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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경4

[기탄동감] 거울아, 거울아 내 몸에 어디가 아프니? [기초탄탄 동의보감, 첫 연재] 동의보감, 양생의 길을 비추는 거울 3년 전 『동의보감』 완역본을 구입했다. 무지 두껍고 비쌌지만 열심히 읽어 보리라 결심하고 망설임 없이 사들였다. 하지만 여태 ‘언젠간 저걸 제대로 읽어야 할 텐데...’ 하면서도 잘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기탄동감 세미나를 시작해서 원문까지 읽어가며 그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었다. 세미나에서는 한문 원문을 읽고 해석하면서 한 자 한 자 다시 짚어 나간다. 그러면 번역문으로만 읽었을 때 후루룩 읽고 지나가 버렸거나,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 갔던 부분들이 이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몸 안에 있는 물을 말할 때도 수(水)라는 글자를 쓸 때와 습(濕:아래에 고인 물, 순환하지 않는 물)이라고 썼을 때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 2016. 4. 21.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처방전, 정신의 용토제 #음식과 보고서-토(吐)-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처방전, 정신의 용토제 값나가는 한식집은 나오는 음식가지수가 수십 가지다. 잔칫상차림처럼 아줌마가 5~6차례 오가며 차리는 사이에 채 먹지도 못하고 배가 부른다. 음식에 들인 정성을 생각해서 먹어야지 하다가도 부른 배가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으니 할 수 없다. 눈으로 먹는 수밖에. 음식들은 내게 문제를 던지고, 나는 그 앞에서 받아든 문제를 풀지 못하는 형국처럼 보인다. 음식들은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처럼 상 위에 앉아 있다. 온갖 양념에 젖어 있을 도미며 장어들이 갈길 막혀 밥상 위에 갇혀 버렸다. 생각 같아서는 바다로 도로 보내버리고 싶다. 회사의 기획보고서에서도 똑같은 걸 보게 된다. 보고시간이나 보고상대방을 고려하면 보고서 내용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2014. 5. 28.
『동의보감』은 살아있다! 우리의 습관 속에! #원인-결과—데이비드 흄—풍(風) 천 개의 원인, 천 개의 치료 찬 곳에서 잔 후 입과 눈이 비뚤어졌다는 사람을 간혹 본다. 그 이름도 특이한 ‘구안와사(口眼喎斜)’다. 멀쩡하던 얼굴이 고약하게 일그러지는 병이다. 언뜻 보면 얼굴이 얼굴 밖으로 뛰쳐나간 느낌이다. 아니다, 뭔가가 얼굴을 얼굴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한의학은 그것을 풍사(風邪) 때문이라고 지목한다. 풍사가 들어와 원래 있는 얼굴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늘어져서 멀쩡하게 보이는 쪽이 풍사가 침범한 쪽이다. 풍사는 한쪽 몸을 쓰지 못하는 편고, 아프지는 않은데 사지를 못 쓰는 풍비, 쓰러진 사람이 혀도 뻣뻣해져 ‘억억’ 소리만 내는 풍의, 기타 마비 증세들을 지칭하는 풍비 등 형태도 갖가지다. 심지어 혈맥에 들어 왔느냐,.. 2014. 2. 5.
에도시대, 신체의 해부와 '개인'의 발견 『해체신서』의 시대, 몸을 해체하다 닥터진, 신체를 해부하다 『타임슬립 닥터진』이라는 만화를 아시는지? 원작은 일본 만화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으며, 몇년 전에는 한국에서도 송승헌을 주인공으로 해서 리메이크 된 작품이다. 물론 한국 드라마만 보신 분들은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원작은 그렇게 엉망은 아니다. 아니 놀랄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들을 제공해준다. 드라마는 외과의사인 주인공 닥터진이─의사의 성이 진(仁)임을 주목하자─어느날 사고로 갑자기 100년 전 에도시대로 시간이동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것이 근대의 시작이라는 메이지 유신 시기와 맞물려 어떻게 실제 역사적 인물들과 서로 얽혀 나가는지 그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을 당시 새로 수용되기 시.. 2013.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