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51 『신들의 사회』 - 무엄하고도 불경스러운!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 무엄하고도 불경스러운! 내가 생전 처음 인도에 도착했던 밤, 델리 국제공항은 정전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그게 잦은 일이라고 해서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공항 경비원들이 구불구불한 길목에 드문드문 늘어서서 손전등으로 길을 비춰 출구를 안내해 주었다. 여정을 시작한 인천공항, 경유해온 홍콩공항과 비교하면 안 그래도 터무니없이 초라했을 시설이, 희미한 손전등 불빛 아래 더욱 괴괴해보였다.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은 어둠속에 얼굴만 동동 떠있었다. 그 ‘다른’ 이목구비에 새겨진 선명한 음영과 부리부리한 눈 때문에, 그들은 얼핏 무시무시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손전등 불빛을 따라 걸으며 나는 지금 제의를 위한 가면을 쓴 제관들이 이끄는 대로, 신에게.. 2017. 11.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