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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

편집자 k, 걷고 또 걷는 출근길 대탐험(?)

by 북드라망 2013. 4. 22.

걷는 여자, 그 이름은 편집자 k




안녕하셔요, 편집자 k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될 줄은 몰랐는데……하하, 요즘 걷는 게 너무 좋아요!! 저란 여자, 움직이지 않는 여자. 이불 덮고 자는 게 제일 좋아서 한때는 이불교를 창시하고 싶었지요. 이불 덮고 자다 신심(?)이 깊어지면 그대로 구원받고 승천하는;; 신도(?)들과 함께 누워 있다가 누군가 한 명씩 ‘퐁’ 하고 사라지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혼자 낄낄대곤 했던 저였답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됐냐면…….
 
지난 4월 1일자로 남편에게 발령이 났습니다. 해서 선릉역으로 출근하던 양반이 이제 정반대 방향인 을지로3가역으로 출근하게 되었지요. 을삼이면 마침 저와 같은 방향! “어머, 이제 출퇴근 같이 하면 되겠네!” 갈아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시간 넘게 시내버스를 타고 광화문 앞으로 와서 거기서 또 한국통신 앞으로 걸어가 한 정거장을 굳이 마을버스를 타고 갔던 저였지만 남편과 출근길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야 했습니다. 시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탈 것이냐, 을삼에서 내려 3호선으로 갈아타고 안국역으로 갈 것이냐 저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물론 빠른 것은 시청역에서 내리는 것이지만 전… 이상하게 시청역이 싫어요. 서울에 오기 전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라는 노래 때문에 시청역에 대한 묘한 환상을 갖고 있긴 했지만 막상 보니까 이건 뭐…;; 우울해요, 그냥. 그래서 안국역으로 결정! 그러고부터 저의 출근 시간이 달라졌지요. 짜잔~.



저 까만 선이 지하철을 타고 오기 전의 저의 동선, 칼라풀한 애들이 요즘 들어 회사에 오는 루트랍니다. 남편은 8시까지 출근이라 남편과 함께 나오면 전 출근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는답니다(그래서 분식점에서 라면을 먹고 간 날도 있죠. 후후후). 그래서 동네 한 바퀴 걷고 가 볼까 한 것이 점점 대범해져서 하늘색 코스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지요. 사실 코스가 다양해지 건 길을 잘못 들어서이기도 한데요;; 한번은 창덕궁 쪽으로 나가야지 하고 갔는데 갑자기 운현궁이 뚜둥! 계속 가면 창덕궁이 나오겠지?(안 나옵니다--;) 하며 계속 앞으로 갔더니 저 멀리 낙원상가가;;; 이건 아니다 싶어 급하게 왼쪽으로 꺾어서 갔더니 갑자기 눈앞에 창덕궁이 뚜둥! 뭐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회사엔 무사히 잘 갔습니다.
 
걸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거! 그리고 의외로 볼 게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고양이 친구는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주욱 올라오다보면 타르트가게 하나가 있고, 거기 맞은편에는 수퍼가 하나 있는데 아마도 그집에서 키워지는 것은 아닌데 보살핌을 받기는 하는 그런 아이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사람 손을 많이 타서인지 길냥이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는 척을 하자마자 저렇게 저의 종아리에 부비부비를 하며 교태를 부리더군요.

하지만 저에게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저렇게 쏘쿨하게 저를 떠나버렸습니다. 흑. 야옹아, 천하장사 소세지 사다 놨다!! 빨리 또 만나자!!



창덕궁 돈화문입니다. 안으로도 한번 들어가 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회사는 못 가고, 경찰서부터 끌려들어가게 되겠지요? 개궁(?) 전이니까요;; 저희 회사에서는 경복궁이 훤히 들여다보이는지라 창덕궁이라고 해서 뭐 그리 특별날 것은 없지만 광화문 앞이 차로 사람으로 아침부터 북적북적 대는 것에 비해 창덕궁 앞은 비교적 고즈넉(?)합니다. 언젠가는 창덕궁을 지나 창경궁 앞까지 한번 가 보고 싶어요. 저 그래도 출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운현궁 앞입니다. 운현궁을 가려면 안국역 4번 출구로 나가셔야 합니다. 창덕궁은 3번 출구이구요. 전 3번 출구로 나간다는 것이 어리바리하다가 4번으로 나가 운현궁으로 가게 됐지요. 아, 운현궁! 저 여기서 전통혼례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꿈은 깨져서 그냥 웨딩홀에서 결혼했습니다만 다시 결혼을 하게 된다면(응?) 여기서 꼭 하리라, 이런 생각은 안 합니다. 해보니까 결혼식 그게 뭐라고 몇 달 내내 고생만 하고. 다시 하게 되면 그냥 물 한 그릇 떠놓고 절이나 하고 말랍니다.



안 그래도 이런 터 저런 터가 많은 종로구, 여운형 선생님 집터를 발견했습니다. 여운형 선생님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이작가 이박사의 이이제이>의 여운형편을 들어보세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시면 알찬 하루를 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운형 선생님 집터에서 몇 걸음만 내려가면 역사문제연구소가 있더라구요. 일부러 이 자리에 터를 잡으신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신기했습니다.




이 친구는 아침 산책길에 본 친구는 아닌데 뽀나스로^^; 재동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잘 살펴보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흑) 작은 떡볶이 가게가 있는데요. 그집 강아지입니다. 여섯 살 됐다고 하네요. 어찌나 순한지 이 사람 저 사람 만져도 가만히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마냥 반기는 그런 아이는 아닌데 제가 전날 고양이 주려고 샀던 소세지를 하나 줘서 그런지 이날은 저에게 배를 마구 드러내 보이며 반겨주더라구요. 혹시 이 친구에게 소세지를 주고 싶다면 그냥은 아니 되어요. 소세지를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잘라낸 뒤 손으로 마구 으깨서 드려야 잡숫는답니다.

(별로 궁금하시진 않으시겠지만) 제가 걸으면서 듣는 음악, 보게 되는 사람들, 어쩌다 한 번씩 드는 생각…… 그런 것들을 북드라망 이야기에서 나누고 싶네요. 그래야 앞으로 저도 계속 걷게 될 테니까요. 아무튼 걷는 거 참 좋더라구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 번 걸어보세요. 좀 걸어서 돌고 돈다고 갈 길 못 가게 되는 건 아닙디다요!



_편집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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