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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

연말 되니 생각나는 2015 올해의 드라마

by 북드라망 2015. 12. 21.


다시 찍고 싶다, 더 좋아하고 싶어서……




안녕하세요. 편집자 k의, 올해의 마지막 드라마극장입니다. 원래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만…… 이제 곧 한 살을 더 먹을 것이라 그런지, 올 한 해 동안의 ‘드라마극장’을 정리해 보고 싶네요. 물론 요것으로 이번 포스팅을 때우겠다는 것은 아니옵고 잠깐 복기만 살짝 해보겠다는 것이옵니다. 


이번 편을 제외하고 ‘편집자 k의 드라마극장’은 총 7편이 포스팅됐었는데요, 1월에는 <삼시세끼, 그들의 명대사>였습니다. 이 글이 올라갈 때만 하더라도 올해가 ‘<삼시세끼>의 해’가 될 줄은 몰랐죠. 1월에 <삼시세끼> 어촌편, 5월엔 정선편, 10월엔 어촌편 2까지……, 네, 저도 계속 함께했습니다. 특히 농촌편에서 활약했던 밍키가 정선편에서 엄마가 되었을 때, 어찌나 찡하던지요. <삼시세끼> 이야기가 나온 김에 4월에는 제가 구기동에서 참바다씨를 스친 기념으로 <유해진 스페셜>을 올렸었지요. 3월에는 사진 많은 포스팅을 해보겠다고 <응답하라, 90년대 캠퍼스 드라마>를 했었는데……왜, 왜 그랬었는지;;; 지금 봐도 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5월에는 당시 화제작이었던 <풍문으로 들었소>의 유준상 스페셜을 하면서 유준상의 데뷔작이었던 MBC 베스트극장 <네발 자전거>를 다뤘는데 의외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좀 계셔서 (솔직히 초큼) 으쓱했답니다.(^^;) 7월에는 <연애시대>를 하면서, 일본판 <연애시대>를 보겠다고 해놓고는 아직 못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냥 감우성-손예진 버전을 또 보게 될 것 같네요. 8월에는 ‘양팔통’에 대한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본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를 했었고요. 11월에는 시즌 1에서부터 14까지 대장정을 마친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았더랬지요. 이렇게 보니 참… 기준이랄까, 뭐 그런 것도 없이 되는 대로 막 하였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랑해 주셨던 (것 맞지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자, 이제 다시 오늘의 드라마로 돌아와야겠지요? 좌우간 이 연말 분위기를 이어서(응?) 오늘은 2015년 올해의 드라마를 꼽아보려고 합니다. ‘올해의 드라마’라고 해서 별다른 건 아니고 2015년 방영된 드라마 중에서 연말 되니 어쩐지 한 번 더 보고 싶은, 올해의 마무리를 함께하고픈 드라마라고나 할까요. 그 드라마는 (그냥 바로 뽑겠습니다;; 뭔 긴장감이 있다고 끌겠습니까;;) 5월 15일에 첫회가 방영된 KBS 드라마 <프로듀사>(표민수·서수민 등 연출, 박지은 등 극본)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를 성공시킨 박지은 작가와 김수현의 재회와 김수현 만만치 않은 출연진, 예능 PD와 드라마 PD의 합작 연출 등등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작품이었는데요, 요즘 최고로 핫한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 류준열이 김수현의 입사동기로 출연했다는 사실 때문에 요즘 또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습니다. <프로듀사>의 류준열과 <응팔>의 류준열을 보면 참 사람 일이란 것이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지욥? 극중에서 신디라는 가수 역을 맡은 아이유가 생방송 중에 시스루 의상을 드러내기 위해 자켓을 확 벗어던졌을 때 도저히 연기라고만은 보기 힘든 감탄사를 토해내던 류준열의 모습이, 다시 보니 어찌나 귀엽던지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흠흠.


대세니까 사진도 먼저 투척! 어쨌든 김수현도 있으니까요^^



KBS 예능국 PD로 첫출근을 하게 된 백승찬(김수현)과 곧 그의 직속 상사가 될, 상시 폐지설이 도는 <1박 2일>의 메인 PD 라준모(차태현)와 라준모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자 회사 동료이며 피치 못할 ‘일시적인 주소 공유’ 관계에 있는 <뮤직 뱅크>의 메인 PD 탁예진(공효진), 그리고 부와 미모, 인기를 모두 가졌지만 좀처럼 행복하지 않은 가수 신디(아이유)가 <프로듀사>의 주인공들입니다. 주인공이라 함은 러브라인도 나누어 갖는다는 말이지요. 종영된 드라마라 이미 알 만하신 분들은 다 알고 계시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백승찬은 대학시절 좋아했던 누나를 따라 KBS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누나가 있는 <연예가 중계> 팀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1박 2일>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더 가관인 것은 그 누나와 사귀고 있던 사람이 라준모였던 것! 이에 백승찬 못지않게 속이 부글부글 끓었던 것은 탁예진. 공인된 ‘여사친’, ‘남사친’인 라준모-탁예진이지만 어느새 탁예진에게 라준모는 ‘남>사친’이 되어 버렸죠. 그리고 누나가 떠나 버린 텅 빈 마음을 탁예진으로 꽉 채운 백승찬과 그제서야 탁예진의 ‘남사친’으로 남을 것인가, ‘남친’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라준모. 그리고 열세 살부터 연습생 생활을 한, 어쩌면 이들 가운데 가장 연예계 물을 오래 먹은, 그리하여 닳고 닳은 신디는 숫자나 산수와는 거리가 먼 백승찬을 마음에 두게 됩니다.(참고로 제가 가장 응원했던 커플은 [제가 좋아하는] 예지원-김종국이었습니다!) 




어찌저찌 해서 백승찬은 탁예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게 되는데, 이에 탁예진은 완곡하게 승찬의 마음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승찬: 어젯밤 제가 집에 걸어갔는데요 …… 그렇게 오래오래 걸으면서 생각을 했거든요. 다시 찍고 싶다. 

예진: 뭐? 뭘 다시 찍어?

승찬: 내 인생이 어떤 프로그램이고, 난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이고,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찍고 있다면……

예진: 어~ 비유 봐. 어우 너 진짜 피디 다 됐구나. 계속해

승찬: 그렇다면… 다시 찍고 싶다. 어디서부터 다시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곰인형에 내 마음을 녹음하지 말았어야 하는지, 아버지가 장기 두자고 나오라고 하실 때 선배만 그 방에 두고 나가지 말았어야 하는지, 아니면 선배가 놀이터로 나오라고 할 때 차라리 가지 말았어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선배가 거절을 하지 못하게 어제 데이트, 하지 말았어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훨씬 전에, 선배랑 함께 있는 게 좋아지고, 선배가 준모 선배를 바라보는 게 싫어졌던 그때, 그때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다시 해야 하는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시 찍고 싶다. 

예진: 왜? 왜 다시 찍고 싶어? 날 좋아하지 않았으면 마음도 안 아프고, 편했을 것 같아?

승찬: 아뇨. 더 제대로 좋아하고 싶어서요. 제가 너무 서툴렀고, 부족했고, 급했으니까. 어리고 촌스러웠으니까. 더 멋진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지금 컷하고, 여태껏 찍은 거 다 편집하고, 다시 찍어 달라고 하고 싶다, 내내 그런 생각하면서 걸었습니다. 불가능한 걸까요?



이...이런 건 정말 다시 찍고 싶겠죠;;;


요즘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다시 찍고 싶다’고요. 2015년이 어느새 열흘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다시 찍는다고 해서 아프지도 않고, 편하리라는 보장이 있나요? 설사 다시 찍는다고 해서 ‘더 제대로 좋아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고요.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제가 예진이었다면 “불가능한 걸까요?”라는 승찬의 물음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냉큼 그렇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시 찍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면 찍은 걸 가지고라도 뭔가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겠죠. 저는 그것이 ‘편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올 한 해가 조금은 달라질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그럼 편집이 무엇인지 편집자 k인 제가 말씀드릴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프로듀사>니까 ‘프로듀사’(요 말도 아실 만한 분은 다 아시겠지만 프로듀서+판사, 검사 할 때의 ‘사’가 합쳐진 말입니다)에게 물어봐야죠. 


편집은 포기지.        

좋은 거랑 더 좋은 게 있을 때, 

더 좋은 걸 선택하고

그냥 좋은 걸 포기하는 거.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욕심냈다가는

다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라준모)


이 타이밍에 쓰라고 나왔던 말은 아니지만, 2015년에 있었던 이왕지사 나빴던 것들은 제쳐두고 더 좋은 것, 그냥 좋은 것 중에서 ‘더 좋은 것’만 남겨두세요. 참고로 저희 북드라망은 여러분들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올해를 ‘편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거리가 많아서 든든하네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도 여러 드라마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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