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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지성5

[메디씨나 지중해] 첫 번째 수술실 첫 번째 수술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처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외과학의 기본’이라는 수업의 실습 파트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론 수업은 진작 끝났지만, 한 번에 소수의 학생만 받을 수 있는 병원 사정 때문에 실습은 일 년 동안 천천히 진행되었다. 어쩌다보니 나는 모든 학생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수술실에 들어간 사람이 되었다. 내가 배정받은 과목은 복벽(Abdominal wall)이었다. 주로 탈장이나 복막에 생긴 종양을 다룬다. 이왕이면 ‘간담췌’나 ‘위장’ 쪽을 보고 싶었지만, 몸 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는 장기는 관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자 오히려 복벽 수술을 보는 게 더 잘 된 일이다 싶었다. 외래진료는 몇 번 참여해본 적이 있지만 수술실에 들어가려니 긴장도가 남달랐다.. 2023. 11. 27.
[메디씨나지중해] 가뭄의 단비, 영화 수업 가뭄의 단비, 영화 수업 시험이라는 노동 요즘은 시험기간이다. 돈을 받지 않는 책상 노동자가 된 기분이다. UAB에서 두 학기를 보내면서 내 공부 방식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쿠바와 큰 차이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수업을 해보니 상당한 차이점이 보였다. 첫 학기에는 UAB의 스타일을 ‘의학’이라는 학문의 시야를 폭 넓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이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해석은 내가 아직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수업 계획이 균일하지 못한 편입생의 슬픈 운명에 따라서 나는 이번 학기에 수업의 양을 불가능할 정도로 늘려야 했는데, 학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이 생겼다. 왜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교류와 교.. 2022. 8. 30.
[메디씨나지중해] 색색의 스페인, 빛바랜 로마, 반가운 친구 색색의 스페인, 빛바랜 로마, 반가운 친구 뉴욕이나 아바나에 도착했던 첫 해에는 유달리 바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노느라고 그랬다(^^). 내가 노는 방법은 여행이었다. 해외에 있으면 여행 욕심이 났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옆 도시에 가는 것도 귀찮아했으면서 말이다. 이 마음은 연애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새 애인을 사귀면 하나부터 열까지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처럼, 새 장소에 가면 그곳의 색다른 모습들을 하루빨리 발견하고 싶다. 가령 아바나는 내가 쿠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장소였지만, 틈틈이 방문했던 인근 ‘플라야 히론’ 해변이나 ‘산타클라라’ 소도시는 내가 쿠바에 대해 더 입체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여행 한 번 가기 힘들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어떨까? .. 2022. 7. 19.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 지은이 인터뷰― “꿈에 집착할 때는 온 세상이 내 꿈을 위해 존재하지만, 꿈을 비울 때는 온 세상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 지은이 인터뷰 ― “꿈에 집착할 때는 온 세상이 내 꿈을 위해 존재하지만, 꿈을 비울 때는 온 세상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1. 선생님께서는 지금 스페인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계신데요. 얼핏 보기에는 의대생과 『돈키호테』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책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를 쓰게 되셨나요? 의대생이 쓴 『돈키호테』에 대한 책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희한한 프로필이네요. (해명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돈키호테』와의 인연은 제가 의학도가 되기 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그때 저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앞길 막막한 이십대 청년으로서 앞으로의 방향을 탐색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고전에 담긴 ‘인생선배들’의 조언을 뒤.. 2022.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