 내 생각에 『사기』의 「오태백세가(吳泰伯世家)」에서 문제적 인물은 합려(闔閭)-부차(夫差) 부자(夫子)가 아니라 계찰(季札)이다. 사마천은 제후들의 가계와 역사를 서술하는 「세가」에서 곧잘 군주가 아닌 인물을 큰 비중으로 다루곤 하는데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에서는 범려가, 「오태백세가」에서는 계찰이 그런 인물이다. 계찰, 오나라의 19번째 왕 수몽 네 아들 중 막내. 돈후(敦厚)하고 총명했다고 한다. 계찰만큼이나 그의 나라인 오(吳)나라도 희한한 존재감을 가진 나라긴 하다. 『사기』의 「십이제후연표」를 보면 제일 앞 칸은 천자의 나라인 주(周)나라가, 그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열네 번째 칸은 오나라가 차지하고 있다(그런데 마치 저 멀리서 맨 앞칸을 지.. 2015. 7. 29.
왕으로서 살 것인가 아버지로서 죽을 것인가 사사로운 정 때문에 비극이 된 생, 조趙나라 무령왕 왕은 어떻게 왕이 되는가? 왕의 아들로 태어난다고 왕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사기』를 통해 배우게 된다. 「본기(本紀)」와 「세가(世家)」를 통틀어 왕의 맏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탈하게 왕위에 오르고 자신의 아들에게 별 탈 없이 왕위를 물려주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라의 절대적 1인자가 되기 위해 어떤 이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형제를 죽이며, 아들을 죽인다. 또 어떤 이는 부자(父子)관계가 확실치 않음에도 왕이 되기도 하고, 천명(天命)을 받았다며 원래 있던 1인자를 처단하고 새로운 1인자가 되기도 한다.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는게 아니다! 유가(儒家)들이 꿈꾸던 나라, 그러니까 “군자는 왕업을 세우고 후손이 계승하여 이어”간 .. 2015. 5. 19.
범려 - 세상만사를 꽤뚫어 볼 수 있어도, 할 수 없는 한 가지... 이 사람을 보라 진정한 난세의 왕, 범려 "아이고, 얘야, 둘째야!" "형님!" 둘째 아들의 시신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부인과 형의 시신에 매달려 울고 있는 셋째, 그 주위에 엎어져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퍼하는 집안 사람들 사이로 까맣게 타들어간 첫째의 얼굴이 보였다. 마음고생이 심했는가. "아버님……." 둘째를 구명하러 갔던 첫째는 차마 내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나는 슬며시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이내 첫째의 어굴에 눈물이 쏟아진다. 몸을 굽혀 둘째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네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단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가 반가워서 웃었다. 부인이 눈물범벅인 얼굴로 나를 보여 야속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은 아들이 죽어 돌아왔는데도 슬프지 않소! 왜 그리 웃는거요!.. 2015. 4. 17.
공부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가? -니체에게 묻다 비극의 공부, 몰락의 공부 세상에 공부라 불리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씨름할 뿐 아니라, 엄마들도 그 와중에 골머리만 썩어가는 수능‘공부’. 밥벌이 때문에 밤늦도록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서른 실업청년의 애처로운 취직‘공부’. 갓 입사한 청년이 어깨 너머로 힘들게 배우는 업무‘공부’. 물론 이런 것도 있다. 어른들이 들려주는 좌절과 성공이야기에서 전해지는 저 장엄한 인생‘공부’. 사실 이렇게 공부라 불리는 것을 펼쳐 놓으면, 세상에 공부 아닌 게 무엇이 있을까? 하다못해, 인터넷 서핑을 하며 세상살이 요모조모를 알게 되면, 바로 그것도 공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터넷 세상‘공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온통 공부의 연속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 2013.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