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혼자인듯 여럿인 『트윈 스피카』

혼자인듯 여럿인 『트윈 스피카』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5월이면 아직 봄인 것 같은데, 온도로 느낄 때에는 여름이다. 반팔,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는 걸 보니 정말 ‘여름’이 시작된 것 같다. 봄에는 계속된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 볼 일도 많지 않았다. 육안으로 별과 별자리를 구분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아서였을까… 봄에 가장 눈에 잘 보인다는 그 밝은 ‘스피카’도 못 봐서 아쉬웠다. 그러다 눈에 띈 책이 있었으니 바로 『트윈 스피카』! 


트윈스피카 1~3권『트윈 스피카』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이어지니, 먼저 별 스피카에 대해~



먼저 ‘스피카’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스피카는 처녀자리의 α별이다. 투명한 푸른빛으로 보인다고 한다. 처녀자리는 대개 보리이삭을 왼손에 들고 있는 날개달린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 ‘보리이삭’의 위치가 바로 α별 스피카의 위치이다. 스피카라는 이름 역시 라틴어로 ‘곡식 낟알’을 뜻하는 spīca virginis에서 왔다. 


처녀자리의 α별, 스피카.처녀자리는 대개 보리이삭을 왼손에 들고 있는 날개달린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 '보리이삭'의 위치(빨간 화살표)가 바로 스피카의 위치이다. <그림은 '스텔라리움'에서 캡쳐>




처녀자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관해서는 세 가지 정도의 설이 있다. 첫번째로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Astraea)라는 것. 주변에 천칭자리가 있기 때문에 나온 것 같다. 인간과 신이 사이좋게 지낼 때, 아스트라이아 역시 인간들에게 ‘정의’에 관해 가르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의 의견이 인간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아스트라이아는 실망하고 스스로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로마 신화에서는 ‘디케’이다.)


아스트라이아, 헤라, 페르세포네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아스트라이아, 헤라, 페르세포네이다.


두번째로는 헤라가 있다. 바로 근처에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설이 나온 모양이다. 헤라는 제우스의 부인이자, 여신 중에 넘버 1이었다. 그런데 제우스가 자꾸 바람을 피워서 질투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녀의 분노와 질투로 인해,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우스가 정(精)을 주었기 때문에 별자리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큰곰자리의 주인공 칼리스토이다. (작은곰자리는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이다.) 헤라는 별자리가 되어서도 칼리스토를 감시하고 있다는 그런 의미일까? 흠;;;


세번째로는 하데스에게 납치된, 땅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이다. 데메테르가 딸이 없어진 뒤 너무 상심한 채 동굴에 틀어박혀있자 대지의 초목들이 말라죽어갔다. 그러자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부탁해 페르세포네를 몇 달간 친정에 보내달라고 한다. 그래서 페르세포네가 오는 그 시기가 바로 봄! 만물이 생동하는 때이다. 『별자리 서당』에서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자세하게 만나실 수 있다. ^^



이제 만화 이야기를 해보자! 『트윈 스피카』의 주인공 아스미는 또래에 비해 덩치도 작고, 특별히 뛰어난 재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로켓운전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쭉 키워왔다. 그녀가 1살일 때, 유인 우주선 사자호가 발사 후 얼마 되지 않아 시가지로 떨어지면서 큰 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그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로 나가고 싶다, 별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꿈을 계속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 도쿄 우주학교에 우주비행사 반이 개설이 된다. 아스미는 그 첫 번째 기수로 입학을 하게 된다. 어쩐 일인지 아스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유령이 보이는데, 그 유령은 사자호에 탑승했다가 사망한 청년이었다. 사자머리 모양의 탈을 써서 아스미에게 ‘라이온 오빠’라고 불린다. 그를 통해 아스미는 별의 이름을 비롯해 우주비행사에게 필요한 근력, 지구력, 인내력 등을 배우게 된다.(라이온 청년도 왜 자신이 아스미에게만 보이는지,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는 혼잣말을 하는데, 아직 그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라이온 오빠'는 아스미에게만 보인다. 좋은 선생님이자 친구로 아스미의 꿈을 키우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테스트에서 한 조가 되었던 케이와 마리카. 셋이 함께 시험을 봤던 장면이 인상 깊었다. 학생들은 각기 우주선 모형의 방에 들어가게 되는데, 방 안에 비밀번호 입력으로 열리는 상자가 있다. 그 비밀번호는 방의 번호였다. 대개는 무심코 들어오게 되는데, 아스미는 방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모든 방의 번호들이 다 “별과의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였고, 게다가 자신의 방은 가장 좋아하는 별인 ‘스피카’와의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 뿐만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별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장면이었다. 힘든 훈련을 거치면서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후추야, 아스미의 동급생 슈우와 함께 다섯 명은 어느새 ‘함께 우주로 가는 친구’가 된다.


아스미는 중학교 시절까지는 늘 외톨이였다. 유령이 보인다는 거짓말로 관심을 끌고 싶은 아이라 여겨져 다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서로의 꿈을 독려하면서, 마음을 나누게 된다. 아스미는 입버릇처럼 “혼자서는 우주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유인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모두 함께 우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스미의 바램이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스피카가 ‘쌍성’이라는 점이다. 우리 눈에는 하나의 밝은 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별이 공전하고 있다는 것. 『트윈 스피카』는 아스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제목이다. 가장 좋아하는 별인 스피카, 쌍성인 스피카. 혼자인 듯 여럿인 존재로서의 ‘아스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처녀자리가, 스피카가 동양의 관점에서 인(仁)이었다는 점이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처녀자리는 단순히 처녀의 상징이 아니다. 인고하는 인간형의 원형이다. 세계 어느 신화권에서나 이 별은 온갖 고초를 견뎌 낸 인고의 여신으로 묘사되었음을 상기해 보라. 저승과 지옥을 넘나들며 혹독한 시련을 감내해 낸 존재들.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시련을 온전히 받아들인 덕에 이들은 해방과 소생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 겨울의 어려움을 딛고 소생하는 봄철의 여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리라.


이상의 이야기로 미루어볼 때, 이 별들은 ‘참을 인’의 아이콘(?)처럼 보이지만, 의역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들을 대표하는 글자는 ‘어질 인’(仁)이다. 오행으로 목은 인의 덕에 배속된다. 인이란 무엇인가. 글자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두 명[二]의 사람[人]이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이 왜 목기운과 연결되는가? 목은 만물이 시작되는 봄과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의미한다. 목은 생성의 기운이 가득한 시공간이다. 그러니 봄날의 기후와 같은 온화함으로 사람과 사람이 교유하게 되는 것이다.

―손영달, 『별자리 서당』, 119~120쪽


봄날의 기후와 같은 온화함으로 사람과 사람이 교유하는 의미의 처녀자리, 쌍성인 스피카, 모두 함께 우주에 갔으면 좋겠다는 아스미. 이 이야기 속에서 좋은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뻣뻣한 몸과 마음을 지닌 1인으로서, 서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기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왜 어려울까, 하고 생각해보면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또 관계에 대한 약간(?)의 환상도 있다. 좋은 관계란 ‘이러이러한 것’이라는 자기 나름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좋은 관계가 무엇인지 모르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트윈 스피카』는 ‘관계’에 대해 되물어보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 누군가를 기댈 수 있게 만드는 것… 에 관해서.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이미’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는 고마운 책! ^^



별자리 서당 - 10점
손영달 지음/북드라망
트윈 스피카 1 - 10점
야기누마 고 지음, 김동욱 옮김/세미콜론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