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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이 세상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가자, 해서 오아시스에서 만난 해바라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으나 딱 한 송이로 백만 송이의 정원에 맞서는 존재감 사막 전체를 후광(後光)으로 지닌 꽃 앞발로 수맥을 짚어가는 낙타처럼 죄 없이 태어난 생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성모(聖母) 같다 검은 망사 쓴 얼굴 속에 속울음이 있다 너는 살아 있으시라 살아 있기 힘들면 다시 태어나시라 약속하기 어려우나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사막 끝까지 배웅하는 해바라기 _김중식, 「다시 해바라기」, 『울지도 못했다』, 문학과지성사, 2018, 88쪽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가물가물해질 즈음, 하나의 사건을 겪었다. 아니 사건이 닥쳐왔다. 이제.. 2018. 9. 28.
여전히 미지의 나라, 쿠바 여전히 미지의 나라, 쿠바 사람이 정보다 아바나에 막 도착한 사람은 멍청이가 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첫째는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짧은 영어조차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며, 셋째는 공간의 문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벌벌 떨면서 뉴욕에 도착했던 첫 날을 기억한다. 해외여행을 거의 해본 적 없는 우리는 JFK 공항을 통과하고 택시를 타는 데까지 참으로 많은 난관을 맞닥뜨려야 했다(주로 의사소통의 문제였다). 그렇지만 일단 도심에 도착하자 우리는 영어 한 마디 하지 않고도 필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 가면 샴푸가 있었고, 스타벅스에 가면 와이파이가 있었으며, 슈퍼마켓에 가니 쌀과 과일과 심지어 김치도 있었다...... .. 2018. 9. 27.
북드라망 독자님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연휴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SF소설들 북드라망 독자님들,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그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김없이 가을이 온 것처럼, 어김없이 추석이 되었습니다. '추석'이라하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즐거울 것만 같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안타깝게도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경우에 따라서 보통의 주말, 아니 그냥 평일보다도 못할 수도 있죠.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취직은 했니?'같은 질문부터 시작해서 눈치없는 남(의)편의 만행이나, 버릇없는 조카녀석들에게 당할 시달림까지 민족의 대명절 '추석' 곳곳에 지뢰들이 숨어 있습니다.그래서 아예 친척들과는 통화만 간단히 하고 어디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피로를 푸는 경우도요즘은 흔히 있는 듯 합니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며, 더불어 온갖 시달림을 다 당하고 돌아올 분.. 2018. 9. 21.
‘관품(官品)’으로서의 사회 - 上 ‘관품(官品)’으로서의 사회 - 上​이른바 군(群)이라는 것은 사람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부분에 정밀하지 못하면 전체를 볼 수 없다. 하나의 군[一群], 한 나라[一國]의 성립 역시 체용공능(體用功能)이 생물의 한 몸[一體]과 다름이 없어 크기의 차이는 있어도 기관의 다스림[官治]은 서로 준한다. 고로 인학(人學)은 군학(群學)으로 들어가는 문이다.─옌푸(嚴復), 「원강(原强)」(1895)​​​하늘이 움직인다-천연론의 시대​이번에는 근대 중국으로 넘어가보자. 스펜서의 세포로서의 유기체는 중국에서 어떻게 이해되었을까. 스펜서의 중국 수용에 영향을 끼친 인물로 옌푸를 들 수 있다. 당시 중국의 청년들이 침대 맡에 두고 읽었다던 책이 바로 옌푸의 『천연론(天演論)』이었다. 이 책은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 2018.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