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은 지금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만화 특집-『불가사의한 소년』

by 북드라망 2013. 2. 8.

다시 읽어도 새롭고 재미있는 만화들이 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만화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로 유명한 작가 야마시타 카즈미의 작품이다. 읽고 나면 뭔가 마음에 묵직한 것이 남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의 무게가 덜어지기도 하고…여튼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매력덩어리 작품이다. ^^



불가사의한 소년 |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대원씨아이


시공간을 초월한 한 소년이 있다.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하며, 못 하는 언어도 없고… 그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소크라테스 동상을 보고 소크라테스를 직접 만나러 가기도 하고, 그가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찾아간다. 이름이 많아도 너무 많은 이 소년은 '불가사의한 소년'이라고 불린다. 그는 인간에게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마음에 든 사람을 돕기도 하고, 그의 생애를 지켜보기도 한다. 현재 8권까지 출간되었고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각 권마다 마무리가 되기 때문에 다음 편이 궁금해서 몸서리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4권에 등장하는 '베라와 카리바라'편이다. 자유로운 집시족인 롬족이 갑자기 모두 죽임을 당하고, 베라라는 한 소년만 살아남아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지만 몇 년이 지나도 사형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감옥 옆 방에서 소리가 나면서 베라에게 누군가 찾아온다. 예상하시다시피 불가사의한 소년이었다. 그는 베라에게 문자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어 여러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게 하였고, 테이블 매너 등 다양한 것들을 알려준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베라는 이제 더이상 무기력한 상태가 아니었다. 감옥 안에서 공부를 하고, 검술을 연마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사형 결정이 내려지던 날, 사형장에서 문득 롬족만 부를 수 있는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된다. 롬족은 태어날 때부터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롬족의 존재 자체가 베라의 존재 이유였고, 베라 역시 롬족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휘파람 소리를 들은 후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베라에게 강렬한 생의 의지가 발동한다. 살아서 그 롬족의 일원을 찾겠다고 마음먹은 베라는 탈출을 감행하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용병부대로 생활한다.



그의 세력은 왕을 위협할 정도로 대규모화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다. 베라는 어딘가에 있을 다른 롬족을 찾아 그와 함께 롬족을 몰살시킨 루키아의 왕 카리바라에게 복수하는 것이 목표였다. 베라는 루키아의 군대가 쳐들어온 옆 나라 카를르를 지키게 되고, 영웅으로 대접받게 되어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후 20년이 흐르고, 베라는 루키아만 남겨두고 주변 국가를 모두 정리한 상태였다. 힘, 부와 명예, 민심까지 모두 얻은 베라 대왕, 그는 이제 더이상 롬족의 고아 베라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롬족의 고아였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베라는 키리바리가 늙어 죽어버리기 전에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루키아로 진격한다. 치열한 전투 끝에 루키아의 성을 점령하려던 순간, 베라는 오랜동안 듣지 못했던 롬족의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된다. 베라와 함께 남아있는 단 둘의 롬족, 그는 그 휘파람 소리를 찾아 성안으로 들어간다. "너를 부르면서도 왠지 너로부터 도망쳤다 / 도망치면서도 왠지 너를 불러들였다 / 나는 너와 만나게 됐다"는 휘파함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은 장미정원 안, 놀랍게도 그 안에는 나이 든 카리바라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있었다. 카리바라 왕이 바로 롬족이었던 것!


카리바라 왕도 베라처럼 고아였고, 롬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받고 학대받았다고 한다. 카리바라는 "내가 어렸을 때도 역시 롬족은 학대를 받고 있었다.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이 통하지 않는 자에게 공포를 느끼고 공포는 학대를 낳는다. 돈도, 명예도, 토지도 원하지 않는 롬족은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말하며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롬임을 저주하고, 또 롬을 저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롬을 죽일수록 사람과 권력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베라가 어린 시절, 롬족이 모두 죽임을 당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베라는 복수를 위해 칼을 움켜쥐고, 카리바라를 노린다.




'베라와 카리바라'편의 엔딩이 어떻게 끝날지는 밝히진 않겠다. 베라는 끊임없는 복수의 사슬을 끊었을까, 혹은 계속 이어갈까? 책에서 자주 나오는 대사처럼 "인간은 이상한 존재"이기에 늘 이들의 선택은 예측불가능하다. 불가사의한 소년은 베라 옆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다. 또, 불가사의한 소년은 베라의 삶을, 베라를 사랑하고 있었다. 소년이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관찰만 하는 경우도 있고, 직접 개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베라와 카리바라'가 유독 재미있게 느껴졌다. 소년이 되어서 베라를 계속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소년은 어떤 시대에서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신, 천사, 혹은 악마로 불리기도 한다. 이 소년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를 규정짓는 것은 그 시대의 인간들이다. 어쩌면 우리도 한 번쯤 우리 삶에서 불가사의한 소년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뿐.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나오는 대사들이 통찰력있다고 해야할까, 여튼 작가가 상당한 내공을 지닌 것에 틀림없다. 다시 곱씹어보고, 또 다시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불가사의한 소년』, 이번 연휴에 강력 추천한다! ^^






불가사의한 소년

저자
KAZUMI YAMASHITA 지음
출판사
대원씨아이 | 2009-07-07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불가사의한 소년의 모티브를 연구하는 노인 ...
가격비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