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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2

‘아빠’는 처음이라... ‘아빠’는 처음이라 2008년 아내와 결혼했다. 첫 결혼이라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리바리하게 지나갔고, 정신을 차려 보니 난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 있었다. 결혼을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여자친구에게 결혼은 참 좋은 것이라 말하며 꼬시고 있었다. 지리산 종주 중 벽소령대피소에서의 프로포즈부터 시작해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 성당에서의 결혼식을 위한 혼인교리, 집 구하기, 살림장만하기, 결혼식 성당 찾기 등등의 과정을 거쳐 결국 아내와 나는 결혼했고 함께 살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아내가 섭섭하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결혼이 사랑의 결과물이 아님은 분명하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한다면 그냥 같이 재미있게 살면 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집중하고 살피.. 2018. 11. 30.
『청년, 니체를 만나다』 - 익숙한 것들 속에서 낯설게 『청년, 니체를 만나다』 - 익숙한 것들 속에서 낯설게 누구도 자기 자신과 무관한 것을 관찰할 수 없으며 자신이 아닌 것에 대해서 쓸 수 없다. 아니, 무언가를 관찰하고 무언가에 대해 쓴다는 것은 이미 그것과 자신이 무관하지 않음을 뜻한다. 관찰은 자신을 빼놓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찰한다는 것은 대상과 나 사이의 익숙한 고요함을 뒤흔들어 놓는 일이라는 점에서 대상과의,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불화와 투쟁을 함축한다. 쓴다는 것은, 그 투쟁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은밀한 탈주를 감행하는 일이다. 요컨대 쓴다는 것은, 무엇을 쓰든 간에 결국 자기 자신에 관한 일이며,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일이다. 그것은 한때 자신이었던,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것과의 투쟁과 결별을 .. 2018. 11. 29.
어느 반지하 생활자의 수기 어느 반지하 생활자의 수기 매달 12일의 울분 학교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여지없이 떨어졌다. 입주자 선발은 랜덤 추첨 방식이었고 입사 경쟁률은 4대 1정도로 높았다. 때문에 집이 먼 학생들은 대부분 자취를 하는데, 고스란히 ‘서울 집값’의 쓴맛을 보는 수밖에 없다.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었다. 평균 월세보다 조금이라도 싼 곳에 살기 위해서는 왕복 세 시간 이상 걸리는 먼 지역을 선택하거나 반지하나 옥탑방 같은 위아래 극단을 고르는 수밖에 없다. 햇볕이 안 들고 창밖으로 사람들의 발만 보이는 반지하, 여름엔 찜통이고 겨울엔 입김이 나오는 옥탑방. 그런 곳에 살면 좀 어떠냐는 말을 들으면, 뭐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오만원 십만원 싼 곳에 살아도 여전.. 2018. 11. 28.
[쿠바 리포트] 택시는 왕이다 택시는 왕이다​ 아바나의 상상초월 교통수단​요새 나와 친구들은 만나기만 하면 이런 말을 한다. ‘차를 사고 싶다!’ 길을 가다가 외국인들이 빌린 아반떼나 소나타가 지나가면 그저 감탄만 나온다. ‘저 차가 내 차라면!’ 고작 5km를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2시간이나 기다린 후에는 이런 탄식이 나온다. ‘제발, 모닝 중고차라도 좋다!’ 사실 내가 살면서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운전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어서 운전면허도 미루고 미루다가 작년에 뉴욕을 떠나기 전에 겨우 땄다. (필기시험도 운전면허시험도 한 번씩 떨어졌다.) 뉴욕에서 룬핀이 차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부를 때 내가 얼마나 타박을 했던가. 가난한 학생 주제에 욕심 부리지 말라고. 지구상에 차가 얼마나 많은데 너까지 매연을 내뿜는 주.. 2018.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