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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민51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기차 여행 – 속도의 열정과 진보의 배신 《바람이 분다》 ②사건 기차 여행 – 속도의 열정과 진보의 배신 레일 위의 종이비행기 《바람이 분다》를 사건적 측면에서 보면 결정적인 주요 사건은 제로센의 설계 완성이다. 그런데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작품이 다루는 시간은 무려 30년이나 된다. 이 30년 전부 제로센의 발명에 바쳐지는 긴 과정인데, 지로의 마음에 실제 제로센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그런 방향으로 설계를 계속해가는 부분은 영화 시작 35분 무렵 즉 나고야의 미쓰비시에 취직하면서부터다. 그 지점을 기준으로 보면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카프로니 백작이 만든 비행기는 모두 아주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대형선이었다. 카프로니는 은퇴에 맞춰서 납품 직전의 폭격기에 잔뜩 사람을 태우고 나타나기도 했다. 지로의 회사는 소형 비.. 2024. 4. 18.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늙음의 저주 –운명애를 가르치는 축복 《하울의 움직이는 성》 ②사건 늙음의 저주 – 운명애를 가르치는 축복 내 발목을 내가 잡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핵심 사건은 저주 풀기이다. 저주를 푼다는 것은 《마녀 배달부 키키》부터 시작해 《붉은 돼지》,《모노노케 히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계속 이어지는 테마다. 그런데 앞 작품들에 비해 하울과 소피의 모험은 저주의 메커니즘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서, 저주에 대한 사랑이 곧 운명애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저주에 걸리는 이들이 유독 많다. 저주에 씌는 데에 어떤 법칙이 있지는 않을까? 하울은 능력 있는 마법사였다. 더욱더 훌륭해지고 싶은 마음에 캘쉬퍼에게 마음을 건네 저주에 걸린다. 그는 마음을 빼앗기게 된 이후로 도대체 어디에 마법을 써야 하는지를 모르게.. 2024. 3. 28.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포뇨와 쇼스케 – 변화무쌍한 어머니와 그의 자식들 《벼랑 위의 포뇨》 ③ 캐릭터 포뇨와 쇼스케 – 변화무쌍한 어머니와 그의 자식들 소년 시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는 여성 주인공이 강세이다. 전체 11편의 작품에서 남성이 주인공이다 싶은 장면은 끝의 두 편뿐이다. 《바람이 분다》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두 편을 예외로 하면, 남성일 경우에는 소년이며 그들은 모두 소녀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역할을 찾는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이웃나라 왕자는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역할이 미미하다. 그는 나우시카가 왜 부해를 연구하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엇 하나 아는 것도 없이 혈기만 있는 소년이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파즈는 유능한 기술자로 멸망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담대했지만 결국 그를 라퓨타로 이끈 것은 시타였.. 2024. 3. 21.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물고기의 인간 되기 – 달리고 먹고 웃겨라 《벼랑 위의 포뇨》② 사건 물고기의 인간 되기 – 달리고 먹고 웃겨라 인간과 비인간 《벼랑 위의 포뇨》 핵심 사건은 물고기의 인간 되기이다. 인간과 바다 어머니 그란만마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포뇨는 호기심에 이끌려 바다 표면까지 올라온다. 자기가 보기에 육지에서 제일 높은 곳 벼랑 위에 이끌리고, 벼랑 위 작은 집에서 내려오는 한 소년에게 반한다. 여기서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어공주’ 패러디가 시작된다. 그런데 확실히 다르다. 안데르센 동화에서 인어공주는 왕자를 구하고, 그의 사랑을 얻어야만 하는 운명의 사슬에 묶여, 온갖 질투에 시달리다,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포뇨는 쇼스케에게 도움을 받고, 쇼스케를 먼저 사랑하고, 물거품으로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포뇨는 동료 인어의 질투가 .. 2024.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