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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12

[내 인생의 일리치] 약보다 책! : 노년의 새로운 건강법 고전비평공간 규문에서 공부하시는 선생님들의 이반 일리치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름하여 "내 인생의 일리치"!! 선생님들은 일상 생활에서 질문을 던지시고 일리치의 해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십니다. 각자의 일상이 다 다른만큼, 글의 주제 또한 다양합니다. 건강, 도구, 노동, 젠더 등등! 선생님들의 글을 통해 미리 고민해볼 수 있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약보다 책! : 노년의 새로운 건강법 한현정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트로이의 왕자 티토누스를 사랑하여 그에게 영생을 달라고 신들에게 간청했고 신들은 청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에오스가 영원한 젊음도 함께 달라고 청하는 걸 깜빡 잊는 바람에 ‘영생’을 얻은 티토누스는 늙고 병든 몸으로 언제까지고 꾸역꾸역 살수밖에 없게 되었.. 2023. 12. 22.
[메디씨나 지중해] 병원 발데브론 이야기 병원 발데브론 이야기 오늘은 내가 이번 학기부터 나가게 된 병원 발데브론(Vall d’Hebron)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3학년부터 UAB의 의대생들은 바르셀로나에 흩어져 있는 네 군데의 병원으로 배치된다. 본 캠퍼스에 비교하면 병원 내 학교는 크기도 작고 시설도 별로 없다. 그래도 학생들은 만족한다. 지금까지가 다른 과 학생들과 캠퍼스를 공유하는 ‘대학생’의 일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이 거대한 병원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침 7시 50분에 병원에 들어서면 벌써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개미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환자, 간호사, 의사, 청소부, 직원, 환자, 엠뷸런스, 택시 기사, 그 사이에서 수업을 들으러 가는 우리들… 이곳이 앞으로 사 년 간 우리의 배움터가 되어줄 곳이다.. 2023. 2. 2.
[활보활보] 이용자와 이별하며 -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것이 인연이다" 짧은 만남과 이별 나의 이용자는 올 초 신촌 세○○병원에서 한 달 새 두 차례 척추 수술을 받았다. 목 앞과 뒤에 철심을 박아서 비뚤어진 척추를 잡아주는 수술이었다. 엉덩이뼈와 골반을 깎아내서 철심과 척추가 붙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기 때문에 언니 몸에는 총 네 군데의 수술 자국이 생겼다. 수술을 마친 언니의 몸에는 피고름이 뭉치지 않도록 밖으로 빼낸 호스와 오줌 줄, 몇 개의 링거, 목 지지대 등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똑바로 누워있는 것도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했다. 잘 먹지도 못해 몸은 비쩍 말라갔다. 하루 세끼 먹은 밥보다 약이 더 많아 보였다. 다크서클은 점점 더 짙어졌다. 힘들어하는 언니를 보면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됐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서 신경외과에서 .. 2016. 9. 9.
[활보활보] 여유롭게 직면하기 각자 할 일이 있다 겨울이 왔다 갑오년, 겨울이 되었다. 초여름 일을 구하려고 여러 이용자를 만났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G언니, H언니와 겨울을 같이 보내고 있다. 외출하려고 언니들의 옷을 갈아입을 때면 겨울을 더 확실하게 느낀다. 여러 겹 옷을 입혀주고 거기에 두꺼운 잠바까지 입혀주면 반팔 옷을 입는 여름이 그리워진다. 일한지 8개월이나 됐지만 옷을 두껍게 입혀주는 건 여전히 어렵다. ‘8개월이나 됐는데 옷 갈아입혀주는 게 왜 어렵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G언니의 근육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팔에 옷을 끼려면 노하우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 노하우는 타이밍인데, 언니가 팔을 살짝 돌릴 때 쑥 집어넣어야한다. 하지만 이 노하우가 옷을 두껍게 껴입을 때는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2016.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