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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자연3

[내인생의주역시즌3] 풍천소축, 가장 높은 하늘의 도, 오직 스스로 낮출 뿐(2) 풍천소축, 가장 높은 하늘의 도, 오직 스스로 낮출 뿐(2) 주왕은 가볍고 만만한 상대가 결코 아니었다. 섣부르게 대항했다가는 되려 큰 화를 불러들일 것이었다. 그렇다고 주왕의 폭정을 그냥 가만히 두고 볼 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바로 여기서 서백이 찾은 길이 ‘작은 것’의 힘이었다. 작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작기에 할 수 있는 일. 거칠고 위험한 기운을 길들이는 것은 오히려 유순한 힘이라는 것. 하여 서백은 자신을 낮추는 그 공손함으로 주왕과 마주한다. 서백은 우선 유리옥에서 나오기 위해 주왕에게 선물을 보냈다. 최고의 미녀와 준마(駿馬), 그리고 여러 특산물들이었다. 주왕은 미녀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말에다가 보물까지 바쳤냐며 한껏 신나서는 서백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더해 주변 제후국들을 .. 2024. 3. 13.
[복희씨가들려주는동의보감이야기] “바보야, 문제는 리듬이었어!” “바보야, 문제는 리듬이었어!” 몸은 ‘오랫동안’을 싫어한다 양성의 도는 오랫동안 걷지도 말고, 오랫동안 서 있지도 말고, 오랫동안 앉아 있지도 말고, 오랫동안 누워 있지도 말고, 오랫동안 보지도 말고, 오랫동안 듣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허준, 『동의보감』, 동의문헌연구실 옮김, 법인문화사, 2012, 215-216쪽) 이 글을 읽자마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좀 일어나서 움직이세요. 그러다 진이 다 빠질 것 같아요.” 연구실 공부방에서 함께 지내던 학인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그분은 한 번 책상 앞에 앉으면 보통 한두 시간은 앉아 있다. 처음에는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왠지 저런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 2022. 11. 3.
처서, 모기의 입은 쉽게 삐뚤어지지 않는다 처서, 온 누리에 숙살(肅殺)이! 김동철(감이당 대중지성) 처서, 매가 되는 시간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은 요즈음엔 딱히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처서가 왔음에도 도심 속 모기는 여전히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만큼 더위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렷다. 남은 더위, 즉 잔서(殘暑)의 흔적은 단지 모기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여름인양 일상을 잠식하고 있는 열기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열기는 다름 아닌 산만함이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는 덥다는 핑계거리라도 있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봄과 여름의 발산하는 기운에서 토(土)의 교량을 건너 가을과 겨울의 수렴하는 기운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시공간의 장으로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여름의 습관대로 살고 있다면 곤란하다.. 2012.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