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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

더워도 너~무 더운데, 벌써 입추라니?

by 북드라망 2013. 8. 7.

가을의 시작, 야무진 매듭을 준비하는 시간


북드라망 블로그 오른쪽 메뉴 중 '지금 절기는?'이라는 예쁜(^^;) 배너가 있습니다. 15일에 한번씩 바뀌는 절기를 표시하고 있지요. 절기에 관한 글이 처음 블로그에 연재된 것은 작년 입춘부터였습니다. 입춘부터 대한까지 총 24개의 절기를 함께했지요. 그 이후부터는 절기에 대한 관심이 슬금슬금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캘린더에 절기를 입력해두고,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관찰하게 되었달까요.


특히 출퇴근할 때 길에 있는 가로수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회사 근처에는 은행나무가 많은데요~ 하지 이후부터 슬슬 은행나무에 열매가 맺히고 있는 것을 보며 신기했더랍니다. 정신을 잘 수습하기 어려운 더운 날씨인데, 나무는 벌써 다음의 리듬을 준비하고 있구나 싶어서요. 갑자기 매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도 대서(7/23) 이후였구요. 절기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와 풀과 바람과 벌레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시골 출신이다보니 어린 시절에는 철에 나는 나물이며 열매 이름을 꽤 많이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까먹었습니다. 제철 과일도 가끔 헷갈리는 사태가...그래서 종종 편집자 k님에게 제철 과일 근황을 물어보곤 한답니다. 허허허;; 여튼 도시인이 되면서 그나마도 조금 있던 야생의 감각을 잊어버린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응?) 요즘 정글에 가는 예능이 인기가 많은지도 모르겠네요;;; 흠흠;;;;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요? ㄷㄷ;


저도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요, 우리는 흔히 '절기'하면 입춘, 우수, 경칩, 춘분 등등 특정한 날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절기는 흐르는 '시간의 마디'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우리 신체에서도 관절이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기 때문에 무거운 짐도 들 수 있고, 이렇게 키보드도 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실 절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1년 365일이라는 이 달력이 참으로 건조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달력에서의 관심사는 오직 '빨간 날'이 주말과 어떻게 배치되었는가 뿐이었죠. 그래서 아직 절기에 대해 알지 못했거나, 혹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풍속이라거나, 혹은 미신이라는 오해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절기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를 하고 싶었습니다.



입추의 위치 확인하셨지요? 입추는 아직 더위가 남아있지만, 처서가 되면 일교차가 커진다고 합니다. 절기는 이렇게 태양의 길(황도)에 따라 분절한 24개의 매듭인 것이지요. 물론 각각의 절기는 다른 이름처럼 특성이 있지요. 입추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클릭해서 더 자세한 '입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또, 작년과 올해의 입추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입추, 가을에게 성숙을 묻다


아직 마음의 준비를 못했는데, 가을이라니!!! ㅠㅠ


가을의 입구를 맞이하기 하루 전, 왠지 이 한시가 눈에 띕니다. 특히 마지막 줄이요. ㅎㅎ; 자, 그렇다면 내일부터 불어 올 가을 바람을 기다리면서, 올 한 해 자신의 농사(!) 현황도 점검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새해에 세웠던 계획들 중 아직 못다한 것이 있다면 겨울바람이 불기 전,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아요~


온갖 일 몸 밖에서 사라지니

생애는 거울 속에 있다.

오직 눈처럼 흰 귀밑머리로

내일이면 가을바람 마주하리니.


─당나라 이익, <입추 하루 전날 거울을 보며>, 『삼라만상을 열치다』에서 재인용




삼라만상을 열치다 - 10점
김풍기 지음/푸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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