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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2

연애, 만인의 무정부주의 (2) : 뉴욕과 엠마 골드만 연애, 만인의 무정부주의 (2) : 뉴욕과 엠마 골드만 100년 전, 몰매 맞을 각오로 자유연애와 산아제한을 외쳤던 여성운동가들이 오늘날 세계 각국 대도시에서 연애 행각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그야말로 ‘자유’가 흘러넘치는 광경이 아닐까? 1890년대에 엠마 골드만은 뉴욕에서 만인이 콘돔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미친 마녀로 몰렸다. 1990년대에 태어난 나는 이제 골드만이 부르짖었던 자유를 무료로 배급받고 있다. 포장지에 ‘NYC’라고 적힌 무료 콘돔이 뉴욕 시내 전체에 종류 별로 쌓여있다. 파트너 선택의 폭이나 관계의 형태도 퍽 다양해졌다. 고리타분한 한국조차 국제 커플, 동성 커플, 연상연하 커플, 불륜 커플, ‘돌아온 싱글’과 ‘영원한 싱글’까지 사회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은 두 말.. 2017. 3. 31.
『논어』라는 텍스트 - 배움에 뜻을 둔 자들의 책 『논어』라는 텍스트 - 배움에 뜻을 둔 자들의 책 텍스트로서의 『논어』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쟁쟁한 제자-편집자 그룹들이 함께 역사적인 『논어』 편집을 공동으로 하게 된 게 비극이 아닐까. 예컨대 아무리 능력 있고 훌륭한 그룹들이었다고 해도 사공이 많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간 격이 아니냐는 겁니다. 우리 생각엔, 그래도 공자님 제자들인데 서로 잘 합의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실제로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엄밀하게 스승님의 말씀을 지켜내고 타협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스승님을 기리는 길이라고 여겼을 겁니다. 결정적으로 이미 각자 다 어른들이었고, 스승들이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예가 적절할진 모르겠는데, 예컨대 나훈아와 남진? (웃음) 나훈.. 2017. 3. 30.
별 말도 아닌데, 별스럽게 재밌는 사투리 옛날이야기 별 말도 아닌데, 별스럽게 재밌는 사투리 옛날이야기 “이 놈의 살림살이 탕탕 뽀사 부리야지.”대하소설 『토지』, 하면 내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오르는 말이다(하하;;). 『토지』는 책으로도 읽었지만, 물론 드라마로도 봤다. KBS판이고, SBS판이고 힘닿는 대로 챙겨 보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저 장면이 어떻게 연출되었었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소설 속의 저 말은 귀에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다. 저 명대사(?)의 주인공은 강청댁. 평사리에서 인물 좋고 사람 좋기로 이름이 난 이용의 처다. 용이는 무당의 딸 월선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부모의 반대로 결국 마음에 없는 강청댁과 혼인하여 그냥저냥 산다. 월선이도 할 수 없이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갔으나 끝까지 살지는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장.. 2017. 3. 29.
얀 아스만, 『이집트인 모세』 - 유일신과 다신교 얀 아스만, 『이집트인 모세』 - 유일신과 다신교 어떤 것이 다른 어떤 것과 어쩐지 다르지 않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동의보감』에서 “인체는 한 나라와 같다[人身猶一國]”이라는 문장을 보았을 때, 나는 이런 문장들이 비유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가 그런 비유들을 이용하리라고 짐작하기 보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사실’이지 않을까라고 한동안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냥 ‘유사성’이라고만 뭉뚱그려서 말하기에는 우리 주변에 그런 일은 굉장히 많은 것이다. 다르다는 것, 그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철학자들도 나처럼 어리숙하지 않게 이런 문제를 중요한 주제로 고민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구조’라든가, ‘형식’이라는 개념은 이런 느낌을 구체화해서 탐구한 용어들임이.. 2017.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