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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인류학15

[동화인류학] 대지를 놀래키는 완두콩의 큰 웃음 대지를 놀래키는 완두콩의 큰 웃음 냉장고 앞에서 내가 카프카의 시골 사람도 아닌데 냉장고 앞에서면 매번 「법 앞에서」라는 작품이 연출된다. 돈까스를 튀겨야 하는데 오늘은 고기가 없군. 달걀말이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달걀이 없군. 된장을 지져야 하는데, 아흥! 된장밖에 없군. 냉장고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지금은 안 돼!” 우리는 지금에서만 살 수 있는데 시골사람에게 지금은 늘 ‘금지’만 작동하는 시공간이었다. 그런 난처한 상황에서 발버둥쳐야 하는 시골 사람처럼 나는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항상 ‘지금은 만들 수 없는’ 요리만 떠오른다. 재료는 늘 없고, 재주는 원래 타고나질 못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존재는 저마다 타고난 능력을 누린다. 능력은 매순간 할 수 있는 만큼의 끝까지 자신을 표현.. 2020. 11. 9.
그림 형제, 메르헨을 발견하다 그림 형제, 메르헨을 발견하다 동화를 읽어 뭐하나 어떤 경험이 꼭 우리를 성숙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매순간이 다 드라마틱했지만 육아를 통해 내가 무엇을 얻고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된 지 십 년인데 도무지 내가 훌륭해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두렵고, 아이에게 도대체 뭘 해주고 있는지 정신도 없다. 애들도 잘 커야겠지만 나도 잘 자라야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어리둥절하다. 도대체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일까? 어느새 저녁 8시다. 어디선가 풀썩 풀썩 둥둥 집이 울린다. 여기는 바닷속. 두 마리 해파리는 바다생물답게 이불 위에서 헤엄을 치는 중이다. 하지만 물고기도 밤에는 자야 하지. 자, 책을 읽고 잠을 .. 2020. 10. 26.
[동화인류학] 대칭성의 회복을 위하여 「충성스런 요하네스」와 「장화신은 고양이」 대칭성의 회복을 위하여「충성스런 요하네스」와 「장화신은 고양이」 자유가 아니라 이해다 코로나는 2차 대 유행을 맞고 있다. 2주간의 방학이 끝나고 전일 등교할 수 있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다시 매주 일일 등교라는 원격수업의 2학기가 시작되었다. 정말이지 큰일이다. 코로나가 잠잠한 뒤로 장장 50여일을 넘는 장마가 전국을 강타했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태풍 바비가 시간당 30-50mm의 순간풍속 최대 60m의 강풍을 몰고 북상중이다. 눈뜨면 학교나 직장에 가고 사람들과 카페나 식당에서 놀고 일하던 시절이 언제쯤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일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해 보인다.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와 기후 위기의 증상들을 앓고 있다. 고통과 두려움이 그 발걸음을 멈출 줄 모른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2020. 10. 12.
[동화인류학] 그들은 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되었나? 그들은 오래오래 - 그들은 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되었나? 행복의 조건 “행복은 뭘까?” 조카 연하가 말한다, “인류가 좋게 생각하는 거요. 특히 어린이가 기뻐하는 거요.” 둥순이가 말한다, “사람들이 기쁘고 서로서로 배려하는 것.” 둥자가 말한다. “사람들이 기뻐서 폴짝폴짝 뛸 만큼 좋은 거요.” 승환이가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갖게 되고, 원하는 곳에 가게 되는 거요.” 행복이란 뭘까? 행복은 기쁨과 동의어다. 그럼, 기쁨은 뭘까? 연하는 4학년. 벌써 ‘인류’를 걱정한다. 기쁨은 나 하나의 것이 아니라 인류의 것. 그리고 그 인류를 대표하는 얼굴은 어린이다. 그리고 둥순이와 둥자는 알고 있다. 기쁨은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 기쁘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배려해야 하고, 온몸으로 그것을 표현.. 2020.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