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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본초서당

<본초서당> 시즌 1을 마무리합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24.

본초의 세계는 끝이 없어요



약 2년 정도 진행되었던 본초서당이 시즌1을 끝내고 휴식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동안 46편의 글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대상으로 펼쳐졌는데, 미숙한 공부를 바탕으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쓰였던 글이라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도 함께 모여서 주제를 정하고 글감을 모으고 내용을 토론하면서 서로 모르고 있었던 본초에 대한 경험도 나누고 인간적인 정리도 쌓여가는 즐거운 공부시간이었다. 본초를 공부하면서 바깥 세계에 대한 관심도 나름 커져가고 자연이 주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다시 찬찬히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으니 본초서당에서 함께 공부했던 모든 사람과 시공간이 고맙다. 



약과 음식이 별개가 아니라는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의미를 새기는 내용으로, 수정과를 만들어 먹는 과정을 첫 번째 이야기로 썼다. 그 뒤로 수정과에 들어가는 곶감이나 생강, 계피가 몸에서 어떻게 약리적으로 작용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생강이나 계피는 모두 뜨거운 성질의 약재로 추운 겨울에 몸을 데우는 역할을 한다. 수정과 이야기는 겨울에 써놓은 원고를 봄에 올린 것이었으므로 계절과 좀 떨어진 감이 들기는 하였다.(수정과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수정과 한 잔 드실라우'를 참고하세요.)


만화 <식객> 중에서...



이후로는 계절에 맞추어 여름에 자주 먹는 삼계탕과 그 재료로 이용되는 약재들인 닭, 인삼, 황기, 대추, 찹쌀, 마늘을 다루었다. 삼계탕에는 인삼이나 황기 같은 약재료와 닭, 찹쌀, 마늘 같은 식재료가 함께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대추는 약이나 식재료보다는 간식용 열매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것들이 한 그릇 안에서 어우러진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약재들은 대부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필요한 것들이다. 체내의 열이 땀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면 몸속 온도는 낮아진다. 낮아진 몸이 느끼는 시원함은 잠시뿐,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지는 외부 기온 때문에 몸은 더욱 더위를 심하게 느끼게 된다. 이럴 때 더운 기운으로 몸의 소모된 에너지를 보해주는 용도로 성미가 따뜻하여 기운을 만들어 주기 쉬운 인삼이나 황기 같은 약재들이 주로 이용되었다. (삼계탕과 관련된 본초가 궁금하신 분들은 '복닭복닭 삼복을 나는 기술', '인삼 마이 묵었다 아이가', '황기 기 좀 펴고 삽시다', '대추, 여자를 채우다', '쫀득쫀득 찹살을 주세요'을 참고하세요.)


한여름에 마시는 음료로는 생맥산을 들어 그 재료인 오미자와 맥문동에 대해 안내하였다. 땀으로 배출된 진액을 만들어주는 인삼, 맥문동과 만들어진 진액을 갈무리할 수 있는 오미자가 함께 힘을 합쳐 여름철 탈수증을 예방해준다. 생맥산은 진액을 보강해주는 작용 외에도, 여름 더위에 늘어지고 흩어진 기운을 끌어 모아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오미자와 맥문동엔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미자 여름의 끝판왕', '불 끄는 소방수 맥문동'을 참고해주세요.)


기운의 활동성을 올려주는 사군자탕


남자의 계절인 가을이 되자, 남자들의 보약이라 할 수 있는 사군자탕에 대한 글을 올렸다. 삼계탕과 맥문동에 이어 사군자탕에도 빠질 수 없는 원기회복의 왕인 인삼, 약방의 감초, 담담한 복령, 기운 센 백출이 사군자탕의 주인공들이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여자보다 체력이 좋은 편이다. 고로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힘을 잘 쓰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기운의 활동성을 올려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힘쓰는 데 방해되는 오래된 물기는 쪽 빼고(복령), 새로운 좋은 물을 공급하고(인삼), 팍팍 돌려주는 것(백출)이 이 약재들이 협동 단결(감초)하여 하는 일이다.(사군자탕의 주인공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추남 가을남자의 감초타령', '불통을 소통시키라, 복령', '백출과 창출, 장수의 기본을 말한다'를 참고하세요.)


가을이 가면, 찬바람 불면서 다음 해 기본 식량이 되는 김장 김치를 담아야 할 계절이 코앞에 닥치게 된다. 어머니들의 마음을 바쁘게 만드는 김장의 주재료들은 우리 몸에서 어떤 작전을 수행하는지 김장에 많이 쓰이는 양념들인 소금, 무, 파를 대상으로 알아보았다.(김장 양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소금, 겨울철 내 몸을 짜는 비법', '무를 주세요', '파의 대변신 그것이 알고 싶다'를 참고하세요.)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면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심정으로 본초의 기본 중의 기본인 물 이야기를 3회에 걸쳐 길게 풀어내었다. 물은『동의보감』에서도 탕액편의 가장 처음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본초가 물이라는 의미이다. 물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제일 첫자리기도 하므로, 생명을 살리는 본초의 첫 자리로 손색이 없는 것이다.(물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물 좀 주소', '물 생사의 심연', '세상의 거의 모든 물들'을 참고하세요.)


설 명절을 즈음해서 항상 과식하게 마련인 우리들의 식욕을 보듬어줄 음식 같은 소화제로 식혜와 식혜의 주재료인 맥아의 유용성과 위험성을 이야기하였다. 아무리 좋은 약도 맞지 않는 용도로 사용되면 독이 되는 것처럼, 식혜가 음식을 소화시키는 작용을 그대로 어린 태아에게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는 식혜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아이가 태어나서 수유 기간이 지나 젖을 뗄 시기에는 젖을 말려주는 약으로 식혜를 사용할 수 있다.(식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화를 돕는 식혜, 임신했을 땐 조심하세요'를 참고하세요.)


식혜 정도로 뚫리지 않는 뱃속을 위해서, 전통 한방 소화제인 평위산(창출, 진피, 후박, 감초)에 약재 몇 가지가 더 첨가된 약국용 약인 활명수를 다루기도 하였다. 소화가 안 된다 싶으면 손쉽게 찾아 마셨던 약국용 소화제는 어떤 성분들로 이루어진 것인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안에는 후박, 진피, 현호색처럼 활기(活氣) 작용을 하는 강한 약재들이 많았다. 이들은 뱃속에 뭉쳐진 음식 덩어리들을 부수고 삭혀내어, 잘 돌리고 빼주는 약들이다. 이런 약이 소화에 좋다고 자주 마시면 몸의 소화력이 외부에 의존하게 되어 매번 약을 먹어야 소화가 되는 의존적인 신체가 됨을 경계하라는 내용의 글로 마무리 되었다.(소화제 속 본초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속 시원한 소화제 속 본초들 , 자주 드시진 마세요'를 참고하세요.)



여자들의 계절인 봄이 되어 드디어 여인들에게도 보약을 한 첩씩 접해볼 기회가 생겼으니, 여인들의 약인 사물탕이 소개될 차례였다. 여인들은 매달 치르는 행사로 인해 대부분 혈이 부족한 상태다. 그리하여 혈이 부족하여 생기는 병이 많다. 여자들 병의 기본은 혈을 충분히 공급하고 잘 순환시키는 것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혈을 만들어주는 사물탕은 진정 여인의 약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진액을 보강해주는 숙지황, 혈을 만드는 당귀, 만들어진 혈을 저장하는 백작약, 몸속을 잘 돌아다니게 돌려주는 천궁, 이렇게 네 자매의 활약상이 펼쳐졌다.(사물탕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내 피같은 당귀', '온 몸에 수분이 콸콸콸! 신장이 허할 때 좋은 숙지황', '비위가 약하다고요? 백작약을 권합니다', '통하지 못해 생긴 병에는 천궁'을 참고하세요.)


다시 여름이 돌아오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겨찾기 하는 섭생음식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여름 특집인 오행 동물 보양식이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생물이나 무생물이나 모든 존재들을 음양오행으로 해석하는 한의학의 관점에서 각각의 동물을 오행에 배속시키고 사람과 동물을 오행으로 매개로 하여 그 관계를 설명한 것이다. 몸을 데우고 땀구멍을 조여서 회복기 환자들에게 사랑받는 개고기, 춥고 건조한 겨울에 더욱 인기 있는 양고기, 사시사철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사랑받는 소고기, 가장 대중적인 기운 충전제인 닭고기, 토실토실 물이 오르고 싶은 분들이 자주 찾아주셔야 할 돼지고기, 이렇게 다섯 종류의 동물과 출산하면 꼭 먹어줘야 할 정도로 몸에 흡수가 쉬운 물고기까지 골고루 준비가 되었다.(오행 동물 보양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름 보양식 그 첫번째 - 붕어', '이열치열의 대표주자 개고기', '화기가 많은 본초 양', '사시사철 몸에 좋은 소고기', '여름철 허한 몸에 좋은 삼계탕'을 참고하세요.)


세상에나 본초는 정말 공부할 게 많구나


여기까지 38가지의 중요한 약재들을 살펴보았는데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능히 접수할 만한 약들이 10가지나 소개가 되면서 본초서당의 연재가 마무리 되었다. 이 약들은 우리의 귀에 가장 익숙한 만큼 많이 접하게 되는 약으로 몸에 부족한 기(氣)나 혈(血), 혹은 진액 등을 필요에 따라 보강해준다. 공부를 잘하게 돕는 것(총명탕)도, 노화를 늦춰주는 것(경옥고)도, 놀란 기운을 바로 잡아 주는 것(우황청심원)도, 막힌 속을 뚫어주는 것(이진탕)도, 부족한 기운을 북돋는 것(쌍화탕, 십전대보탕, 육미환)도, 감기몸살(마황탕, 계지탕)에 기침(용각산)까지도 전부 간단한 하나의 원리 아래 엮여진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남는 것은 덜어내고. 막힌 것은 뚫어주라! 이렇게 해주면 몸과 정신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한 길을 갈 것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총명탕', '경옥고', '우황청심원', '이진', '쌍화탕', '십전대보탕', '육미환', '마황탕과 계지탕', '용각산'을 참고하세요.)


매일 접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물에서부터 뭐 이런 것도 다 약이 될까 싶은 요상스런 물건까지 본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더 깊이 들어가자면 본초는, 약재를 채집하는 시기부터 약재를 손질하고 보관하는 시간과 장소, 약을 만드는 과정, 약을 복용하는 시간과 환경에 이르기까지 줄곧 자연이라 부르는 대우주와 함께한다. 다시 말해 본초는 세상 모든 시공간의 영향 하에서 생겨나고 다루어지며, 만물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는 광대한 학문 분야인 것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이유이다. 길고도 짧았던 본초 공부의 한 단계를 접었다. 이제는 더 넓게 보기 위해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기 직전의 짧은 멈춤, 즉 땅에 발을 잠깐 붙이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


본초서당이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멀리 있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그동안 본초서당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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