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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남2

찬 이슬의 시간, 한로 한로, 기적과 만나는 시간 송혜경(감이당 대중지성) 어느날 사기꾼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나서 당신에게 딱딱하고 작은 물체를 들이민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과일을 가리키며 일 년 뒤에는 이게 저렇게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 당신이 알고 있던 정보 즉 식물이 씨앗에서 발아해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깡그리 잊는다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은 전부 거짓말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코딱지 같은 것에서 사과가 생긴다고? 배가 열린다고? 밥 한 그릇이 된다고? 오~노우~ 언빌리버블! 이건 분명 사기다. 그런데 한로(寒露)가 되면 사기꾼의 거짓말이 진실로 밝혀진다. 씨앗은 어느 새 달콤한 사과로, 배로 그리고 밥 한 그릇이 되어 나타난다. 실제로 우리는 이 사실에 놀라지 않는다. 이 오곡백과들이 어디서 .. 2012. 10. 8.
추남(秋男), 가을남자의 감초타령 약방의 감초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섭씨 34도를 오르내리던 무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어컨과 먹거리가 함께 있는 동네 도서관을 전전하던 여름이 지났다.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가을이 도래했는데, 가족들은 아직도 입맛이 돌지 않아 입 짧은 소리를 가끔 한다. 뭐 먹을 거 없어? 이런다. 눈앞에 먹을 거 뻔히 보면서. 삼계탕과 생맥산으로 여름을 간신히 넘겼지만, 아직도 지친 심신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팔팔한 초딩 딸은 덥거나 말거나 뭐든지 먹을 것만 많으면 만사 오케이지만, 중년의 한가운데를 넘어서고 있는 남편은 역시나 여름을 넘기고 나서 힘든 기색을 보인다. 소심한 남편이 차마 보약 타령은 못하고 있지만, 밥상 위에 고기반찬이라도 올라가야 간신히 젓가락을 움직인다. 뭔가를 찾아서 먹여.. 201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