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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의인문약방12

[인문약방] 영양제=다다익선? 영양제=다다익선? 약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영양제에 관해서다. 최근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활성화되어 제품들이 넘쳐나고 건강 관련 정보도 너무 많다.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또 어떤 정보가 믿을 만 한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일부 사람들은 영양제의 광신도가 되어 커다란 약 케이스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가득 넣어 다니면서 끼니마다 한 주먹씩 삼킨다. 얼마 전 TV에서 한 연예인이 아예 영양제 방을 만들어 놓은 걸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며칠 전 동생네에 갔다가 몇 가지 영양제가 있길래 왜 먹느냐고 물었다. 크렌베리 추출물은 방광염에 좋다고 직장 동료가 추천해서 먹고, 베타글루칸은 염증을 없애주니까 몸에 좋을 것 같아 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생이 알고.. 2020. 7. 13.
[인문약방] 늙음이 당황스럽다 늙음이 당황스럽다 작년 중반부터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약국을 옮겨 일하고 있다. 새로운 약국엔 노인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연스럽게 나는 노인들과 예상치 않았던 관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는 모르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 변화들이 자주 날 당황스럽게 했다. 약국으로 출근하는 노인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약은 노인이라면 응당 복용해야 하는 것처럼 노인들 처방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퇴행성 관절염, 백내장, 빈뇨나 요실금, 불면증, 변비 등 노화 현상에 대한 약들이 추가된다. 최근엔 치매를 예방해준다는 뇌 영양제를 너도 나도 유행처럼 지어간단. 어떤 분은 미리 예방한다면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와서 날 놀라게 했다. 약국에 자주 오는 .. 2020. 6. 8.
[인문약방] 지르텍 주세요 지르텍 주세요 “그런데 왜 지르텍을 달라는데 다른 약을 권하는 거야?” “아마도 같은 성분과 효능인데 가격이 저렴한 약이 있어서 그랬겠지. 지르텍은 팔아도 남는 거 하나도 없어!” 친구가 저런 질문을 하면 난 약사를 사기꾼이나 도둑놈처럼 보는 것 같아서 흥분한다. 지르텍을 비롯해 광고로 유명해진 브랜드 약들은 모두 사정이 같다. 광고 비용이 약 가격에 반영되어서 원가가 올라가 비싸게 들어온다. 게다가 이런 약들의 가격으로 약국을 비교하기 때문에 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마진 없이 판다. 모든 광고가 그렇겠지만 약은 유난히 광고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건강은 언제나 다다익선 아닌가! 새로운 모델이 광고를 하면 여지없이 곧 그 약을 찾는다. 하지만 유명한 약이라고 해서 모두 다른 약에 비해 효.. 2020. 5. 4.
[둥글레의인문약방]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약국이 한가하다. 감기나 알레르기 질환들이 뜸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약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노인 환자들이 많아서 늘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여름이 되자 약국으로 일명 ‘다이어트 처방’이 몰려들었다. 다이어트 처방은 계절에 상관없이 늘 있지만 노출이 많은 여름이 되면 당연히 더 늘어난다. 근무약사 입장에서는 이 처방을 가져오는 손님들이 달갑지는 않다. 처방 일수가 길고 약 가짓수가 많아서 조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약을 먹으면서까지 살을 빼려는 그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다이어트 처방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진료과에 상관없이 발행이 가능하다. 여러 약국에서 근무하.. 2020.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