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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9

사랑하면 갖고 싶을까? 미친 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다짐 사랑인가 소유인가 - 미치거나 자유롭거나 사람들은 사랑과 소유를 혼동한다. 하지만 소유는 사랑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사랑과 소유는 공존하기 어렵다.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기. 그게 가능해? 그렇다면 선택지는 두 개뿐이다. 사랑과 소유를 혼동한 채 미쳐 버리는 것. 아니면 사랑과 소유를 동시에 포기하는 것. - 미치거나 자유롭거나! 〔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148쪽〕 '사랑'의 어려운 점이 여기 있다.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렇게 해서 정말 '내 것'이 되어버리면 그 순간 '사랑'이 멈추고 만다. 사람과의 관계만 그런가? 택배가 오기 전까지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도 막상 택배 상자를 열고 난 후, 가지고 있었던 다른 많은 물건들과 같은 상태가 .. 2015. 8. 25.
자기가 지배하고, 자기가 복종하는 사회 #자동완성기능─血─장 자크 루소 자기가 지배하고, 자기가 복종하는 사회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인간은 태어날 때는 자유로웠는데, 어디서나 노예가 되어 있다”(루소, 『사회계약론』, 김중현 옮김,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0, 34쪽)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사회계약론』을 시작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 즉 타인을 노예로 만들 수 없다는 말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소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인간이 본성적으로 정치적이라는 점을 부정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시점이 생긴다. 자연 상태에서 자기를 보존할 수 없을 정도로 방해물들이 많아졌을 때다. 방해물로는 사.. 2014. 1. 22.
고함을 치는 당신,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갑을관계-변증-슬라보에 지젝 윽박지르는 당신이야말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나에겐 이른바 ‘상급기관’이다. 다짜고짜 큰소리다. “당신 말이야, 일처리를 이따위로 하면 문제인물로 문제제기할 거야!” 그래서 대답한다. “아, 예, 이렇게 해서…저렇게 되어…” 아니나 다를까 말을 딱 끊고 자기 말만 한다. “아니, 무슨 소리야, 정말 이따위로 할거야? 당신 부장 이름 뭐야? 이름과 전화번호 대봐” 상급기관이 밑도 끝도 없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내가 설명할 틈이 없다. 매일 앵벌이처럼 일해서 돈 받아 처먹는 처지에 이런 고함을 듣노라면 잠깐 멍해진다. 더군다나 느닷없이 문제인물로 문제 제기될 문제투성이 ‘하급기관’ 직원이 되어 버렸다. 매번 치명적이다. 어쩌다 이리 어렵.. 2013. 12. 11.
고대 그리스 의학의 눈으로 정치를 보다 고대 그리스에서 몸과 정치 의술과 통치술 푸코가 지적하듯이 고대 그리스에서 신체를 다스리는 의술과 타자를 다스리는 통치와 자기를 다스리는 자기배려는 동일한 은유의 지평에서 쓰여져 왔다. 이 세 유형의 활동(치료하기, 타자를 통솔하기, 자기 자신을 통치하기)은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 문학에서 아주 규칙적으로 항해술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항해의 이미지는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그 안에서 분명한 유연 관계를 확인하게 되는 일정 유형의 이미지와 실천을 구체화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를 위해 테크네를 설립하려고 했습니다. 요컨대 군주는 타자들을 지배해야 하는 한에서 자신을 지배해야 하고, 도시국가의 병, 시민의 병, 자신의 병을 치유해야 합니다. 군주는 자신의 병을 치유하면서 도시국가를 통치하듯이 자기 자신을 .. 201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