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길 없는 대지』 : 나는, 내가 인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루쉰, 길 없는 대지』“인간은 인간에게 절망하지만, 그 인간이 바로 나를 살게 하는 힘” 루쉰을 읽으며 나는 재차 확인했다. 내 절망은 세계와 타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내 기대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임을. 내가 구축한 환상에 내가 깔린 셈이다. 루쉰의 텍스트는 내 우울함을 삼켰고, 내 헛된 기대마저 날려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가르친다. 인간은 인간에게 절망하지만, 그 인간이 바로 나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모래바람에 할퀴어 거칠어진 영혼, 그것이 사람의 영혼이기에, 나는 사랑한다. 나는 형체 없고 색깔 없는, 선혈이 뚝뚝 듣는 이 거칢에 입 맞추고 싶다. 진기한 꽃이 활짝 핀 뜰에서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한가로이 거닐고, 두루미 길게 울음 울고, 흰 구름이 피어나고…. 이런 것들에 마음 끌리지 않는..
2017.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