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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7

체감 거리 제로(0)의 현장실습, 활보를 통해 배운 것들 체감 거리 0mm 활보 속의 공부 공부하는 백수들에게 활동보조인 일은 종합선물세트다. 돈 솔찬히 주고, 시간 맘대로 정할 수 있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일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종임에 분명하다. 이정도만 해도 활보는 실로 특A급 일거리다. 그런데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일을 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공부를 할 수 있나? 한마디로 말해서 ‘한 몸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활보 일은 식사, 목욕, 신변처리 등의 모든 생활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개인 경호원처럼 1:1로 매우 밀접하게 붙어있다. 나는 주 5일 일하면서 하루에 7시간 동안 이용자 T를 만난다. T와 나는 현재 물리적으로 누구보다도 가장 오래 있는 사이이고, 가장 가까운 사이이다.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2015. 6. 19.
제이, 당신은 역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밍크 양말 며칠 있으면 제이 어머니 생신이다. 제이가 남동생에게 “넌 선물 뭐 할 거야?” 묻는다. 동생은 엄마에게 뭐 갖고 싶냐고 묻는다. 엄마 왈, 밍크 코트! 힉… 동생은 안색이 창백해진다. 그리고 누나에게 반격을 한다. 누나는 뭐 살 건데? 글쎄… 제이가 머뭇거리는 사이, 엄마가 끼어들어 “밍크 양말!”이라고 소리친다. 이러니 동생이 맨날 투덜거린다. 왜 나만 힘들게 일해야 돼? 왜 다들 누나만 감싸고 도는 거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신체가 다른 것을. 동생은 일을 하는 신체이고, 제이는 사랑 받는 신체인 것을. 그렇다. 제이에게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 제이와 함께 있으면 숨결이 평온해지고 표정이 온화해진다. 아무리 고집이 세고 뻣뻣한 사람도 제이 앞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유연하고 따뜻한 .. 2012. 11. 19.
나만 할 수 있는 일은? 제이의 즐거운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올 여름 제이의 수입은 쏠쏠했다. 복지 일자리 외에 아르바이트를 조금 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란, 박물관, 공연장, 은행, 체육관 등을 둘러보면서 그곳에 장애인 시설이 잘 되어 있나 잘 안 되어 있나를 조사하는 일이다. 원래 봄에 했던 아르바이트인데, 여름에 추가로 4건을 더 하게 되었다.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 다 못 한 것을 제이가 받아서 더 하게 된 것이다. 이때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 중에 제이가 가장 일을 빨리, 그리고 많이 했다. 제이는 이 일을 너무나 즐겁게 신나하면서 했다. 무엇보다 돈이 되는 일이고, 서울 시내 여러 시설들을 둘러보는 게 제이에게는 ‘일’이라기보다 ‘소풍’이었기 때문이다. 일부러라도 놀러가고 싶은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곳에 가서, 장애인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문.. 2012.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