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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쿵푸 온더로드

북경에서 열하로, 연암의 자취를 만나러 가다

by 북드라망 2013. 9. 23.

길 위로 나선 7인의 원정대, 그 첫번째 이야기



<쿵푸 온더로드>는 '길 위에서 공부하기'라는 뜻입니다. 감이당+남산강학원 멤버들과 사진 및 영상 담당 등 7명의 멤버가 첫번째로 북경과 열하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쿵푸 온더로드>의 키워드는 '연암'과 '티벳불교'입니다.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이었는데요, 어떤 곳에 다녀왔고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일주일에 한 편씩 여러분에게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떠났습니다. 도착지는 북경. 인천국제공항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느리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시계를 조정했습니다. 왠지 하루가 25시간이 된듯한 기분이었죠. 수속을 빨리 마치고 나오는 바람에 현지 코디인 '쭌언니'가 도착할 때까지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공항이 정말 크더군요! @_@;;


와이파이가 잘 안되어서 스마트폰과 씨름 중인 로드 매니저들. ㅡ.ㅜ


이러다 공항에서 3박을 하는 거냐, 이런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쭌언니와 연락이 되었고 무사히 상봉할 수 있었습니다. 휴~ 말도 안 통하는 곳인지라 큰일 날뻔 했지요. 무...물론 꼭 오실거라 믿어 의심치는 않았습니다. ^^;


중앙에 줄무늬 옷을 입은 분이 바로 쭌언니입니다. 그리고 7인의 원정대! ^^


중국에서 우리의 발이 되어 줄 차를 타고 열하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에는 마치 서울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더라구요. 인천에서 북경까지 1시간 30분 정도, 북경에서 열하까지 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연암은 당시 말을 타고 이 길을 지났을 것이고, 7인의 원정대는 차로 이 길을 건넜습니다. 여기 지형은 주로 평지였습니다. 이동 중에 눈에 띈 것은 거대한 전신주였습니다. 모양도 다양한 편이었는데, 선이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전기가 다니는 길과 사람이 다니는 길이 가깝다는 점에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속도로 바로 옆 라인) 가는 길 내내 커다란 전신주를 보니, 빠른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달까요. 


운전석에 앉은 청년이 우리의 발이 되어준 띵, 오른쪽이 현지 코디 쭌언니입니다.



고속도로를 벗어난 후 과수원 근방을 지나던 중 배를 구입했습니다. 도로에 과일을 놓고 파는 모습이 어쩐지 익숙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배보다 훨씬 작았지만 그래서인지 더 먹기 편했던 것 같습니다. 아삭한 식감에 달콤한 과즙으로 목을 축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추석때 사과나 배를 많이 선물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국에서는 배를 선물하지 않는다고 해요. '배'를 뜻하는 말과 '이별'이 같은 음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배를 선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점심은 경치가 좋은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저곳은 바다나 강이 아니라 밀운 저수지의 물이라고 합니다. 어찌나 스케일이 장대한지, 바다라고 해도 믿을 것 같더군요! 메뉴 중에 '투더스'라는 감자볶음 요리가 있었는데, 중국에 있는 동안 가장 자주 먹었던 음식입니다. 중국에 가서 뭘 시켜야 할지 잘 모를 때에 아주 유용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곰샘이 가장 좋아하시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꼭 기억해주세요. 투더스~ ㅎㅎ


연암이 지날 때에는 강이었겠지요?


기내식을 먹었지만, 또 먹게 되더군요...


든든하게 밥을 먹고 도착한 고북구성! 입구에는 사자 비석이 커플로 있는데, 일종의 수호신 같은 개념이라고 합니다. 한국에도 해태가 문지기를 하는 것처럼요. 사바나에 있는 사자와는 별로 안 닮았지만, 여튼 목에 꼭 스카프 같은 걸 두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입장권을 끊고 걸어갈 수도 있지만...저희는 차로 이동했습니다. 문 안에는 민가가 있었는데요, 작은 마을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집앞에 버섯이나 나무열매를 말리는 집이 많았지요. 이 민가들에서 산성까지 입구가 정말 꽤 멀더군요. 차로 이동하지 않았다면 산성을 오를 때쯤 다리가 후들후들거렸을지도...


고북구성 입구에 도착!


차로 씽씽~ 느낌 아니까~ ^^


그리고 2시간 정도 산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길, 아래는 나무가 우거진 깊은 산이었습니다. 나무가 많아서 떨어져도 안 죽을 것 같아서인지, 무섭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지요. 하지만 길이 좁고 가파른 편이었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햇볓은 적당하게, 걷기 딱 좋은 날씨였지요!


고북구성은 『열하일기』에도 나옵니다. 만리장성의 일부이고, 윗쪽에 사는 오랑캐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지요. 연암이 이곳을 지나면서 쓴 유명한 글이 바로 「야출고북구기」입니다. 밤에 고북구를 나서며 쓴 글이라, 별빛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저희는 낮에 가서 별은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초소에 아무도 없지만, 연암이 길을 가던 당시에는 각 초소마다 불이 켜있지 않았을까 떠올려보게 됩니다. 밤에 이곳을 지난다고 생각하니 운치있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산성은 시야에 잡히지 않는 곳까지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굉장히 길~게~


한 초소 안에 들어갔습니다. 산이 겹겹이 둘러쳐진, 천연의 요새입니다. 각 초소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있었고, 초소 역시 길에서 약간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초소 1층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좁은 돌계단을 통해 초소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한쪽에는 산이, 한쪽에는 긴 성벽이 보입니다. 명나라(16세기)때 축조되었다고 합니다. 일정한 크기의 붉은 벽돌로 쌓인 모습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이런 험준한 산맥에 길을 닦고, 정돈된 건축물을 세웠는지, 트럭이 전혀 올라갈 것 같지 않은 이곳에 엄청난 양의 벽돌은 어떻게 운반했을지…모든 것을 사람의 힘으로 했겠지만 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제가 느끼는 놀라움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편리한 도구들이 더 많아진 지금, 오히려 도구에 더 의존하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걸 다 옮겼을까,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하고 자꾸 지금 시대의 감각으로 재려하기 때문이겠지요. 


초소 2층에서 바라본 모습


마치 한 마리의 긴 뱀처럼, 산의 기세를 요리조리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잠시 성 안에서 말을 쉬었다. 시장터와 거리가 자못 번화했으나 집집마다 문이 닫혀 있다. 문 밖에는 양각등이 달려 있어 별빛과 뒤섞여 반짝이고 있다. 이미 밤이 깊어 두루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술을 사서 조금 마시고는 바로 장성을 나섰다. 어둠 속에 군졸 수백 명이 있었다. 아마 검문을 하기 위해 서 있는 듯하다.


세 겹의 관문을 나온 뒤, 말에서 내려 장성에 이름을 새기려고 패도를 뽑았다. 벽돌 위의 짙은 이끼를 긁어내고 붓과 벼루를 행탁 속에서 꺼냈다. 꺼낸 물건들을 성 밑에 주욱 벌여 놓고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물을 얻을 길이 없었다. 아까 관내에서 잠깐 술을 마실 때 몇 잔을 더 사서 안장에 매달아 두었던 것을 모두 쏟아 별빛 아래에서 먹을 갈고, 찬 이슬에 붓을 적셔 여남은 글자를 썼다. 


(...) 다시 또 한 고개에 올랐다. 초승달은 이미 졌는데, 시냇물 소리는 더욱 요란히 들려온다. 어지러운 봉우리는 음침하기 그지없어, 언덕마다 범이 튀어나올 듯 구석마다 도적이 숨어 있는 듯하다. 때로 긴 바람이 우수수 불어와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쓸어준다. 솟구치는 감회를 누를 길 없어, 따로 「밤에 고북구를 나서며」를 썼다.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중


고북구성을 가뿐하게 오른 원정대원들. ^^


고북구를 내려온 후 열하로 이동했습니다. 열하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지요. 저녁식사 후에는 다음 날 방문할 곳인 피서산장과 소포탈라궁, 달라이 라마와 티벳 불교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25시간을 보낸 것 같은 길면서도 여유로운 하루였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에 대해 알지 못하면 지나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조금더 알고 싶고, 조금더 보고 싶은 마음, 이것이 <쿵푸 온더로드>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마케터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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