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箕)1 초여름 밤하늘에 불어닥치는 바람의 별, 기수(箕宿)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기수 이야기 바람의 별 기수 오랜만에 시골집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시골집 뒤에는 비탈밭들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너른 언덕이 있다. 뒷산 공동묘지로 향하는 상여가 지나던, 나뭇단을 짊어 메고 내려오는 나무꾼들이 지게를 내려놓고 한 숨 돌리던 언덕이었다. 그 언덕을 사람들은 “강신터”라 불렀다. 그 이름이 ‘신이 강림하는 곳’이란 뜻의 ‘강신(降神)’인지 알 길은 없으나, 그곳엔 늘 신의 숨소리 같은 높고도 가느다란 바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소백산맥을 타고 넘나드는 바람이 대지를 휘감아 돌며 내는 소리였다. 강신의 언덕을 지키는 바람소리는 회한과 미련으로 뒤쳐지는 상여의 뒤를 떠밀어 주고, 나무꾼의 지겟단에 실린 삶의 무게를 거들어주곤 했다. 그 바람의 언덕에 작은 땅 한 뙤기를.. 2013. 5.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