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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헌 홍대용4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생태학을 마무리하며 : 두 가지 단상 소리 한 번 질러보는 것도 운명입니다! 큰 바닷가 큰 강 언덕에 웬만한 어류들은 견줄 바 못 되는 어마어마한 괴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 괴물은 물을 만났다 하면 변화무쌍하게 비바람을 일으키고 하늘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일도 어렵지 않으나, 물을 만나지 못하면 그저 몇 자 몇 마디 되는 곳 안에서만 움직일 뿐이지요. … 곤궁하게도 메마른 곳에 처박힌 채 스스로 물을 구해 올 재간이 없어, 저 수달들의 비웃음을 받아온 지 여덟아홉 해가 되어갑니다. 힘 있는 자라면 그 곤궁함을 불쌍히 여겨 다른 데로 옮겨주는 것도 손 한 번 들고 다리 한 번 움직이는 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불쌍히 여겨주는 것도 운명이요, 불쌍히 여겨주지 않는 것도 운명입니다. 이 모든 게 운명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리 .. 2015. 3. 17.
담헌 홍대용 ⑤ 『의산문답』 성리학을 넘어선 인간의 조건 홍대용의 『의산문답』: 다른 우주, 다른 세상 우주의 이치로 세상의 이치를 꿰뚫다 1. 중국 여행 그 후, 『의산문답』 담헌 홍대용에게 중국 여행의 후폭풍은 상당히 거셌다. 항주 선비들과의 필담을 묶어 편찬하고, 여행기를 쓰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중국 여행은 담헌의 사유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박제가에 의하면 청나라에서 돌아와 담헌은 수리와 기하 연구에 완전히 몰입했다고 하는데, 『주해수용』이라는 수리학 책의 편찬은 그 결과물이었다. 담헌은 또 실용적 지식을 정리하는 일에 머물지 않았다. 중국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인하여 천문과학의 이치를 궁구하는 동시에 이것으로 세상의 이치까지 꿰뚫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 결산물이 『의산문답』이다. 『의산문답』은 중국과 조선의 경계에 놓인 ‘의무려산’을 배.. 2015. 2. 10.
담헌 홍대용 ① : 우주를 사유하는 자연철학자 노론 명문가의 후예, 홍대용 과거를 포기하고 우주를 사유하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홍대용! 홍대용(洪大用, 1731-1783)이라는 이름 석 자를 듣는 순간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천애지기(天涯知己)’와 ‘천문과학’이 떠오른다. 청나라 북경의 유리창에서 우연히 만나 밤새 이야기를 나눈 일을 계기로 평생 우정을 주고받았던 담헌(홍대용의 호)과 그의 중국인 친구 엄성, 육비, 반정균!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바, 국경을 가로질러 인종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이토록 진한 우정을 나눈 조선의 선비를 또 찾아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과학사(科學史)상 가장 긴 과학서(1만 2천자)라는 칭송을 듣는 『의산문답』을 통해 지원설(地圓說)·지전설(地轉說)·우주무한설을 증명했고, 천문대인 농수각을 짓고, 천체를 관측하는 혼.. 2014. 12. 16.
18세기 조선지식인(이라 쓰고 백수라 부르는), 그들이 찾아왔다! 조선의 18세기, 백수들이 펼치는 지성의 향연 연암과 다산의 계보를 찾아서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은 18세기 지성사의 큰 별이다. 이들의 빛은 아주 밝고 영롱하다. 연암과 다산이 자신들만의 고유하고도 찬연한 궤적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동시대를 비추던 선배, 동료라는 여러 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마다 하나의 빛으로 서로 각축하며 연암과 다산을 앞서 이끌었던 별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들이다. 연암의 선배요 지기였던 농암 김창협(1651~1708)과 담헌 홍대용(1731~1783), 다산의 스승이며 선배였던 성호 이익(1681~1763)과 혜환 이용휴(1708~1782)! 시작은 그랬다. 연암과 다산의 인생궤적, 문체와 세계관, 사상과 윤리 등을 계보학적으로 해명하기 위해서 그들의 .. 2014.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