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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은 지금

정신줄을 잡고 싶다면? 걸어라! -<인간의 조건>을 보며

by 북드라망 2013. 3. 22.

안녕하세요. 북블매입니다.
목련도 꽃을 피울 준비가 한창이고, 성격 급한 개나리들은 벌써 꽃이 피었더라구요. 이제야 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이상하게 봄이 되면 어디론가 돌아다니고 싶고~ 걸어 다니고 싶은 맘이 들어요. 저...저만 그런가요;; 여튼 그래서~ 금요일 소개 코너를 약간 후리(free)하게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제가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합니다. 쨘! 이미 보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토요일 야심한 밤에 하는 <인간의 조건>입니다. <인간의 조건>은 개그 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일주일 동안 합숙하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미션은 ‘쓰레기 없이 살기’였지요. 이때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지렁이!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양상국이 지렁이를 데려와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미션이 끝난 지금, 그 지렁이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지렁이 키울뻔했다능;


저는 이 프로그램이 참 좋습니다. 커피전문점에서 종이컵으로 커피를 사먹는 것에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았고, 대형 마트를 갈 때에는 당연히 차를 끌고 가야하고… 너무 편안하게 그것들을 누리고 있는 저를 다시 보게 해주거든요. 여하튼 지난 미션을 보면서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먼지 쌓였던 텀블러를 다시 꺼내서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 뭔가 편안한 게으름에 안주하는 저를 움직이게 만드는 계기가 되더라구요.


지금 방송 중인 미션은 ‘자가용 없이 살기’입니다. 이 미션을 수행하는 곳은 바로 부암동에 있는 숙소인데, 숙소로 올라가는 긴~~~ 오르막이 인상적이었어요(그래서 여기로 골랐겠지만^^). 저야 자동차를 원래 잘 안 썼으니 괜찮지만, 미션을 수행할 당사자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고통(?)이 시청자의 즐거움인것을 어쩌겠습니까. ㅎㅎ 프로그램을 보면서 멤버들이 걷는 길을 저도 한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해보니 부암동이 산책 코스로 원래 유명한 곳이었군요. 아…… 제가 촌사람이라 몰랐네요. 흠흠; 




이번 미션을 보니 이 책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건강과 운동조차 서비스를 받으려 한다. 헬스클럽이나 휘트니스 센터 등을 통해. 그런 곳은 당연히 돈이 든다. 그것도 아주 많이! 뿐만 아니라 그것은 일상의 활동과 분리되어 있다. 이런 식의 운동은 양생적 차원에서 보면 저급한 수준에 속한다. 생명은 전적으로 자율성에 기반한다. 자신 안에 있는 힘을 스스로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헌데, 돈과 서비스가 개입하면 이 자율성이 위축되어 버린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가장 먼저 자가용을 버리면 된다. 차는 생계 수단이 아닌 한, 다 ‘잉여’다. 또 우리나라만큼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된 곳이 어디 있는가. 하여,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터까지 걷는 것이다. 점심 먹은 후에도, 또 귀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몸은 다소 힘들지만 마음은 그때 비로소 쉬게 된다. 마음이 쉬면 잡념 아닌 성찰이 시작되고, 또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과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정신줄을 잡았’을 때의 삶의 모습이다.


일석 삼조, 아니 사조! 그러니 차를 굴리느라 돈이 들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안달복달하지 말고, 일단 걸어라! 걸으면 돈이, 아니 복이 온다!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200~202쪽, 강조는 인용자


『동의보감』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몸이 편안한 사람들은 마음이 괴로운 병이 걸리고, 몸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몸은 피곤할지언정 마음은 편안하다는 것인데 이 말이 요즘 왜 이렇게 실감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 머릿속이 복잡하고 엉켜있는 것 같을 때 잠깐이라도 걷고 돌아다니면서 움직이면,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만 바라볼 때보다 좀더 기분이 나아지는 걸 느끼거든요. 저도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데요, 아침저녁으로 30분씩 걷는 게 처음에는 꽤 힘들었습니다. 움직이는 양이 늘어나니 식욕도 마구 늘어났구요. 하하; 가끔 너무 피곤할 때에는 귀찮아서 택시를 타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인간의 조건>을 떠올리게 됩니다. 안 돼! 여기서 미션(응?)을 포기할 수 없어! 이런 심정이랄까요? (체험하는 개콘 멤버들과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입니다.ㅎㅎ) 




이번 주에는 문득 출퇴근 길 말고 가까운 곳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조건>을 촬영했던 부암동 숙소 가는 길도 궁금하기도 하구요.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는 마음에 드는 곳을 천천히, 그리고 평소보다 오래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 주에는 제가 다녀올 어딘가(;)의 탐험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즐겁고 편안한 주말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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