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61 적, 내 미지의 친구들 적, 내 미지의 친구들 밀실 속의 환상 군 입대 첫날이 떠오른다. 흐릿한 기억들 가운데 유독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장면은, 처음으로 낯선 남자애들 20여 명과 같은 생활관에 남겨지게 되었을 때다. 짧은 몇 분의 정적이 흐르고, 다른 이들은 모두 행동을 개시했다. 서먹하고 적대적인 공기를 불식시키고 옆 자리에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익명의 빡빡머리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모두들 본능적으로 열심히 입을 놀려댔다. “이름이 뭐예요?”, “어디 살아요?”, “학교는 어디 다녀요?” 보충대에 머무는 고작 사흘 동안 볼 사람들끼리 뭐 그렇게 알아야 할 게 많다고. 내 눈에 그들의 행동은 낯선 곳에 떨어져 낯선 이들에 둘러싸인 상황을 견디지 못해 어떻게든 의지할 상대를 구하고자 하는 발버둥처럼 보였다. 그.. 2017. 9.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