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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8

[헤테로토피아] 새로운 광기가 나타났다 새로운 광기가 나타났다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이규현 옮김, 오생근 감수, 나남, 2020(재판). 공룡의 고고학과 침묵의 고고학 푸코의 고고학적 저서들, 특히 『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 『말과 사물』 등을 읽으면, 어딘지 주제와 소재들이 난삽하게 분열되어 있고, 심한 경우 서로 아무런 관계없이 따로따로 전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예컨대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언어와 의학의 관계는 분명하게 와닿지도 않고,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 의학을 굳이 끌고 와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며, 『광기의 역사』에서는 광기가 정말 있긴 있는데 부당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만들어 어처구니없게 억압하고 있다는 건지 헷갈린다. 또 『말과 사물』에 나오는 에피스테메 역시도 .. 2022. 3. 25.
"불행한 체험일수록 좀 더 나아지기 위한 기회가 된다." 알렉상드르 졸리앵 『인간이라는 직업』 - 꼭 해야할 일 미래의 위대한 미지(未知) 앞에서 (마치 운동선수가 자기 몸을 조각하듯이) 내 조건의 총체를 감당하기 위해서 실존을 조각하는 것이다. 불행한 체험일수록 기쁨과 마찬가지로 좀 더 나아지기 위한 기회가 된다. 또 그래야만 한다. 여기서 나는 고통이나 사람을 괴롭게하고 고립시키는 텅 빈 순간을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그것들을 잘 활용하여 거기게 압도당하지 말자는 얘기다. 힘든 과업이고 위험천만한 연습이지만, 꼭 해야할 일이다. - 알렉상드르 졸리맹, 임희근 옮김. 『인간이라는 직업』, 2015, 문학동네, 39쪽 책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 은 아니고,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 있다. '무계획적인 구입'이 바로 그것이다. 약속 시간을 넉넉하게 앞두고(.. 2016. 5. 18.
『동의보감』은 살아있다! 우리의 습관 속에! #원인-결과—데이비드 흄—풍(風) 천 개의 원인, 천 개의 치료 찬 곳에서 잔 후 입과 눈이 비뚤어졌다는 사람을 간혹 본다. 그 이름도 특이한 ‘구안와사(口眼喎斜)’다. 멀쩡하던 얼굴이 고약하게 일그러지는 병이다. 언뜻 보면 얼굴이 얼굴 밖으로 뛰쳐나간 느낌이다. 아니다, 뭔가가 얼굴을 얼굴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한의학은 그것을 풍사(風邪) 때문이라고 지목한다. 풍사가 들어와 원래 있는 얼굴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늘어져서 멀쩡하게 보이는 쪽이 풍사가 침범한 쪽이다. 풍사는 한쪽 몸을 쓰지 못하는 편고, 아프지는 않은데 사지를 못 쓰는 풍비, 쓰러진 사람이 혀도 뻣뻣해져 ‘억억’ 소리만 내는 풍의, 기타 마비 증세들을 지칭하는 풍비 등 형태도 갖가지다. 심지어 혈맥에 들어 왔느냐,.. 2014. 2. 5.
딱딱한 지식을 말랑말랑하게 바꾸고 싶다면 #1 나-동-철: 존 듀이-경험-원신 딱딱한 지식들을 쥐어 패자! 늘 만원인 출근길 지하철. 항상 사람들은 문 앞을 꽉 매우고 있다.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좀 안쪽으로 들어가면 좋으련만 꿈적도 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 얼굴에 대고 이렇게 외치고 싶다. “좀 안쪽으로 들어가쇼. 안쪽도 문쪽이랑 똑같은 방향으로 간다구요!” 눈을 좀 치켜뜨자, 맨 앞에 있는 아가씨가 엉덩이를 살짝 비튼다. 그 틈을 놓칠세라 꿋꿋하게 문전성시를 뚫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C급 철학자에게 지하철 출근길은 아주 귀한 시간이다. 평소라면 철학책을 꺼내 1시간 정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좀 다르다. 주말 회사시험을 위해서 초치기가 필요한 상황. 이 빌어먹을 놈의 밥벌이는 C급 철학자에게 초치기를.. 2013.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