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연재 ▽/연암을만나다27

[연암을만나다] 배움은 생존이다 배움은 생존이다 학문의 길은 다른 길이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붙들고 물어야 한다. 심지어 동복僮僕이라 하더라도 나보다 글자 하나라도 더 많이 안다면 우선 그에게 배워야 한다. 자기가 남만 같지 못하다고 부끄러이 여겨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면, 종신토록 고루하고 어쩔 방법이 없는 지경에 스스로 갇혀 지내게 된다. (박지원, 「북학의서」,『연암집(하)』, 돌베개, 65쪽) 이토록 무서운 말이 없다. 부끄럽다고, 지금 내가 못났다고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묻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스스로 갇힌 채. 그래서 연암은 학문에 다른 길은 없다고 한다. 나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묻고, 배워야 한다고. 그런데 일상에선 영~ 쉽지 않다. 이런 나를 인.. 2020. 7. 23.
[연암을만나다] 정情을 다한다는 것 정情을 다한다는 것 며칠 전 일 년에 걸쳐 공부한 연극이 끝이 났다. 발표를 마지막으로 나름 정이 가던 연극 속의 인물들과 영영! 작별했다.^^ 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삽질을 반복하는데, 그중 ‘트레플료프’라는 인물은 올해 초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가장 마음이 가는 인물이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무슨 말인지,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른 역할을 맡았다가, 트레플료프 역할을 하던 친구가 그만두면서 여름 즈음 다시 그와 만나게 되었다. 막상 그 인물이 되어보려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제법 이해가 되고, 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와 나는 어딘가 많이 달랐다. 극중 트레플료프는 엄마의 애정을 갈구하고, 여자 친구에게 자기 작품 세계를(그는 작가.. 2020. 7. 9.
[연암을만나다] 달관의 맛 달관의 맛 아마 이 글이 무사히 완성되어 올라간다면,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는 깨봉2층에서 연극공연을 올리고 있을 거다. 하하. 1년의 준비기간이 있었고 벌써 3번째로 극을 올리는 건데도,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준비가 안 된 것 같은 마음은 이번이 제일 심한 것 같다. 이번 극 에 마음이 열리기까지가 오래 걸렸기 때문일거다. 뭐에 그리 거부감이 들었던 걸까. 이번 극은 연극 시간이 20분가량 되었던 작년과는 다르게 1시간 30분이라, 하루에 1막 이상 연습하기도 빠듯한데다가 대사 외우는 것도 더디고 막막하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내가 맡은 캐릭터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내가 맡은 역은 불평불만 많은 할아버지 ‘소린’역인데, 내가 보기에 이 사람에게 본받을 점이라곤 1도 없어보였다. 이 사.. 2020. 6. 18.
학술제 ‘소경’에게 지팡이 쥐어주기 학술제 ‘소경’에게 지팡이 쥐어주기 연구실에 오니 여행 할 일이 참 많아졌다. 평소 나는 여행을 할 때, 보통 무계획(?)으로 다녔다. 치밀하게 짜놓은 계획이 지역곳곳의 상황에 따라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몇 번 겪고 나니 계획은 ‘큰 얼개만 짜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후 가고 싶은 나라와 도시, 보고 싶은 것들 정도를 정해놓고 일단 떠났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의 고급정보(!)를 따라 일정을 바꾸기도 하고, 좋은 곳에 더 머물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함께 여행을 할 때는 이럴 수가 없었다. 공부한 친구들과 함께해서 좋기도 했지만, 빽빽하고 치밀한 일정으로 여행이 무거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까지 짜야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행을 할 때 함께 리듬.. 2020.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