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남편이 바람피우는 건 아닐까? 살펴보니

편집자 K의 사랑 체험수기 (아니 아니 그게 아니구요) 마음 체험수기



“너 때문이 아니므니다. 내 마음 때문이므니다”


그와 저는 오랜 연인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점점 함께 고학년(?)이 되어 갔습니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던 어느 날, 아직 사랑은 식지 않았다고 믿고 있던 그 어느 날, 저보다 쫌더 어른이었던 그는 취직이란 것을 하였고, 저는 대학 졸업반이었고, 이내 그냥 놀지만은 않는 졸업생이 되었습니다. 저와 달리 학기 중에는 한 시간짜리 공강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열람실로 직행하였고, 방학 때도 아침 아홉시만 되면 도서관에 들어가 앉아 있었던 그가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취직을 했을 때, 전 진심으로 그의 작은 성취를 기뻐했고 뿌듯해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언제나 제 인생의 교과서 역할을 해주었던 수많은 드라마들이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좀 퇴색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배신의 아이콘이었던 이종원이 출연했던 <젊은이의 양지>와 <청춘의 덫>이나 새삼 채시라의 원숙미(?)를 느낄 수 있었던 <여자 만세>, 오연수를 억척 아줌마로 변신시켰던 <두번째 프로포즈> 등의 드라마들…, 철없던 시절 한결같이 지고지순한 사랑(제가 그랬다는 건 물론 아니옵고…;;)을 했지만 등 따시고 배불러진 남자들이 하나같이 여자에게 등을 돌리는 스토리들이었지요. 비록 간접 경험이기는 하나 경험한 세계에 목숨을 거는 저의 태음인 체질과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에게는 배신남보다 더 괜찮은 남정네가 나타나지만 ‘나에겐 그럴 일이 있을 수 없다’는 저의 냉철한(;;) 현실인식이 하모니를 이루며 저의 마음을 어지럽혔더랬지요.


"당신…부숴 버릴거야!"라는 유명한 대사가 등장했던 그 드라마 <청춘의 덫>!


미… 미친 것 같죠?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와 저 사이에 ‘사지절단론’이 천명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무시무시한 표현인 것을 보니 제 입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하하) 이별을 고하는 자, 사지를 잘라놓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생기지도 않은, 그를 꼬신 요망한 년과 고것에게 넘어가 버린 그와 버려진 저를 가지고 하루에도 열두 편씩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조해 내던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독서인인지라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고, 사지절단론보다 훨씬 수위를 낮추어 간부(姦夫)&간부(姦婦) 광화문 육조거리 조리돌림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결백할 것입니다. 결혼 후에도 두어 달에 한두 번은 연수를 이유로 집을 하루 이틀씩 비우는 일이 다반사이긴 하지만 깔끔한 그는 아직 저에게 한번을 걸리지 않았지요. 여유가 생긴 그는 지난주에는 또 집을 떠나면서(?) “넌 내가 의심스럽지도 않니?” 하며 저의 마음을 휘젓고자 했으나 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원체 강인한 성품(응? 하하;;)이기도 하거니와 2012년 가을 시즌을 함께한 『닥터 K의 마음문제 상담소』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요즘엔 간접광고라면서도 다 대놓고 합디다. 흠흠;;)   
 

제가 그동안 밑도 끝도 없이 저희 집 양반의 정조(?)를 의심해 온 것은, 물론 그 사람 때문입니다. 훤칠하고 다정한 병화(丙火) 남자인 그를 누군들 갖고 싶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내 남자라지만 이건 괜찮아도 너~무 괜찮아(응?) …… 죄송합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뿅! 그에 대한 의심을 키워온 제 마음은 바로 『닥터 K』를 편집했던 제 소견으로 볼 때 태음인의 교심(驕心)에 해당합니다. 태음인인 저는 “처음엔 묵묵히 배려”(70쪽)하지만 “어느 정도 애썼다 싶으면 배려한 만큼 돌려받고 목소리도 크게 내고 싶어”(70쪽) 합니다. 이럴 때 상대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은 교만한 마음이 바로 교심입니다.
 

“탈북자 같았던 너의 몸무게는 날 만나고 쌀 한 가마니가 되었지.” “달거리하듯 널 찾아오던 우울함도 날 만나고 나서는 싹 사라졌지.” “나랑 한번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넌 공부도 하고 취직도 했지.” 그러니까 난 너한테 기득권이 있어. 그러니까 넌 다른 여잘 만나선 안 돼. 그러니까 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못 한다고 하진 않겠지? 어떻게 니가 나한테 그럴 수 있니? 그러기만 해봐라, 사지를 절단 낼껴! 연놈을 잡아다 광화문 육조 거리에서 조리를 돌려 버릴 거야. 부숴 버릴 거야……이게 바로 제 교심이었습니다. 비록 우울증이나 두통, 소화장애 등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미약한(?) 수준이었으나 교심이 분명합니다(아...아니면 이걸 어쩐다;;;). 어쨌든 사건 발생 여부와는 상관없이 교심이 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만신창이.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너’ 때문이 아니라 제 마음 때문에 비록 상상이라 하더라도 온갖 사단이 벌어지는 것이었지요.



책을 보니 그런 게 마음이란 것입디다. 없던 일도 있게 하고, 있던 일도 없게 하는 것 말입니다. 약하게는 “오늘밤 못 자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불안에 떠는 가정주부가 있습니다. 자리엔 눕지도 않고 못 잘까 걱정하며 화장실도 몇 번씩 다녀오고, 침구를 정돈하고, 자기 옷매무새도 몇 번이나 고칩니다. (저 같은 사람이 볼 땐 못 자는 게 아니라 안 자는 겁니다;;;) 못 자면 어쩌나 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못 자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TV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본 뒤 충격으로 공황장애에 빠진 할머니, 죄송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포격사건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포격사건으로 공황 상태에 놓인 할머니는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상태의 할머니를, 할머니 마음이 만들어 놓았던 것이지요(할머니의 비밀 궁금해요? 궁금하면 『닥터 K』 121~125쪽!). 교보문고에 가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를 볼 수가 있는데 이 책을 읽어 보시면 이제 사람을 만드는 것은 ‘마음’이란 걸 알게 되실 것입니다(^^;).
 

한때의 저는 오래된 남친에게 차여 낙동강 오리알+지지리 궁상이 될까 무서워 벌벌 떠는 (마음을 가진) 여자였으나 지금의 저는 설사 남편이 조선 팔도에 작은댁을 하나씩 둔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최대 주주인 저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당찬 (마음을 가진) 여자입니다(ㅋㅋ). 누가 던졌건, 어떻게 던졌건 저에게 날아온 공이라면 제가 쳐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어떤 마음으로 쳐낼 것인가를 ‘닥터 K와 그의 환자들’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본문 인용 한번 하고(그래도 편집잔데;;;) 물러갑니다. 또 뵈어요~!


문제의 원인이 남편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나는 가만있고 남편이나 주변 상황만 달라지면 될 것이라는 관점부터 바꾸어야 한다. 모든 것이 내게 이미 닥친 결과일 뿐이고, 그렇다면 더 이상 남편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 자신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따뜻한 봄날이 계속되면 좋겠지만, 어쨌든 폭풍이 닥친 뒤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왔을까 원망하기보다, 당장 닥친 폭풍에서 벗어날 선택을 찾아야 한다.


─강용혁, 『닥터 K의 마음문제 상담소』, 168~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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