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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14

[씨앗문장] 쓰기가 살린 삶, 정약전 살기 위한 어떤 쓰기,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 김훈 선생의 정약전을 보고 창대가 참게 여러 마리를 잡아와서 정약전에게 보여 주었다. “섬에도 민물에는 민물 것이 삽니다. 자리가 있으면 사는 게 있지요.” 라고 창대가 말했다. 고향 두물머리의 강가에서 보던 참게였다. 고향의 강에서 게들은 가을에 하류로 내려갔다가 봄이 오면 마재의 물가로 올라왔다. 마재의 참게가 바다를 건너 흑산까지 올 리는 없을 터인데, 집게다리에 난 털과 둥근 몸통은 똑같았다. 참게들의 딱지에서 거품이 끓었다.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갈 곳이 없었는데, 돌아가려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서 복받쳤다. 정약전은 손가락으로 참게를 건드려 보았다. 참게가 집게를 벌리며 다리를 추켜들었다. 고향의 참게와 하는 짓이 같았다. 저녁에 정약전은 참게에 대.. 2014. 10. 22.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② 진짜 나로 돌아가라!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② 진짜 나로 돌아가라 1. 글쓰기, 진짜[眞]를 찾아가는 길 혜환 이용휴는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문장가이기를 원했으며, 문장가로서의 자의식 또한 남달랐다. 혜환은 백수 선비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글을 쓴 것도 아니고, 세상을 계도하거나 도를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 것도 아니었다. 조선시대 선비에게 글을 쓰는 일이야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선비라면 당연히 쓰는 글을 썼기 때문에 혜환 스스로 자신을 문장가라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 혜환에게 문장가는 특별한 무엇이었다. 그래서일까? 혜환의 글에는 불우한 지식인의 음영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혜환은 오직 문장가로서 충만해 있을 뿐, 어떤 결핍도 느끼지 않았다. 혜환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를 지녔기에 문장가인 것만으로.. 2014. 10. 21.
[씨앗문장]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나는 글을 왜 쓸까?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글을 통해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널리 이름을 알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런 기대가 허망하다는 걸 곧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나에겐 그럴 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겠지만, 글쓰기의 세계가 그런 희망에는 도무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을 쓰면 쓸수록 세상에 영향을 끼치거나, 이름을 알리는 것은 고사하고, 글쓰기만으로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렵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은 더욱 후회막급이 된다. 글도 세상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대체 글은 왜 쓸까?7- 강민혁, 『자기배려의 인문학』, 244쪽 ‘좋은 책’에는 ‘좋은 질문’이 있는 법이다. 그 질문이 꼭 ‘특.. 2014. 8. 19.
[노론백수 1세대 김창협] 앵무새같은 글쓰기는 이제 그만! 문장에 ‘생기’(生氣)를 불어넣기!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농암 김창협에게는 ‘독서와 글쓰기’가 가장 중요한 생업이었다. 백수 선비로서 자신을 살리고,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 외에 다른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농사나 장사를 해서 생업에 종사한다면 모를까,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지식인으로 살려면 책을 읽고 글 쓰는 일 말고 그 무엇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농암이 부지런히 공부하고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는 조선시대 지식인 선비로서 유난스럽게 대서특필할 사안은 아니다. 농암 말고도 뜻을 품은 선비라면 대부분 독서와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농암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특별히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농암이 ‘어떻게 .. 2014.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