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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랑스2

우리가 TV를 켠다, TV가 우리를 켠다 기술과 존재 내 집엔 TV가 없다. 결혼 때 사들인 TV가 고장 나자 다시 사지 않았다. 이제는 굳이 TV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 인구에 회자되는 개그프로나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런 프로를 꼭 봐야만 할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다. 더러 보고 싶기는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본방사수’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강박은 수상쩍다. 방송사가 만들어놓은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할 것처럼 여기게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나도 올림픽이니, 월드컵이니 하는 것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럴 때면 인터넷 생중계 화면을 이용해야한다. 투덜대는 아들 녀석과 컴퓨터 화면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가끔 ‘버퍼링’님이 찾아오시면 아들의 불평은.. 2012. 9. 3.
한여름에 읽는 8편의 소설 ② - 세계문학을 만나다 이야기는 ‘나’를 바꾼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고골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지구 곳곳에 고약한 냄새가 떠돈다. 그래서 그 달은 너무 약하여 사람이 살 수 없다. 거기에는 지금 코들만이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코를 볼 수가 없다. 코가 달나라에 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무거운 물체이기 때문에 이것이 달 위에 올라앉으면 우리들 코는 금세 가루가 될 것이다.(130쪽, 『광인일기』) 하지만 이 세상에선 무엇이든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기쁨 역시 다음 순간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고 또 그 다음엔 더욱 시들해져서 마침내 예사로운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그것은 마치 작은 돌이 물에 떨어졌을 때 생기는 파문이 결국 다시 평평한 수면으로 되돌아가는 것과도 같다.(39쪽, 『코』) 루쉰은 레르몬토프, 고골.. 2012.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