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경4

담헌 홍대용 ② : 『열하일기』보다 흥미진진한 청나라 여행기 「연기」 「연기(燕記)」 : 청나라의 발견, 북학의 시작 1. 『열하일기』 이전, 「연기」가 있었나니! 오래전부터 중국 여행을 준비했던 담헌 홍대용이 1765년 12월 연경을 향해 길을 떠났다. 서울에서 의주까지 1천 50리, 의주에서 연경까지 2천 61리를 왕복했다. 담헌은 동지사의 일행 중 한 명이었지만, 공식 사행단이 아니라 개인 수행원 자격으로 길을 떠났기에 자유로운 여행객으로 청나라의 곳곳을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와 여행기를 썼으니, 「연기(燕記)」가 그것이다. 최고의 여행기라 불리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유명세에 비교할 때, 담헌의 「연기」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담헌 홍대용 하면 국경 너머 청나라에서 이국의 선비들과 진한 우정을 나눈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런데.. 2014. 12. 30.
[남인 백수 1세대, 성호 이익] ③ 계몽의 시학 & 분노의 파토스 남인 백수 1세대, 성호 이익이 사는 법 ③ 남인백수 1세대! 성호 이익, '절용'과 '실용'을 사유하는 산림학자! 계몽의 시학 & 분노의 파토스 1. 경건하고 엄숙하게! 성호 학맥의 특징은 경건함과 엄숙함이다. 이들은 ‘세상을 구제할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처럼 반듯하고 바르게 생활했다. 하여, 늘 자신을 단속하고 국가와 백성에 대해 근심했다. 또한 시비, 선악의 구분에 아주 엄정했다. 다산의 비장미와 엄숙주의, 그리고 경건함은 성호로부터 비롯되었다. 성호는 허약 체질로 병이 많았던 탓에 어머니 권씨 부인이 약주머니를 달고 다니며 수시로 약을 먹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 때문에 특별한 스승 없이 가학으로 학문을 연마했다. 어려서는 둘째형 이잠에게, 이잠 사후엔 셋째형 이서(옥동선생), 종.. 2014. 6. 24.
나의 글이 나의 저항이다!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출간! 연암과 다산이라는 큰 별에 비하면 이옥은 작고 초라한 별이다. 연암-정조-다산을 중심으로 한 18세기의 찬란한 성좌 언저리 어딘가에서 겨우 희미한 빛을 낼 뿐, 이 작은 별이 18세기의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이 미미한 별을 빼놓고 문체반정이라는 사건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옥이야말로 전통적 글쓰기 담론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하나의 징후요, 낡은 글쓰기의 영토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도주선이기 때문이다. 도주선, 극미하지만 빠르게 영토를 횡단하는 그 사건이야말로 지층의 평형상태를 교란시키는 힘이다. … 나는 이옥의 미미한 존재감을 커다랗게 과장함으로써 그를 '위대한 문인 리스트'에 기입하려는 게 아니다. 이 글은 18세.. 2013. 5. 20.
고양이와 상추쌈과 담배와 벌레와 정(情)에 관하여 이옥 함께 읽기 고양이와 상추쌈과 담배와 벌레와 정(情)에 관하여 담배가 맛있을 때 책상에 앉아 글을 읽을 때, 중얼중얼 반나절을 보내노라면 목구멍이 타고 침도 마르는데, 먹을 만한 것이 없다. 글 읽기를 마치고 화로를 당겨 담배를 비벼 넣고, 천천히 한 대 피우면 달기가 엿과 같다. … 길고 긴 겨울밤 첫닭 우는 소리에 깨어 대화할 상대가 없고 할 일도 없을 때, 잠시 부시를 탁 하고 쳐서 튀는 불꽃을 받아 천천히 이불 아래에서 은근히 한 대 피우면 봄기운이 빈 방에 피어난다. … 산길의 허름한 주막에서 병든 노파가 밥을 파는데, 밥은 벌레와 모래가 뒤섞여 있으며 젓갈은 비리고 김치는 시었다. 다만 내 몸, 내 목숨 때문에 할 수 없이 토하고 싶은 것을 참고 억지로 삼키노라면 위장이 멈춰 움직이지 않는.. 2013.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