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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리포트34

(쿠바에서 배운) 신경 이야기 1 공동체의 프로젝트로 갑자기 뉴욕에 떨어지게 된 청년 백수 김해완을 기억하시나요? 뉴욕에서 보낸 3년 반의 시간을 이라는 책으로 갈무리한 저자는, 지금 한참 쿠바의 아바나에서 매일 ‘진정한 아바네라(Habanera)’로 갱신되고 있는 중입니다. 쿠바 하면 혁명, 열정, 의료, 교육, 낭만... 이런 단어들이 두서없이 떠오르는데요, 이제 시작하는 에서는 '여행자'의 쿠바가 아니라 '생활인'의 쿠바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화요일에 김해완 작가의 쿠바이야기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쿠바에서 배운) 신경 이야기 1 1학년 2학기 끝자락의 풍경 요즘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꼴을 보면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애기들 같다. 수다를 떠는 중간중간 최근에 수업에서 배운 새로운 의학 용어를 막 .. 2020. 4. 29.
[쿠바리포트] 욕망에 관하여 욕망에 관하여 핑크하우스에서의 마지막 드라마 나는 이사를 가겠다고 말했고, 난리가 났다. 아줌마는 문자 폭탄을 날렸다. 최소한 6개월은 살아달라고 자신이 처음에 부탁했던 것을 잊었느냐고, 왜 배신을 때리느냐고! 물론 그 약속을 나는 기억했다. 그러나 그것은 앞뒤 맥락 쏙 빼먹은 반쪽짜리 약속이었다. 맨 처음 아줌마는 이 집이 라이센스가 없는 불법 까사임을 강조하면서 내게 조용히 살아달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룸메이트를 들이게 된다면 이웃이 불평을 할 수도 있으니, 그 경우에는 정부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서 이 집을 합법 까사로 바꾸겠다고 했다. 합법 까사가 된다면 처음 라이센스 발급 비용(꽤 비싸다)을 메워야 하므로 집값도 올려야 하고, 나도 여기서 최소 6개월은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납득.. 2020. 3. 25.
[쿠바리포트] 당(糖) 이야기 당(糖) 이야기 ‘아쑤깔’의 나라 쿠바에 와서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는 요리 습관이다. 설탕을 팍팍 넣는다. 야채 볶음에도 한 숟가락, 스파게티에도 한 숟가락, 국에도 한 숟가락씩 들어간다. 하지만 설탕이라니, 예전 같았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양념 아닌가? 어린 시절을 더듬어봐도 어머니가 부엌에서 설탕을 사용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연구실에서 주방 당번을 하면서 요리를 익힐 때도 단맛이 필요하면 올리고당을 조금 사용하라고 배웠을 뿐이다. 그 덕분에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내가 살림을 꾸리게 되었을 때도 설탕은 언제나 찬밥 신세였다. 부엌 구석자리에 밀어넣고서, 커피를 마실 때나 가끔씩 꺼내서 한 스푼 뜨는 게 다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가 되었다. 커피를 마실 때만 설탕을 쓰지 않을 뿐(달달하고 쓰디.. 2020. 2. 25.
천국도 지옥도 아닌 천국도 지옥도 아닌 아바나 의대생의 관람기 지난 편에도 썼지만, 지난 짧은 방학에 나는 한국에서 그렇게 떴다는 을 몰아보았다. 이 드라마를 건네준 한국 친구가 파일을 11편까지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서 완주는 못했지만, 이 작품이 어째서 그토록 인기몰이를 했는지 알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말로만 듣고,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몸 담가보지 않은 입시의 세계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입시 경쟁을 피해간다는 게 얼마나 특이한 일인지, 또 얼마나 행운의 일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극성’의 정도가 이 정도까지 갈 수 있다는 데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가도, 또 한 편으로는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현실이라고 납득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또 놀랐다. 외국 친구에게 을 추천해줬더니, 공감을 1도 할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 2020.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