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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간지 Day

아듀 계사년! 계사년의 마지막 달 - 축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7.

썩은 달이 가면 새해가 온다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2014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진부한 멘트지만 다사다난했던 2013년이 가고 새해가 밝았네요. 그런데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보는 서양력과 달리 동양의 절기력에서는 입춘(2월 4일) 이후를 새해라고 봅니다. 하여, 절기력으로는 지금이 음력 12월, 축월입니다. 그래서 2014년에 태어난 아이라 하더라도 입춘 이전에 태어난 아이는 갑오년생이 아니라 계사년생이 되죠.


새해가 밝았는데 아직도 계사년이라고?


축토는 앞에서 살펴본 진토(봄-여름), 술토(가을-겨울), 미토(여름-가을)와 마찬가지로 계절과 계절을 연결하는 지도리 역할을 합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축토가 위치하죠.  축월은 양력으로는 1월 초에서 2월 초가 됩니다. 1년 중에서 가장 추운 시기이죠. 그래서 축토는 한겨울의 얼어붙은 땅과 빙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축토는 흡사 불모의 땅처럼 보입니다. 황량한 지상위에서 푸릇한 생명체는 찾아보기 힘들죠. 하지만 그 꽁꽁 언 땅 속은 뭇 생명의 씨앗들이 봄을 기다리며 꿈틀되는 저장고입니다. 이처럼 축토는 죽음과 생명이 공존하는 땅. 묵은 것과 새것이 교차하는 땅입니다. 



의미로 풀어본 축월


(丑)은 손톱을 강조해서 그린 손의 상형입니다. 손톱을 이용해서 끈을 잡아당기거나 맨다는 의미가 있죠. 『연해자평』에서는 축(丑)의 글자가 뉴(紐)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뉴(紐)는 끈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축월은 ‘손으로 끈을 묶는 달’ 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끈을 묶는 달’이라니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우리는 흔히 일을 마칠 때 ‘일의 매듭을 짓는다’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일 년 열두 달의 마지막에 위치한 축월에는 한 해를 마무리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죠. 또한 축토는 토의 습성답게 겨울의 자월(子月)과 봄의 인월(寅月)을 이어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자월은 만물을 갈무리해서 씨앗으로 응축하는 달이고 인월은 씨앗에 싹이 돋는 시기인데 그 사이를 축월이라는 튼튼한 끈이 매개해주는 것이죠. 


축월은 소의 달!

축은 동물 중에서는 소(牛)를 의미합니다. 소는 부지런하면서 묵묵히 일하는 동물이죠. 옛 사람들은 소에게 코뚜레를 걸고 줄(끈)로 묶어서 소를 부렸습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소가 농사에 이용되면서 농업이 비약적으로 발전되었다고 하네요. 이처럼 소는 순종적이면서 강한 힘을 지닌 동물입니다. 12지지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글자가 바로 축토이지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험난하고도 지난한 자리에 축토를 두었나 봅니다. 자월에 움튼 작은 양기가 봄을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이 우직한 소와 닮았기 때문이죠.




사주명리로 본 축토


사주에 축을 가진 사람은 고집스럽다 또한 소처럼 묵묵히 노력하면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도 은근히 기대한다. 그래서 사주명리에서 축토는 진토, 술토, 미토와 함께 명예살에 해당한다. 명예살은 고집스럽고 지배당하기를 싫어하지만 신임을 얻으면 2배의 능력을 발휘하는 성향을 갖는다. 또한 한곳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며 이해심과 포용력이 뛰어나다. 그렇지만 개성 없이 성실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간혹 미련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또 비밀이 많아 속을 알 수가 없고, 한번 마음이 돌아서면 냉정해지는 면이 있다. 


─ 『갑자서당』, 손영달&류시성, 북드라망, 170쪽


자 이제 사주명리에서는 축토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누드글쓰기』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마침 계수 일간의 주인공은 딱 이맘때 태어났습니다. 


내가 태어난 즈음의 절기는 소한이다. 대한이가 소한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옛말은 소한이 얼마나 추운지 잘 알려준다. 나는 24절기 중 소한의 싸늘한 한기를 머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명리학으로 볼 적에 나는 계수, 즉 물의 기운을 타고 났으며 사주팔자의 여덟 자 중 일곱 자가 음의 기운이다. 한겨울의 물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물은 흐르는 것이 본래 성정인데, 이 물은 흐를 수 없다. 게다가 아주 음습하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럴 생각도 별로 없는 음기 충만한 얼음물의 기운은, 사람으로 치면 고집 세고, 융통성 없고, 무척 내향적인 성격으로 해석된다.


─ 누드글쓰기』, 고미숙외, 북드라망,  86쪽


축월에 태어난 주인공의 사주를 물상으로 표현한다면 한겨울 꽁꽁 언 시냇물입니다. 게다가 지지에서 가장 기운이 쌘 월지에 축토를 깔고 있기 때문에 ‘고집 세고, 융통성 없고, 무척 내향적인 성격’이 두드러졌을 수도 있죠. 예부터 고집 쌘 사람을 이르러 소고집(혹은 쇠고집)이라고 한 것도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무엇이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집은 달리 말하면 끈기와 우직함으로 해석될 수 있고 내성적인 성격은 꼼꼼하고 세심한 성향으로 볼 수도 있죠. 따라서 사주에 축토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용법에 따라 고집불통 미친소가 될 수도 있고, 살림 밑천인 순둥이 노랑소가 될 수도 있죠.  


머리 아픈 계산? 천천히 보시면 돼요~~


사주명리에서는 월지에 축토가 있을 경우에 점수를 배분하는 방법이 약간 복잡해집니다. 월지 축토는 개수는 토로 보지만 점수로는 수로 보기 때문이죠. 주인공의 사주에 대입해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주인공의 사주에서 토는 미토 두 개, 기토 하나, 축토 하나로 총 4개가 됩니다. 하지만 점수는 일지의 미토 15점, 연지의 미토 10점, 연간의 기토 10점으로 총 30점 밖에 안 되죠. 월지의 축토 30점은 수 기운에 합산되기 때문입니다. 왜 축토는 토인데도 불구하고 점수가 수 기운으로 바뀌는 걸까요? 그 이유는 축토가 수 기운이 관장하는 한 겨울의 토이기 때문입니다. 몸체는 토이지만 쓰임은 수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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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에서 축토는 미토와 충(冲)을 합니다(축미충). 주인공의 경우에는 월지 축토의 양 옆에 미토가 있네요. 계수 일간의 주인공에게 토는 사회적 관계를 나타내는 관성에 해당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관계로 인한 변화수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축미충은 같은 토기운이 충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토끼리의 충하는 것을 명충(明沖)이라고 하는데 그 영향력은 여타 충보다는 약합니다. 진토와 술토가 충하는 진술충(辰戌沖) 역시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축토는 진토, 술토, 미토와 함께 명예살에 해당합니다.(명예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고하세요.) 



축월을 보내는 방법


『절기서당』에서는 축월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축은 음력 12월에 해당한다. 과거엔 축월을 ‘썩은 달’이라고 불렀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달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때는 송구영신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졌다. 집안을 청소하고 목욕을 하고 한 해 동안 길게 자란 머리를 잘라 태웠다. 재밌는 것은 빚 청산의 달로 축월을 지정했다는 것이다. 빚을 모조리 갚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 절기서당』, 송혜경, 김동철, 북드라망, 225쪽



옛 사람들은 축월을 썩은 달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썩은 달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만물은 썩은 거름을 양분으로 삼아야지만 새로운 생명을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옛 조상님들은 축월에 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것을 받아들이는 각종 이벤트를 여셨던 것입니다. 한편 한 해 동안 바쁜 농사일로 고생했던 농부들에게는 축월의 소일거리들이 휴식이기도 했습니다.


축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

인사(人事)와 마찬가지로 만사(萬事)에도 동일한 이치가 펼쳐집니다. 축월의 절기로는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이 있는데 한(寒)은 ‘차갑다’, ‘얼다’라는 뜻으로 이때는 혹독한 추위가 몰아 닥칩니다. 그래서 축월을 엄월(嚴月) 혹은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추위가 묵은해의 병해충을 싹 제거해줍니다. ‘동지섣달에 추우면 병해충(病害蟲)이 적다’라는 속담처럼 말이죠. 그리고 동지섣달의 추위는 만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보금자리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축시(새벽 1시 30분 ~ 3시 30분)도 에너지를 저장하고 쉬는 시간입니다. 고로, 축월을 보내는 방법은 ‘버려라 그리고 휴식하라’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매 달에 해당하는 십이지지와 그에 속한 24절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숫자로만 표시되는 보통의 서양력과 달리 절기력에는 시공간의 순환과 변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도저히 꺾일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입추가 지나자 점점 사그라지고, 동지에 가까워질수록 낮이 짧아지는 것을 몸소 실감한 것은 계절과 절기에 대한 글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도 시공간의 변화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지켜봐야겠습니다. 그 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乃


곰진(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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