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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카와 슌타로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가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시들의 모음, 『이십억 광년의 고독』 일본의 “국민시인”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郞, 1931~ )의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의 옮긴이 해설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그의 시의 결말은 이렇게 인생을 유쾌하게 표현하곤 한다.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들이 읽어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으나, 읽는 이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단지 신선함이 아니다. 괴테가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가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그런 시가 좋은 시”라고 했듯이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에는 동요와 철학과 인생이 있다. [김응교, 「옮긴이 해설: 하늘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 2015. 9. 9.
‘서울’ 대학가 익명시 모음 『슬픈 우리 젊은 날』 대학생활을 ‘상상’하게 했던 대학가 익명시 모음, 『슬픈 우리 젊은 날』 집에서 첫째인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가끔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어려운 숙제를 도움받아 해오는 걸 볼 때도 부럽긴 했으나 그보다는 있어 보이는(?) 팝 음악도 많이 알고, 뭔가 수준 높아 보이는 책들도 읽고 하는 것이 더 부러웠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이렇다더라, 하는 정보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뭐랄까 하나하나 내 힘으로 내가 겪으며 깨쳐 가야 하는 고단함에 비해 손쉬워 보이기도 했고 더 유리해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인터넷이 없던 시절, 정보는 오롯이 지근거리의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는데, 나에겐 정보를 얻을 곳이 참 없었다(언니 오빠는 고사하고 나이 차가 얼마 안 나는 삼촌이나 이모, 고모도 없었고, 가까운.. 2015. 8. 31.
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1994년, 뜨겁고 불안했던 여름을 함께한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내게, 대학교 4학년은 고3보다 훨씬 불안한 시간이었다. 고3 때는 ‘대학’이라는 주어진 목표가 있고, 어떻게든 거기를 향해 가면 됐지만, 대학교 4학년 때는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있는 듯했다. 중학생 때부터 지녀온 교사의 꿈을 안고 갔던 사범대이지만, 교생 실습 후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범대에서 배운 것은 ‘교사’라는 직업과 별 상관이 없어 보였고, 교사가 되기 위해 시험을 봐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아니,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그것이 과목들의 필기시험이라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긴, 이런 것도 사실 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불만에 가득 차 있던 스물세 살의 자기합리화였을.. 2015. 8. 17.
[씨앗문장] 오로지 쓴다는 것 두려워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쓴다 잃을 게 없는 자는 세 가지가 없다. 첫째, 두려움이 없고, 둘째, 희망이 없으며, 셋째, 절망이 없다. 루쉰이 그러지 않았는가. 절망은 허망하다고, 희망이 그러하듯이. 이옥은 쓰되, 절망하지는 않는다. 쓰되, 그걸로 무언가를 얻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냥 쓴다. 반성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쓴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최고의 저항이었으므로! - 채운,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북드라망, 2013, 31쪽 글로 쓰거나,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자신조차 의식하지 않고 있었던 인생의 신념 같은 게 있는 법이다. 나의 경우엔 그 신념이 와르르 무너지고 난 다음에야 그것이 있었던 것임을 알았다... 2014.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