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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현직 약사가 들려주는 슬기로운 병과 삶, 앎에 관한 이야기』가 출간되었습니다!

by 북드라망 2021. 2. 8.

세상 어느 약국에도 없는, 약방문(藥方文)이자 약방/문(藥房/文),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현직 약사가 들려주는 슬기로운 병과 삶, 앎에 관한 이야기』가 
출간되었습니다!

 


모두들 [화이트] 입춘 잘 보내셨는지요? [입춘 추위는 꿔다 가도 한다더니, 올해는 눈이라는 이자까지 붙여다 했네요.] 좌우간 입춘 지났다고 벌써 롱패딩 세탁소 갖다 주지 마시고, 내복 벗지 마시고요! 내복은 식목일에 벗어서 개천절에, 아니 명색이 인문의역학 전문 출판사이니 다시 하겠습니다. 내복은 청명에 벗어서 한로부터 입는 것이라는 생활의 지혜를 잘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입춘이 지나자 저희 북드라망에도 또다른 새싹이 돋기 시작했으니, 바로 신간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현직 약사가 들려주는 슬기로운 병과 삶, 앎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제까지 붙으니 제목이 꽤나 길지만 어렵지는 않지요? ‘인’(人)은 사람이요, ‘문’(文)은 글이요, ‘약’(藥)은 약이니까요(^^). 그리하여, 이 책은 사람과 글로 통하는 ‘약방문’(藥方文, 처방전)이자 ‘약방/문’(藥房/文, 약방에서 태어난 글)이기도 합니다. 

 


약방에서 글을 탄생시킨 저자, 김정선(필명은 둥글레) 선생님은 현직 약사이신데요, 아주 화려한(?) 이력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미술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딸의 안정된 삶을 바라는 엄마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할 수 없이 가신 곳이 무려 (앞날이 무조건 보장되는) 약대! 약대 졸업 후에는 종합병원과 의약품 도매상, 제약회사, 약국 등을 두루 거치며 스스로를 불태우던 어느 날, 일을 그만두고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 이유를 선생님은 “다르게 살고 싶었다”(김정선, 「머리말_약사에서 ‘호모큐라스’로」,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5쪽, 이하 『인문약방』)고 말씀하셨는데요. ‘다른 삶’이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아마 저희 북드라망 독자님들이라면 곧 김정선 선생님께 닥칠 시련을 눈치 채고 계실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책 읽기와 글쓰기! 

생전 처음 듣는 루쉰(魯迅, 1881~1936)이라는 사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기획세미나 (……) 첫 시간부터 멘붕이 왔다. 문학하고는 거리가 멀기도 했고 책을 반복해서 읽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글쓰기라곤 초딩 때 숙제나 일기 쓰기가 다였던 상태. 첫 시간에 난 세 명 안에 뽑혔다. 튜터였던 이희경 선생님(문탁샘)이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고른 예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그땐 너무 창피했다. 그다음 시간에도 문탁샘은 세미나가 끝난 후 조용히 나를 불렀다. 친절하게 내 글에 대해 조언해 주었지만 내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프롤로그: 인문약방, 여기가 로두스다!」, 『인문약방』, 17~18쪽) 

이 길로 선생님이 집으로 도망쳐 버리셨다면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책 『인문약방』이 세상에 나올 일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이렇게 훌륭한(!) 책으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책 제목의 ‘인문약방’ 네 글자가 그 과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루쉰, 일리치, 스피노자, 푸코를 공부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했던 공동체 사람들[人]이 있었기에 선생님의 지난 7년이 가능했겠지요.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힘들었지만, 변화해 가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에 글쓰기[文]를 벼리고 또 벼릴 수 있었던 것이고요. 우정과 공부, 글쓰기라는 수련을 통해 앓는 것, 아는 것, 읽는 것, 쓰는 것 모두가 삶을 기르는(養生) 약[藥]임을 깨닫게 되고, 공동체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나’와 ‘약사’를 업으로 하는 ‘나’가 함께할 수 있는 곳[房]을 만들어 나가는 여정이 이 책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현직 의료업계 종사자로서 예리하게 짚어 내는 현대의료 제도와 의학 기술의 맹점이나 자신의 몸과 일상을 스스로 돌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의료 서비스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도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이 책은 ‘약사 사람’에서 인문학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문학도이자 다시 약사로 돌아온, 한 ‘호모 큐라스’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물이 성장을 앞두고 있는 지금, 함께 성장해 나갈 새 책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을 소개해 드릴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책은 서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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