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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8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타락시킨다 언어는 힘이 세다 금지된 행위 윈스턴은 빈민가의 한 고물상에서 몰래 노트를 샀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지만,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노트는 생산이 중단된 지 40여년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충동구매는 곧 다른 구매를 불러왔다. 노트에 그냥 볼펜으로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펜촉, 펜대, 잉크까지 모두 구입한 후 그는 비로소 노트를 펼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윈스턴이 시작하려는 일은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일기쓰기는 불법이 아니었다. (법이란 게 없으니 불법이란 것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발각될 경우 사형 아니면 적어도 강제노동 이십오 년 형의 선고를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 그는 손으로 글을 쓰는 일에 익숙지 않았다. 아주 짧은 글 외에는 모든 것을 구술기록기에 불러주는 것이 상례였다. 물론.. 2014. 1. 15.
읽고-쓰고-살아간다,『천 개의 고원』을 몸으로 통과한 한 청년의 이야기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의 저자와 만나다! '청년백수의 『천 개의 고원』 사용법'이라는 부제에 눈길이 갑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지요? ^^) 어떤 연유로 청년백수가 되었고, 또 『천 개의 고원』을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먼저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표지 앞에 ‘청년백수’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는데요, 저도 표지를 보고서 이에 대한 약간의 해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이 정체성에 엄청난 의미부여를 한 건 아닙니다. 제가 다들 ‘백수’ 하면 떠올리는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열일곱 살 때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그 이후로 지식인공동체 ‘남산강학원’에서 쭉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자퇴했을 당시, 저에게는 대학에 갈 계.. 2013. 12. 4.
사건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 질문은 무엇인가? 커다란 궁전에 사람들이 모이고, 휘황찬란한 가구들이 놓이고, 교황이 왕관을 들고 있다. 나폴레옹은 앞으로 걸어나와 교황으로부터 왕관을 받아 자신이 직접 머리에 썼다고 전해진다. 이제 이 상황에서 무엇이 변했는지 생각해 보자. 사물이나 실체에서는 변한 것이 없다. 대관식이 있었다고 해서 그 궁전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 수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의자가 탁자로 바뀐 것도 아니다. 사물이나 실체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성질이 바뀌었는가? 성질도 바뀌지 않았다. 건물의 무게도 그대로고, 사람들의 옷 색깔도 그대로고, 왕관의 모양도 그대로이다. 결국 대관식에서 분명 큰 사건이 벌어졌지만, 사실상 거기에서 사물도 성질도 변한 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관식에서 사건은 도대체 어.. 2013. 2. 20.
안드로메다, 개념종말 혹은 문(文) 그리고 돼지 추분 무렵의 별자리, 안드로메다 혹은 규수 -가을철 별자리를 찾아서② 손영달(남산강학원 Q&?) 개념이 모이는 별, 안드로메다 포스팅에 적당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글은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갔니?”라는 말로 시작해본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우주적 스케일을 가진 신조어가 나왔구나 하고 무릎을 쳤었다. 스케일 탓인지 이 말은 웹상의 신조어들 중에 퍽 생명력이 긴 편이다. 지하철 무슨남과 청담동 무슨녀, 지금은 은퇴한 정치인 모씨 등 숱한 사람들을 수식하는 데 이 표현이 쓰였다. 아마도 안드로메다는 우리 시대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의 유일한 별일지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 안드로메다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처음 이 말을 만든 사람은 왜 하필 안드로메다를 떠올린 것인지. 뭇 사람들이 상실해 버.. 2012.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