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발! 인문의역학! ▽/간지 Day

해월(亥月)이 왔다! 겨울이 왔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12.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준비해야 할 시간! -해월



얼음 땡!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은 높고 단풍은 아름다운 온화한 가을이었는데 요 며칠 사이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오면서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이제는 해의 길이도 짧아져서 퇴근 시간이 되면 한밤처럼 어두컴컴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인적 드문 길을 걷다 보면 새삼 겨울이 왔다는 게 느껴지죠. 절기상으로는 겨울의 기운이 일어선다는 입동(11월 7일)을 시작으로 해월(亥月)이 왔습니다.



겨울은 해(亥), 자(子), 축(丑) 세 지지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해와 자는 겨울을 상징하는 수(水) 기운을 지니고 있고, 축은 겨울과 다음 해 봄을 매개해주는 토(土)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물은 가을의 유월(酉月)에 결실을 맺고 술월(戌月)에 수렴(수확)을 합니다. 하지만 술월의 곡식은 아직 완전한 씨앗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해월에 흐르던 물이 차가운 얼음으로 굳어지는 것처럼. 아직 무른 씨앗도 단단하고 알차게 ‘응축’해야 다음 달 자월(子月)에 완전한 씨앗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을이 숙살지기로 ‘수렴’하는 계절이었다면, 겨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밀하게 ‘응축’하는 계절입니다. 이를테면 만물에게 해월은 마치 얼음 땡 놀이에서 얼음과 같은 상태입니다. 내년 봄이 다가와서 ‘땡!’하고 외쳐줄 때까지 응축의 시간을 보내야 하죠.



의미로 풀어본 해수


해는 동물로 돼지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해(亥)를 멧돼지의 상형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개는 대가리 잘린 짐승의 상형으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지금도 웃는 돼지머리를 고사상에 올리는 것처럼 과거에도 돼지는 하늘에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그렇게 제의에 이용되기 위해 머리가 잘린 채 몸통만 남은 돼지를 보고 ‘대가리 잘린 짐승의 상형자 해(亥)’가 나온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오행대의』에서는 해를 ‘씨앗(核)’혹은 ‘문을 잠그는 것’으로 풀이합니다. 앞서 살펴봤듯 만물이 닫히고 숨어서, 모두 씨를 맺을 때가 해월이라고 봤기 때문이죠. 『연해자평』에서도 해는 씨앗(核)이라고 했습니다. 만물을 거두어들여서 저장하게 되면 단단한 핵(核)이 된다는 이야기이죠. 


‘대가리 잘린 짐승을 상형한 글자’, ‘만물이 문을 잠그는 시기’ 등등. 해월을 설명하는 말은 그야말로 스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해월(특히 입동)이 24절기 가운데 음기가 '가장 쎈' 달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천지는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해월에 대박! 대박! 대박! 반전을 숨겨 두었습니다.


입동은 ‘해’(亥)를 품은 달(月)의 시작이다. 각 계절의 시작 즉 입절기(入節氣)에는 다가오는 계절과 다음 계절의 시간이 중첩되어 있다. 그런 고로 입동의 ‘해’ 안에는 겨울(壬水)과 봄(甲木)이 중화의 기운(戊土)에 발을 디디고 함께 서 있다. 즉 겨울로 가는 발걸음은 이미 다음 해 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후 입춘까지 봄기운은 등장하지 않는다. 해월 이후 자월과 축월에의 지장간에는 목기가 없다는 말이다. 즉 봄을 품고 있되 봄이 없는 듯 기나긴 휴면상태로 돌입하는 길목에 입동이 있다. 씨앗처럼 단단한 껍질로 품고 있는 것은 다음 해 봄에 펼쳐질 꿈이다. 작은 공간에 싱싱하게 뻗은 줄기와 화려한 꽃이 응축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라. 겉보기에는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씨앗 안에 엄청난 양기가 똘똘 뭉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김동철·송혜경, 『절기서당』, 북드라망, 218쪽


지장간이란 지지(地支)가 품고 있는 천간(天干)의 기운입니다. 즉, 땅속에 하늘의 기운이 내포되어 있다는 말이죠. 인용에서 보았듯이 겨울의 지지 중에서는 유일하게 해월만이 봄의 기운(甲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기로 얼어붙은 땅 속에 따뜻한 하늘의 양기가 꿈틀거리고 있는 셈이죠. 씨앗도 겉보기에는 딱딱한 음기로 이루어져서 생동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내면에는 엄청난 생명의 양기가 때를 기다리면서 약동하고 있죠. 


해수처럼 본체는 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 성질(활용)은 양의 성질을 가진 것을 음체양용(陰體陽用)이라고 합니다. 지지에서 해수는 본래 음수(陰水)지만 양수(陽水)로 쓰이죠. 반대로 다음에 살펴볼 12월의 자수(子水)는 양체음용(陽體陰)으로 본체는 양수(陽水)지만 그 쓰임은 음수(陰水)입니다.




사주명리로 보는 해수


해는 사주에서 차가운 바닷물이나 강물을 상징한다. 동물로는 돼지를 의미한다. 돼지는 욕심이 많은 동물이다. 그래서 사주에 ‘해’자를 가진 사람은 음식과 재물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아무거나 잘 먹고 금전관리도 뒤죽박죽일 가능성이 높다. 겨울을 열고 밤을 의미하니 잠이 많고 활동적인 일보다 정신적인 일에 관심이 많다. 해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수 기운이 충만하여 영적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겨울을 여는 힘으로 활동성이 강하고 자유로운 사유를 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고집이 강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해는 역마살에 해당한다.


류시성 ·손영달, 『갑자서당』, 북드라망,184쪽


실제 사주에서는 해수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그동안 우리에게 좋은 사례를 제공해주었던 『누드글쓰기』에는 아쉽게도 해수를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ㅠ.ㅠ) 그래서 ‘해월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우리 해월이는 2013년 11월 11일 해시(21:30~23:30)에 태어난 남자아이입니다. 보시다시피 해월이의 일간은 신금입니다. 금 일간에게 해수는 육친상 식상에 해당하죠. 



해월이는 연간, 월간에 계수(癸水)와 월지와 시지에 해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월지(月支)의 해수입니다. 사주는 태어나서 호흡을 하는 순간에 신체에 새겨지는 바코드와 같습니다. 그런 탓에 어느 계절 ,어느 달에 태어났는지가 무척 중요합니다. 자연히 사주팔자 가운데서도 월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죠. 점수로 환산했을 때 월지가 다른 자리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점수(30점)를 부여받는다는 것으로도 월지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해월이의 사주입니다.

해월이의 사주는 수(水)의 개수로 보나, 구성로 보나 식상과다형 사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상과다의 경우 우선 먹을 복이 많습니다. 먹을 것만 보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거나, 먹을 것만 생기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그럼 식상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무언가를 생산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에 일을 잘 벌이고 뭐든 조금만 배우면 자꾸 써먹으려고 합니다. 식상이 쌔니까 끼와 재주도 많고 오행에서 지혜(智)에 배속되는 수 기운을 식상으로 쓰니까 총명합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죠. 지지에서 상관(亥)과 정관(巳)이 충(冲) 하는 것을 보았을 때(사해충). 앞으로 자신의 끼나 언행으로 인해 관계나 명예에 흠집을 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상관(傷官)은 이름 그대로 관에게 상처를 준다는 의미로, 사주명리에서는 일반적으로 상관이 정관을 극한다고해서 흉한 육친으로 봅니다. 하지만 무조건 상관을 흉하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관이 너무 많아서 비겁을 못살게 구는 경우 즉, 관다신약(관성이 많고 비겁이 약한 것)의 경우에는 상관이 관성을 극해서 비겁에게 힘이 되기도 합니다.


(冲)을 살펴봤으니 이제 합(合)을 살펴보겠습니다. 해월이처럼 해수를 사주에 가지고 있는데 자수와 축토가 운(運)으로 들어온다면 ‘해수+자수+축토=수(水)’가 방합이 됩니다. 방합이란 지난달 술월에서 살펴봤듯 각 계절에 해당하는 세 지지가 합을 한 경우를 말합니다(봄-인묘진(목), 여름-사오미(화), 가을-신유술(금)이 된다). 삼합(三合)으로 살펴본다면 ‘해수+묘목+미토=목(木)’이 됩니다. 


사주에는 인(寅), 신(申), 사(巳), 해(亥). 각 계절의 첫 번째에 해당하는 지지를 역마살이라고 봅니다. 사주에 역마살이 있으면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분주하게 돌아다닌다고 보고, 앉아서 하는 일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직업. 예를 들어 비행사, 스튜어디스, 무역업, 외교관, 관광안내, 통역, 군인, 경찰, 영업 계통의 직업이 적성이 맞는다고 하네요. 우리 해월이는 지지가 모두 사·해로 역마살의 기운이 강합니다. 물상으로 해수를 살펴보면 을해는 ‘호수의 부평초’, 정해는 ‘밤하늘의 별’, 기해는 ‘마라도’, 신해는 ‘정수하는 여과기’, 계해는 ‘역동적인 태평양’을 나타냅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육갑』을 참고하세요.)



해월을 보내는 방법


예로부터 해월은 상달(上月)이라고 불렸습니다. 일 년의 농사를 마무리하고 햇곡식과 햇과일을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사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내년을 기약하는 행사였습니다. 해월에 해당하는 절기는 입동(立冬)과 소설(小雪)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입니다. 


동물들은 입동 무렵이 되면 땅에 굴을 파고 들어가 동면을 취합니다. 나무도 이때쯤이면 나뭇잎이 다 떨어지죠. 생존에 불필요한 잎을 떨어뜨리거나 굴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다음 해를 살기 위한 기운을 저장하는 것입니다. 입동 무렵의 풍습도 주로 저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입동을 전후한 5일 내외에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합니다. 만물이 응축하는 시기인 지금 김장을 하지 않으면 김치가 맛이 들지 않는다고 하네요. 


11월 잘 보내세요~ 12월에 만나요!!


소설은 해월 가운데서도 음기가 가장 강한 날로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집니다. 옛말에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추위를 겪겠다고 말한 이유는 이때에 날씨가 추워야 병해충이 죽고 씨앗이 단단하게 여물어서 다음 해에 농사가 잘 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해월은 만물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현재의 일상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위에서 보았듯 자월(12월)과 축월(1월)은 봄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 탓에,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각종 모임과 연말, 정초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보내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중에서 해시는 밤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입니다. 하루가 끝났다는 허탈감이나 안도감에 빠지기보다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죠. 모두 마무리 잘하시고 12월 자월에 만나요~    


곰진(감이당 대중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