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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쿠바리포트 : 어디까지 바라고 어디까지 포기해야 하는가 쿠바리포트 어디까지 바라고 어디까지 포기해야 하는가 잃어버린 수세미를 찾아서 쿠바에 온 지 정확히 한 달 반이 지났다. 이는 내가 수세미 하나를 구하기까지 한 달 반이 지났다는 뜻이다.쿠바에 오자마자 내가 사야겠다고 생각한 물건은 청소도구였다. 낯선 곳에서 일상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게 청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기처럼 거창한 걸 사겠다는 건 아니었고, 화장실 청소를 할 때 수세미와 고무장갑, 플라스틱 바가지처럼 아주 간단한 도구를 구할 생각이었다. 뉴욕에서는 이런 생활용품은 큰 마트 한 코너에서 팔거나 길거리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에서 팔았다. 그래서 여기서도 길거리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내 철저한 오산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이주일.. 2018. 7. 31.
7월에 눈에 띈 책들 7월에 눈에 띈 책들*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박완서의 말』, 박완서, 은행나무 소설가 박완서의 부드럽고 곧은 심지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집으로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이력이 절정에 다다라 있던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모두 일곱 편의 대담을 담았다. 이 대담들이 단행본으로 엮인 건 처음이다. 이 대담들에서 그는 마흔 살에 소설가의 인생을 열어준 『나목』이며 그 뒤 출간한 작품들에 관해 속 깊은 문답을 주고받고, 작가이자 개인으로서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가족, 교육,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대한 영향, 학창 시절, 도시와 시골, 가난과 계층, 그리고 남성의 삶과 여성의 삶. 그는 지금도 유효한 이런 주제들 앞에서 오랫.. 2018. 7. 30.
아빠가 딸에게서 배운 것 아빠의 배움, 자유의 능력 모든 ‘배우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함’이다. 재능은 그 뒤를 따른다. 아빠에겐 타고난 재능 몇가지가 있다. 눈치도 빠르고, 손재주도 좀 되는 편이라 어떤 일이는 후다닥 배우고, 금방 평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 주어진 일을 후딱 해치우는 데 특화된 재능인데, 그래서인지 성실함하고는 꽤 거리가 멀다. 그 재능 덕분에 취미도 꽤 많았다. 음반도 모으고, 기타도 치고, 만년필도 모으고, 글씨도 쓰고 등등. 다른 말로 하면 이것 집적, 저것 집적, 이것저것 집적거리며 살아왔다는 이야기다. 재미난 무언가를 발견하면 확 덤벼 들어서 질릴 때까지 해버리곤 다른 재미난 것들을 찾아온 셈이다. 원래 있던 재능을 그저 발견하는 수준에서 거의 모든 일이 끝나버리곤 .. 2018. 7. 27.
심복과 기혈로 움직이는 나라 - 下 심복과 기혈로 움직이는 나라 - 下​​​민약이 이루어짐에 땅[地]이 변하여 나라[邦]가 되고 인(人)이 변하여 민(民)이 된다.민이란 중의(衆意)가 서로 결합되어 몸을 이루는 것[成體]이다.이 몸은 의원(議院)을 심복(心腹)으로 삼고 율례(律例)를 기혈(氣血)로 삼아그 의사를 펼치는 것이다.─나카에 조민(中江兆民), 『나카에조민전집(中江兆民全集)』1권, 92쪽 ​루소의 주권자(Souverain)와 조민의 군(君)​그렇다면 조민이 루소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heart와 blood가 심복과 기혈로 번역되면서 루소와는 조금 다른 집합적 신체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도 살펴보자. 조민은 군(君)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에서도 신체 유비를 사용하는데, 이때는 나라를 신복(身腹).. 2018.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