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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선생111

실수는 저지른 직원만의 잘못일까? - 조직 내에서 함께 산다는 것 공생, 감각을 공유하는 공동체 ❙ 강한 규율, 강한 조직?온몸에 받은 봄햇살로 머리도 가뿐하다. 그러나 방심하는 사이에 곡우(穀雨)를 지나 벌써 입하(立夏)가 돌아왔다. 봄에는 몸 이곳저곳이 간질간질하고, 아지랑이에 눈도 맵다던데, 이번엔 꽃향기는커녕 풀내음도 제대로 못 즐기고 떨어져 누운 꽃잎만 바라보고 눈만 껌벅거린다. 집근처 좁다란 도랑에는 벌써 여름을 알리는 개구리들이 밤새 울어대고, 늦은 봄비가 내리자 양기 가득한 지렁이가 보도블록 사이로 머리를 들이 민다.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이런 때면 은행일도 손에 안 잡힌다. 안 그래도 팀원들에게 이런 저런 업무 착오가 많아졌다. 새해에 전입한 팀원들은 여전히 업무에 익숙하지 않고, 기존 팀원들은 너무 익숙해져 자신을 경계하지 않은 탓이다. .. 2016. 6. 28.
병을 환대할 수 있는 위대한 건강! 자기 삶의 연구자 우울한 방문객, 병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 한 팀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너무 몸이 아파 다음날 휴가를 내야겠다고 했다. 어제, 오늘 그 친구가 반차를 쓸지 모르겠다며 이야기하던 생각이 났다. 들어보니 아내와 아이도 함께 병을 얻은 모양이다. 겨울날 된바람처럼 그 친구의 마음도 추울 생각을 하니 불현듯 몹시 안쓰럽다. 직장인들에게 병은 쉽게 일상을 무너뜨린다. 왕들조차 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 생각하면 그리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성군이라던 세종도 평생 병을 달고 살았다. 젊어서부터 쭉 한쪽 다리가 쑤시고, 등에 부종(몸이 붓는 증상)이 심해 돌아눕질 못했으며, 소갈증(당뇨병)에다, 심지어 안질(눈병) 때문에 정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기도 했다. 급기야 병이 심해 29세가 되던 때에.. 2016. 6. 14.
자기가 자기에게 예속되다? '정신의 등반'이 필요한 이유 다른 관계, 다른 자기 단일재배, 단일품종 제주에서는 감자를 ‘지슬’이라고 부른다. 땅 속 열매라는 뜻의 한자 표현인 ‘지실’(地實)의 사투리 발음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감자는 땅속 줄기마디에서 기는줄기가 나와 그 끝이 비대해진 덩이줄기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지슬’은 감자의 정체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감자는 땅 속에 거주하는 놈이다. 땅에 붙어 도무지 멀리 가지는 못할 것 같은 이 감자의 원산지는 놀랍게도 안데스 산맥이다. 당시 잉카인들이 재배 했던 감자는 3,000종이 넘었다고 한다. 사실 야생 감자는 동물에게 먹히는 일이 없도록 독이 들어 있고, 그 맛도 쓰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잉카인들은 자신들만의 해독 작업을 통해 ‘츄노’라는 아주 독특한 에너지원을 고안하기도 한다.. 2016. 5. 31.
[약선생의 도서관]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걷기, 증여의 마음을 연습하다 프레데리크 그로,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오랜만에 고향인 제주에 갔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옛 담임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다. 좀 일찍 도착한 나는 남은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제주 시내를 무작정 걸었다. 제주라면 자연경관부터 떠올리는 이들은 언뜻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나에겐 시내 골목골목이 더 강렬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제주도도 역시 사람 사는 마을인 것이다. ‘사람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 나면 제주로 보낸다’는 말은 그래서 무책임하다. 관덕정에서 동문시장까지 이곳저곳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먹어대던 낡은 자장면 집, 술 취한 내가 기대어 토악질 해대던 옛 술집의 담벼락, 그리고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면 몰래 숨어 들어간 .. 2016.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