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권력을 양도할 수 있을까? -리바이어던, 인공신체의 탄생

리바이어던의 탄생과 신체



소유로서의 권력개념


푸코 이야기로 시작하자. 푸코는 권력개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유로서의 권력개념, 즉 권력 혹은 권리를 양도할 수 있다는 관념이다. 푸코는 이를 권력이론의 ‘경제주의’라고 부른다. 


권력의 고전적, 사법적 이론에서는 권력이 마치 재산처럼 누군가가 소유할 수 있고, 따라서 사법적 행위 또는 인도나 계약의 형식인 권리 개설의 행위에 의해 전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남에게 이양하거나 양도할 수도 있는 하나의 권리로 간주되었다. 권력은 모든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어떤 구체적인 것인데, 그것을 전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양도하여 정치적 주권 또는 권력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이러한 권력의 경제주의 사고 속에서 개인들의 양도로서의 계약을 통한 주권이라는 발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푸코는 이런 경제주의적 관점이야말로 권력의 문제를 호도한다고 비판한다. 푸코식으로 보자면 권력은 주어지거나 교환되거나 재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행사될 뿐이다. 주권은 그처럼 왕이 중심에 있고, 그 밑에 신하들이 위치한 단일한 구조물이 아니다. 법체계와 사법의 영역은 다양한 형태의 예속의 테크닉과 지배관계를 실어나르는 영원한 운반수단일 뿐이다. 오히려 수많은 예속관계가 사회라는 몸체 내부에 자리잡고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푸코는 ‘주권과 복종’ 대신에 ‘지배와 예속’의 문제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유개념으로서의 권력의 시작, 바로 이 사람이다. 토마스 홉스!


이런 권력 혹은 주권 개념의 시작은 잘 알다시피 근대 국가 개념을 창안한 홉스부터이다. 그전까지 정치는 어떤 것이 좋은 지배냐 나쁜 지배냐로 파악하는 방식이었다. 인간 본성상 지배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고였다. 따라서 고대와 중세의 정치철학은 어떤 것이 좋은 지배인가에 대한 이론이었다. 그러나 홉스의 시기, 근대국가의 탄생은 지배의 정당성을 의문시하며 시작된다. 그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전환이었다. 앞서 살펴본 데카르트 시대부터 등장한 근대적 합리적 주체로서의 개인은 이러한 지배질서의 합리성을 묻는 개인이었다. 자연, 우주, 질서로부터 떨어져 나온 개인들은 계약 혹은 합의로 권력을 양도해서 상호 계약을 통해 국가를 탄생시키는 이론을 만들어낸다. 소위 사회계약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허구적 상상물이다. 구성원들의 자발적 합의와 자신의 권리를 양도해서 만들어내는 계약 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홉스가 하려던 것은 이러한 표상을 통해 주권의 본질을 가리는 것이었다. 물론 그가 하려던 작업은 기존의 중세적 이론을 넘어 새로운 정치질서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슈미트식으로 말하자면 예외상태로서의 국가 내지 주권의 탄생이기도 했다.



정치는 전쟁의 또 다른 수단이다


이처럼 홉스는 자연상태, 전쟁상태를 극복하고 리바이어던이라는 국가체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푸코가 보기에 홉스는 주권이라는 모델을 통해 전쟁상태를 제거함으로서 오히려 지배질서를 담론화한 인물이다. 하지만 푸코가 보기에 실제 정치는 전쟁의 연속이다. 푸코가 클라우제비츠의 유명한 명제인 “전쟁은 정치의 또 다른 수단”이라는 말을 뒤집어, “정치야말로 전쟁의 또 다른 수단”이라고 말한 것 역시 이런 의미였다.


고야, <거인>


그런 점에서 푸코가 말하듯 헌법이란 가시적인 법의 총체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헌법, constitution이라는 단어에 ‘체격’, ‘체질’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 용어가 의사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헌법이라는 말은 이미 힘의 관계나 비례의 작용과 균형, 안정적인 비대칭성, 그리고 서로 부합되는 불규칙성을 의미한다고 푸코는 지적한다. 즉 선과 악 사이의 힘의 관계, 그리고 적대세력들 사이의 힘의 관계라는 이 의학적이면서 동시에 군사적인 개념이 바로 헌법의 개념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푸코는 이러한 의학-군사적인 이 헌법 개념을 통해 전쟁으로서의 지배관계를 다시 사유하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는 푸코가 권력에 대해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문제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도대체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권력을 가진 사람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가? 그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등의 질문(이런 질문은 미궁과 같아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을 제기하지 말 것이다. 그와는 정반대로 권력의 의도가-만일 의도가 있다면-효과적이고 실제적인 실행 속에 완전하게 투입되어 있는 측면에서 그 권력을 연구해 보아야 한다. .. 다시 말하면, ‘어떻게 군주가 저 높은 곳에 나타나는가?’라고 묻지 말고, 수많은 육체와 힘,에너지,물질,욕망,사유 들에서부터 어떻게 실제로 물질적,점진적으로 조금씩 신하들 혹은 신민이 형성되는지를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푸코는 이를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하고자 했던 것과 정반대의 작업라고 말한다. 이는 “다수의 개인과 의지들에서부터 어떻게 주권이라 부를 수 있는 정신에 고무된 하나의 의지, 하나의 육체가 형성될 수 있는가를 알고자 하는 법률가들의 작업과 정확히 반대되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리바이어던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도식을 기억할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인 리바이어던은, 국가를 구성하는 어떤 요인들에 의해 한데 모인 ‘개체들의 응고’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에, 아니 어쩌면 국가의 머리 부분에 그것을 국가로서 구성하는 어떤 것이 들어 있다. 이 어떤 것이야말로 홉스가 정확히 리바이어던의 정신이라고 말했던 주권인 것이다.”



불사의 인간, 리바이어던의 탄생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홉스에 대해 살펴보자.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근대 정치철학에서 기계론적 사유로 새로운 국가구성을 시도한 인물이다. 홉스의 방법론은 흔히 ‘분해와 결합의 방법’으로 일컬어진다. 여기서 분해란 알고자 하는 대상을 가장 작은 단위로 분해하여 더 이상 의심할 바 없는 확실한 토대를 찾아가는 과정을 말하며, 결합이란 그 토대로부터 점차 복잡한 것으로 종합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방법론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17세기 이러한 사고의 발상은 특이한 것이었다. 이 분해와 결합의 방법을 물리학과 천문학에 적용해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갈릴레이였고, 홉스는 갈릴레이의 영향을 받아 이 방법론을 그의 사상을 기초하는데 사용한다.

이러한 방법론은 그의 사상이 철저한 유물론에 기반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홉스는 근대 제일의 유물론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17세기 기계적 인과율의 목적은 움직이는 물체들 사이의 합리적인 법칙을 설명하는 데 있었다. 홉스는 국가를 설명할 때도 이러한 방법론을 그대로 가지고 온다. 그는 “코먼웰스(국가)를 만들고 유지하는 기술은, 산술이나 기하학과 같이, 확실한 법칙을 따를 것이지 테니스 경기처럼 실지 경험에만 기댈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홉스는 기계론적 운동론을 인간 행위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구에 적용하여 하나의 새로운 학문을 구성하려 했다. 세 종류의 물체, 즉 자연적 물체(natural body), 사람의 몸(human body), 그리고 인공적 물체(artificial body)에 대한 작품이 그의 삼부작 『물체론』, 『인간론』, 『시민론』이었다. 그는 이 세 가지 신체를 하나의 틀로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새롭게 구성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신체론이 국가론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예상하는 것은 타당한 추론일 것이다.

구스타프 도레_<리바이어던의 파괴>, 1865년작.



그는 실제로 리바이어던이라는 국가를 ‘인공인간’에 비유한다. 그가 책 표지에 그린 국가모델, 리바이어던은 원래 성서에 등장하는 괴물이었다. 욥기 41장에 나오는 “지상에 더 힘센 사람이 없으니 누가 그와 겨루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은 자연적 신체와 대비해 죽지 않는 불사의 신체이자,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가진 국가라는 신체였다. 『리바이어던』의 첫부분을 살펴보자.


자연은 하느님이 세계를 창조하여 다스리는 기예이다. 다른 많은 일들에서 그렇게 하듯이 이 자연을 인간의 기예로 모방하면,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의 ‘인공동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생명은 신체나 사지의 운동을 말하고, 이 운동은 내부의 ‘중심부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면, 모든 자동장치들(시계처럼 태엽이나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들)은 하나의 인공적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심장에 해당하는 것이 태엽이요, ‘신경’에 해당하는 것이 여러 가닥의 줄이요, ‘관절’에 해당하는 것이 톱니바퀴이니, 이것들이 곧 제작자가 의도한 바대로 전신에 운동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의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탁월한 작품인 인간을 모방하기에까지 이른다. 즉, 기예에 의해 코먼웰스(Commonwealth) 혹은 국가, 라틴어로는 키비타스(civitas)라고 불리는 저 위대한 리바이어던이 창조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공 인간’이다.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여기서 이때의 기계장치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인공인간 역시 하나의 기계에 비유한다. 심지어 모든 자동장치들이 인공적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앞서 데카르트에게서 보았던 기계적 세계관이 그에게도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인공인간의 각 부분은 신체의 각 부분에 비유된다. 주권은 인공 ‘혼’으로서 전신에 생명과 운동을 부여하며, 각부 장관들과 사법 및 행정 관리들은 인공 ‘관절’로, 상벌은 모든 관절과 사지를 주권자와 연결시켜 그 의무의 수행을 위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므로 ‘신경’에, 구성원 개개인 모두의 부와 재산은 그의 ‘체력’에, 조언자들은 그가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을 제안하기 때문에 그의 ‘기억’에, 공평과 법은 인공 ‘이성’이며 의지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공신체의 화합이 ‘건강’이며, 소요는 이 신체가 걸리는 ‘질병’이고, 내란은 신체의 ‘죽음’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리바이어던』의 표지의 부분. 홉스는 리바이어던이라는 불멸의 국가-신체, 인공-신체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이러한 신체에 대한 비유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고대서부터 중세로까지 하나의 전통처럼 내려져왔다. 그러나 홉스의 시대는 달랐다. 이러한 국가-신체의 유비는 이미 낡은 것이었다. 그러나 홉스는 이를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그것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신체 유비는 후반부에 다시 나오고 있다.


코먼웰스의 하부체계에 대해 살펴보자. … 단체는 사람의 육체에 비유하자면 ‘근육’에 해당한다. 즉 단체와 근육은 상사기관이다.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단체란 동일한 이익 혹은 동일한 일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인간이 결합한 것이다. .. 합법적 단체는 인체의 근육에 해당하고, 비합법적 단체는 인체의 종기, 담즙, 농양에 해당하는데, 이런 것들은 악한 체액이 부자연스럽게 합류할 때 생긴다. .. 공적 대행자는 자연적 육체에 비유하자면 수족을 움직이는 신경이나 힘줄에 해당한다. .. 타국의 비밀계획이나 병력을 탐지하기 위해 비밀리 파견된 사람은, .. 인체의 눈에 해당한다. 또한 인민의 청원 및 기타 정보를 처리하도록 임명된 자는 이른바 공공의 귀로서, 공적 대행자이며, 그 직무에 관하여 주권을 대표한다.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이와 같은 국가와 신체에 대한 유비는 계속 이어진다. 여기서 주의깊게 보아야 할 유비가 하나있다. 그가 화폐를 혈액에 유비하는 부분이다. “화폐가 공공의 사용에 이를 수 있도록 전달해주는 도관과 통로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화폐를 국고에 전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공지출을 위해 그 돈을 다시 급부하는 것이다. 전자의 일은 징수관, 수납관, 재무관 등이 담당하고, 후자의 일은 재무관이나 혹은 공적, 사적 대행자의 지출 업무를 위해 임명된 관리들이 담당한다. 여기에서도 인공 인간은 자연인과 비슷하다. 자연인의 정맥은 신체의 각 부분으로부터 혈액을 받아 이를 심장으로 보낸다. 심장에서 다시 활력을 얻은 혈액은 동맥을 따라 흐르면서 신체의 모든 부분에 활력을 부여하고, 이로써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리바이어던이라는 신체를 만들고자 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순환체계로서 국가라는 이미지이다. 그리고 이 순환체계는 그 중심의 역할이 중요시된다. 주권이란 인공 혼으로서 그 신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고, 이로서 국가라는 신체-기계는 움직이게 되며, 각각의 대행자들은 신체를 움직이는 대리자가 된다.

  


윌리엄 하비, 혈액의 순환을 발견하다



심장의 혈액 순환을 발견한 윌리엄 하비. 그는 베이컨의 주치의기도 했으며, 제임스 1세와 찰스 1세의 의사로 활약했다.

실제로 그는 『인간론』에서 가장 먼저 심장의 작동에 대해 강조한다. 죽음 역시 혈류의 정지로 파악하는데, 홉스에게 순환이야말로 인간의 신체의 핵심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홉스와 동시대의 의학자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혈액의 순환체계를 발견한 인물로 의학사에서 높이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는 실제 동물의 해부를 통해 심장과 혈액의 순환체계를 발견했다. 이로서 의학사에서 갈레노스의 1300년 동안의 지배가 끝난다. 그가 1628년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를 완성했을 때 비로소 혈액의 순환체계가 발견되었다. 기존에는 혈액이란 간에서 만들어져 온 몸으로 보내질 뿐 순환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었다. 

하비는 심장의 수축을 통해 혈액이 닫혀진 고리 안에서 순환함을 밝혀냈다. 갈레노스의 의견이 맞다면 정맥류는 신체 각 기관에 영양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동맥류는 신체 각 기관에 생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소멸되어야 했다. 하지만 하비는 실험을 통해 심장 박동 순간의 혈액 출력량을 수분 동안 합산한 결과 체중의 몇 배가 넘음을 발견했다. 이는 대동맥에서 흘러나온 혈액의 대부분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발견은 17세기 과학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런 그의 심장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의학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의 헌사에서 이 책을 찰스 1세에게 바치며, 자신의 심장에 대한 지식이 왕에게 유익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쓰고 있다. 실제 그는 “생물체의 심장은 삶의 근원이자, 모든 것의 왕자이며, 소우주의 태양이다. 모든 생명력이 거기에 달려있고, 모든 활력과 힘이 거기에서 생겨난다. 이는 마치 모든 왕국의 근원이자 소우주의 태양인 왕과 같다. 군주는 모든 권력이 발생하고 모든 자비가 일어나는 국가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하비의 생각은 홉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기존의 국가-신체는 고대와 중세 철학에서 봐왔듯이, 단순히 살아있는 신체로서 각각의 기능에 대한 유비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홉스에게서 국가-신체는 기계적 부분들로 이루어진, 순환하는 신체, 그리고 그 안의 중심을 가진 모델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이제 국가-신체는 그 확고한 중심성을 갖고 하나의 순환시스템 속에서 이들을 작동시킬 대리자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이는 하비의 의학 이론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일지 모른다. 실제 홉스는 『시민론』에서 자신의 작업이 하비에게 많이 빚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진리가 아니라 권위가 법을 만든다”


이는 홉스와 하비가 살았던 17세기 당시의 영국의 상황 속에서 이해할 때 더 잘 볼 수 있다. 진리와 진리를 둘러싼 투쟁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권위를 가진 자가 어떤 것이 진리인지 결정해주면 된다. 홉스는 당시 퓨리탄 혁명으로 혼란스러웠던 무질서한 상태를 종식시킬 그 무언가를 절실히 원했다. 홉스가 자신은 공포와 쌍둥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던 것도 우스갯소리만은 아니었다. 그가 살던 당시 유럽은 종교전쟁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내전이 치열하던 때였고, 그의 리바이어던은 이렇게 공포라는 정념에서 탄생한다. 그렇기에 이런 혼란에서 해방시켜줄 단 하나의 절대적 존재인 리바이어던이 요청된다.

그것은 전쟁상태를 종식시킬 ‘권위’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했다. 본인을 의미하는 단어 ‘author’에서 권위라는 뜻의 ‘authority’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권위란 대리인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대리인에게 권위가 주어진 이상 그는 본인이 되어 그 권위를 휘두를 수 있는 것이었다. 왕당파와 의회파, 구교와 신교와의 투쟁에서 진리를 갈라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신체를 관장하는 주권자라는 머리였다. 그렇게 근대국가론의 아버지 홉스에 의해 탄생된 근대국가의 모습은 이러한 양도를 통해 공통권력, 대리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진리가 아니라 권위가 법을 만든다”는 홉스의 유명한 명제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푸코로 돌아가보자. 푸코는 미개인과 야만인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미개인과 달리 야만인은 장악하여 제 것으로 만든다. 그들은 영토를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약탈한다. 다시 말하면 그들과 재산과의 관계는 부차적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봉사하도록 만든다. 남에게 땅을 경작하도록 하고, 말을 보살피게 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만들어 오도록 시킨다. 그들의 자유도 역시 타인의 잃어버린 자유 위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리고 권력과 맺는 관계 속에서도 미개인과 달리 야만인은 결코 자신의 자유를 양보하지 않는다. 미개인은 넘쳐흐르는 자유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생명과 안전,재산,재화를 지키기 위해 그것을 타인에게 양도한다. 그러나 야만인은 결코 자신의 자유를 양도하지 않는다. 그들이 스스로 왕이나 수장을 만들어 권력을 형성할 때도 자기 고유의 권리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약탈과 훔치기에서 좀 더 강자가 되기 위해, 그리고 좀 더 힘센 침략자가 되기 위해 그렇게 할 뿐이다. 야만인이 권력을 옹립하는 것은 자기 개인적인 힘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하면 야만인에게 있어서 정부의 모델은 필연적으로 군사적인 정부이며, 미개의 특징인 민간적인 양도의 계약에 전혀 근거하지 않는다.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여기서 푸코는 자신의 권력을 양도하는 미개인과 대비해 군사적 모델로서 야만인을 들고 있다. 이처럼 푸코는 주권은 양도를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도라는 이념적 논리구조를 통해 가려지고, 흩어진다고 주장한다. 푸코는 이를 예속적 앎이라고 부른다. 그가 말하는 계보학이란 이러한 ‘예속적 앎’들을 넘어 ‘앎들의 봉기’라는 의미이다. 이는 ‘진정한 지식의 이름으로, 또는 몇몇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는 과학의 권리를 내세워 국부적인 앎에 침투하고, 거기에 위계질서를 세우고, 그것들을 정돈하려는 통일적 이론의 심급에 대항하여 국부적이고 불연속적이며 폄하되고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앎들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었다.


이응노, <군상>


그렇다면 우리는 권력에 대한 계보학적 접근을 통해 정치를 새롭게 전쟁화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앎들을 예속시키는 모든 권력, 담론들에 맞서 앎들의 봉기를 일으키는 것이자, 바로 양도와 대리라는 주권의 이미지 밖으로 탈출하여 새로운 관계를 구성해내는 것일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홉스식 신체가 아닌 새로운 신체로서의 정치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_담담(남산강학원 Q&?)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10점
미셸 푸코 지음, 박정자 옮김/동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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