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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24

대서, 습기와 더위로 사는 법 대서, 더위의 중심에서 서늘함을 외치다 김동철(감이당 대중지성) 무더위, 습(濕)의 계절 불볕더위의 준말인 불더위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따갑게 느껴진다. 불더위에 상대되는 물더위도 있다. 본래 무더위는 물(水) + 더위의 합성어이다. 무더위에는 물기가 배어 훈증된 열기로 끈적끈적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샤워를 해도 그때뿐이고 도무지 쾌적하지 않다. 큰 더위인 대서는 무더위의 시절이다. 이맘때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불쾌해진다. 불쾌지수가 오르는 데는 습기가 한 몫 한다. 뜨거운 열기는 어떻게도 참을 수 있지만, 끈끈하고 꿉꿉한 느낌은 견딜 수 없다. 그래서 대서는 여름철임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화(火) 기운에 온전히 속하지 않는다. 이때를 지배하는 기운은 습(濕)이며, 여름 하(夏)와 구별해 장하(長夏.. 2012. 7. 22.
불들의 드라마, 여름 그리고 하지 하지, Reloaded 2 혹은 ‘절기드라마’ 시즌 2 김동철(감이당 대중지성) 음기, 너 어디 있니? 이맘때쯤 넋이 나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가만히 있어도 육수가 등줄기에서 삭은 내를 풍기며 줄줄 흐르고,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 하릴없이 얼굴을 디밀고 있는다. 아.. 이 바람 또한 냉풍은커녕 열풍(熱風)이 아닐 수 없구나. 문득 주변을 떠올린다. 함께 공부하던 학원의 수강생 중 몇몇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소리 소문 없이 여름의 열기에 흩어져 버린 사람들. 나 역시 더운 나머지 약속이고 모임이고 그냥 바깥나들이를 포기하고, 집에서 엎드려 있고만 싶다. 해가 져 어둑어둑해질 무렵에나 비로소 숨통이 트인 듯 기어 나와 시원한 맥주를 탐욕스레 들이킬 뿐.. 하지만 저 원망스런 따가운 태양은 하.. 2012. 6. 21.
비움과 채움, 적음과 많음, 小와 滿 소만, 욕(辱)으로 만(滿)해지는 시절 김동철(감이당 대중지성) 소만의 그림자, 보릿고개 5월의 푸름이 짙어감에 따라 농부의 속은 벌겋게 타 들어간다. 보릿고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보릿고개는 소만 즈음에 찾아왔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수확한 식량은 겨울과 봄을 거치며 모조리 소모되고, 이듬해 추수 때까지 남은 공백의 길목에 소만이 자리하고 있다. 숨통이 끊어질 듯 말 듯 한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마침 보리를 타작하여 어렵사리 연명하니, 이때를 보릿고개라 이름하였다. 나는 도시 출신에 세대도 달라 보릿고개에 대한 감각이 없다.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데 만물이 자라 조금씩 차오른다는 소만과 기아에 허덕이는 보릿고개 사이에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충만과 결여의 상반되는 이미지가 동시에 펼쳐지는 .. 2012. 5. 21.
곡우 - 각설하고 정신줄부터 붙잡자! 곡우, 존재의 씨앗을 틔우다 김동철(감이당 대중지성) 곡우, 간절함의 다른 말 촉촉한 봄비가 내려 곡식을 윤택하게 하는 곡우의 이미지는 허상이다. 이때는 오히려 가뭄이 심하기 그지없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봄 가뭄의 엄습은 농부들을 근심하게 한다. 입춘부터 청명에 이르는 동안 정성스레 마련한 씨앗이 한순간에 말라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곡우는 이 절기 동안 비가 와서 붙여졌다기보다, 비를 바라는 농부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 마음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모든 일상이 기우(祈雨)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었다. 곡우는 볍씨를 담그는 때이다. 볍씨는 농부에게 희망의 씨앗과 진배없다. 어떻게든 잘 돌봐 싹을 틔워 무럭무럭 자라게 해야 한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흔히 실없는 소리.. 2012.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