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함곡, 소화에 직통혈자리!

소화의 재발견, 함곡

최정옥(감이당 대중지성)



개불알풀 꽃

한도숙


밥이라고 하는 것
허리 구부러진 우리 아부지, 아부지들
그들의 등골이 녹은 것이다.

밥이라고 하는 것
논두렁이나 땡볕이나 지렁이까지도
그들의 영혼이 응고한 것이다.

그런 밥이라고 하는 것
땀 흘리지 않으면서
그것을 탐하는 것은
밥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중략)

밥이라고 하는 것
창자를 한번 돌고나면
우주의 섭리가 익어
똥이란 것으로 또한 밥이 되는 것이다.

밥이라고 하는 꽃
모든 이들이 숨을 쉴 때
온통 세상이 내안에
함께 피는 것이다.  


하루 걸러 하루씩 비가 내린다. 몸은 늘어지고 마음은 어수선하다. 그런데 참, 날씨답지 않게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입맛도 좋다. 초복을 핑계 삼아 삼계탕에 닭죽까지 마무리를 잘했다. 근데 너무 맛있게 먹은 탓인가? 명치 밑이 아프고, 속이 답답해온다. 에고~ 체한 것 같다. 오늘 혈자리 주제는 소화로 간다. 소화를 공부하며 막힌 내 속부터 뚫어야겠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소화란 말만큼 자주 쓰는 말도 드물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삶에서 중요한 단어란 의미일게다. 消化의 소(消)는 ‘물(氵)이 작은(肖) 크기로 변하여 사라진다, 적어진다’의 의미이다.

ㅡ『한한 대사전』, 민중서림, p.1228

(肖)는 몸을 뜻하는 육(月=肉)과 작을 소(小)로 이루어진 글자로 육이 쇠한다(흩어진다)는 뜻이다.

위의 책, p1836


물이 작게 잘라진다? 물만 먹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일단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식도를타고 위로 내려가면 걸쭉한 액체, 젤 상태가 된다. 이거, 확인 가능하다. 잠시 미안한 말씀, 속이 좋지 않거나, 과도한 음주로 변기와 허그해 본 경험이 있으신 분은 알 것이다. 물이 훨씬 많다. 그 물이 간에서 혈(血)로 저장되고 신(腎)에서 정(精)으로 저장되어 에너지(氣)를 만드는 원료로 쓰이는 거다.


化는 사람(人)이 모양을 바꿔 다른 사람(匕)이 된다는 뜻을 합(合)한 글자로 '되다'‘변하다’는 뜻이다. 한 물질이 전혀 다른 물질로 변이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ㅡ위의 책, p288~289


그러니 소화란, 한 물질이 자신의 정체성을 해체해 완전히 다른 물질이 되어 몸 속으로 침투하고 나오는 과정을 말한다. 족삼리편에도 언급되었지만, 『황제내경』에서는 먹고 흡수되고 오줌과 똥으로 배설하는 전 과정을 소화라 한다.  ‘밥이 창자를 한번 돌아’ 똥이 되어 다시 밥으로 될 수 있는 거름으로 잘게 부서지는 것 그게 ‘우주의 섭리’란 얘기이다. 소장과 대장(창자)을 도는 동안 밥의 기운을 다 빼고 거름으로 내어놓는 살뜰함. 그러나 기운을 덜 빼고 내놓는 것을 손설이라 한다. 손설하면 우리 몸의 사기(邪氣)도 함께 배설되어 ‘우주의 섭리’를 흐리게 된다. 소는 풀을 먹은 후 끊임없이 되새김질을 한다. 소의 위가 네 개라고 하니 부지런히 네 개의 위를 돌아가며 소화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풀만 먹고도 그 큰 몸을 토실토실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씹어서 부수는 힘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충분히 씹어 다른 물질로 변이시키기를 거부하지 않는 몸. 그래서 농사를 지을 때 소똥은 바로 거름으로 내도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우주적 순환과정에 충실한 행위이다. 소똥은 구수(?)하고 (맡아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시라, 사실이다) 소는 평소, 성격이 유순하다. 반면 장이 짧아 먹은 것을 충분한 소화과정 없이 바로 배출하는 닭의 똥은, 냄새도 코를 찌르지만 2년 이상 부숙 과정을 거쳐야 거름이 될 수 있다. 양기 넘치는 닭은 (날짐승은 화에 배속되고 양기가 강하다) 새벽을 깨우는 기염도 있지만 성격 까칠하다. 닭부리에 한번 쪼여보시라. 통증 며칠 간다. 사람도 잘 먹고 소화 잘 시키는 사람이 살집도 좋고 때깔(?)도 곱다. 성격 당연 좋다. 위의 기능이 좋아야 한다는 얘기다.


ㅡ잭슨 폴록, 'No 8'.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지만 우리는 삼시세끼 먹으면서 자연의 '변이'에 동참하고 있다.

 
소화를 담당하는 위는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장부이다. 위는 낯선 물질을 받아들여(胃主納) 내 몸에 맞게 변화시켜 아래로 내려 보내(胃主降) 배설하도록 하는 궂은일을 한다. 이것은 비단 먹을 것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감정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위가 다른 맛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다른 사람을 사귀는 과정에도 동일하게 작용되는 것. 타인을 만나 사귐에 인색하지 않고, 다른 감정흐름, 성격의 그 다름도 잘 버무려 반죽할 수 있는 힘이 위에서 나온다는 것일 테다. 우리는 매일 낯선 것과 마주한다. 매일 다른 음식, 요즘처럼 변덕스런 날씨, 새로운 사람, 나 아닌 외부와 소통하는 힘이 부족 할수록 소화능력이 떨어진다.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대인 관계에 변죽이 좋은 사람을 보면 “비위가 좋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닐까?


이것은 자신의 감정을 소화하는 능력에도 관계한다. 걱정과 잡념이 많을 때 소화가 안되는경험 있을 것이다. 해소 못한 감정의 찌꺼기를 내보내야 하는데 위의 통강(通降) 기능이 안되니 감정의 잉여가 남아 위에 뭉쳐 있는 소화를 방해하는 것이다.


소화를 사전에서 찾다 보면 배운 지식이나 기술 따위를 충분히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듦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도 되어 있다. 새로운 지식 낯선 사고를 자의식 없이 버무리는 과정도 소화란 말씀이다.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익힐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소화가 아니다. 나의 지식과 사고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거 이건 폭력에 가깝다. 앎과 앎이 교차할 때 새로운 창조가 일어난다. 허겁지겁 먹기만 하는 지식, 저장하고 내놓지 못하는 지식, 나의 앎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무례, 소화 안 된 지식의 모양새이다. 소의 되새김질처럼 미력한 풀을 먹고도 잘게 씹고 부수어 자신을 토실토실 살찌우는 정성으로 앎을 분해하고 선별하고 버리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리라.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통하면 병이 없다는데 이쯤에서 막힘을 뚫어내는 혈자리를 찾아보자. 


심하게 낙천적인 재규어 씨는 아주 비위가 튼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 몸의 뚫어뻥


먹은 것도 감정도 잘 배설하는 힘, 이것을 보해 줄 수 있는 것이 우리 몸에 있으니 그것이 함곡(陷谷)이다. 함곡은 족양명 위경 수혈(兪穴)이다. 양명의 기운과 위의 기운, 수혈의 기운을 가진 자리이다. 오행 중 , , 의 성질을 지닌 혈자리다. 이런 표현이 이제 좀 익숙해지셨는가? 그래도 아직은 낯설다고요? 위의 기능이 낯선 것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니 이번에 더 친하게 뭉쳐보시길. 족양명위경은 우리 몸에서 가장 긴 경맥이다. 코 옆에서 시작하여 입가를 지나 아래턱으로 내려와 젖꼭지를 지나고 넓적다리 앞을 지나 둘째 발가락에 이른다. 지맥 중 하나는 턱 아래에서 갈라져 나와 귀 앞을 지나 머리카락이 난 부위에 이른다. 결국 발끝에서 시작해 머리에까지 이르는 긴 경맥인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설명한 위의 통강하는 기능을 잘 보여주는 길이다. 즉, 위경은 몸 앞쪽을 쭉 뚫어주는 기능을 가진 것이다. 그럼 함곡을 살펴보자. 


족양명위경의 함곡혈.

함곡은 발등에 있는 혈자리다. 발을 들어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거려본다. 둘째 발가락과 세째 발가락으로 연결되는 뼈가 보인다. (어익후, 안보인다고요? 위 기능이 좋으신 모양입니다.) 그 뼈가 발가락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는 지점이 바로 함곡의 자리이다. 陷은阝(언덕)과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떨어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臽(함정함)으로 이루어져 높은 곳으로부터 떨어진다는 뜻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을 또한 陷이라고 한다. 谷은 골짜기, 산 사이에 물이 흐르는 길을 이른다. 이름만으로는 왠지 함정에라도 빠질 듯 깊은 자리이다. 경기(經氣)가 높은 곳에서부터 둘째, 셋째 척지(跖趾) 관절의 함정과도 같고 계곡과도 같은 곳을 향해 가므로 함곡(陷谷)의 위치를 나타내는 합당한 이름이다. 『내경(內經)』에서는 혈자리에 谷자가 들어가면 “살의 큰 만남이 谷이다.” 라고 했다. 또한 『금침매화시초(金鍼梅花詩鈔)』함곡조(陷谷條)에서 “땅이 오목한 곳이 물을 수용할 수 있듯이 수종(水腫)은 함곡(陷谷)으로 하여금 수용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물과 관련된, 물을 다스릴 수 있는 자리라는 의미이다.

위경은 오행으로 보면 의 자리, 땅을 의미한다. 는 조화를 이루는 힘이고 키워내는 힘이고 저장하는 기운이다. 땅에 씨앗을 심으면 땅은 저장된 양분으로 씨앗을 싹틔우고 비육시켜 열매로 전화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 음식이 똥이되 듯. 땅은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고 저장하였다가 다른 모양을 만들어 내어 놓는다. 그런데 받아들이기만 하고 내어놓지 않으면 그것은 바로 담(淡)이 된다. 먹은 음식이 내놓지 못해 체하듯 말이다. 체기도 결국 위담(胃淡)이다. 위장에 탈이 있으면 흉골 위가 아프고 편두통이 있고 입 주변에 여드름 같은 것이 있고심하면 토사 곽란이 일어난다. 이럴 때 위경의에 기운을 가진 함곡혈이 필요하다. 의 가장 큰 기능은 소설(消泄)기능이다. 즉 흩어주는 기능이라는 말이다. 감정이 뭉친 것도, 위에 음식이 뭉친 것도 함곡을 눌러 풀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함곡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지 싶다. 중초, 위가 막혀 위아래로 소통이 안될 때, 목이 위장의 담을 흩어주는(목극토) 역할을 하여 상하의 통로를 열어주는 일. 상하의 소통기능, 먹고, 소화시키고, 싸고 버리는 과정을 막힘없이 해낼 수 있도록 뚫어주는 기능을 목의 기운으로 해내는 것이다.

붓거나 화내거나


함곡혈은 오행중 , , 를 가진 혈자리라 하였다. , 의 기운이 우리 몸에 지나치게 많은 경우 상체는 덥고 하체는 냉한 상태가 된다. 한의학 용어로 수승화강이 안되는 상태가 된다. 로 물을 데워 온몸으로 순환시켜야 하는데 위아래가 따로 논다는 말이다. 해서 상체는 열이 몰려 두통이나 얼굴에 열이 오르고, 감정이 오르기(화병)도 한다. 반면 하체는 냉하기 때문에 가 운동성을 잃고 물이 고여 수종(水腫)이 생기고 다리와 발이 붓는다. 기혈 순환 음양교류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몸으로 말하자면 육부의 기는 중앙의 胃土에서 생기고 나오고 자라고 흩어진다. … 만약 天의 火가 상부에 있고 地의 水가 하부에 있으면 천지가 교통하지 못하고 陰陽이 돕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만물의 도가 끊어지고 大易의 이치가 소멸 된다. 

ㅡ『의학의 원류를 찾다』중 이동원의 「내외상변혹론」 재인용, p426


위 글은 음양교류에 토가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함을 시사한다. 오행의 관계에서 보면 의 도움으로(화생토) 땅을 따뜻하게 데워 물이 순환하도록 치는(토극수) 매개의 기능을 한다. 양기(열)가 있어야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곡혈을 보해주면 , , 의 기운을 더해주게 되어 한열(음양)의 발란스를 맞추게 되어 오행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보할 땐 발가락쪽으로 세게 지압하면 된다. 또 한열이 불규칙하게 교차하는 질병에도 효능이 있다. 학질(말라리아)에 오한과 발열이 불규칙한 상태일 때 함곡으로 다스려준다.
 
일상에서는 이 운동성을 음양탕(陰陽湯)으로 구할 수 있다. 팔팔 끓인 물 반 컵(陽)에 차가운 물을(陰) 조금 부어서 물이 상하운동을 할 때 바로 마시는 거다. 상하기운이 원활하게 소통되는 수승화강(水昇火降) 상태가 되어 水氣는 상승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火氣는 하강하여 아랫배는 따듯해 질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생숙탕(生熟湯)이라고도 하며 토사곽란 위장병을 다스리는 명약이라 소개한다. 


무슨 소린지, 앎의 체기가 남아 있으신가? 음양탕 한 잔과 함곡혈을 지압하자. 그래야 창자를 잘 돌아 나도 살찌우고 자연도 생장시킬 힘이 될 테니.  


ㅡ<니모를 찾아서> 중에서. 아침마다 퉁퉁 부어 물고기가 되는 전국의 붕어족들, 늘 소화불량을 달고 사는 사람들, 모두 함께 함곡혈을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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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뚫어뻥 2012.07.20 12:54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정옥아, 티(?)난다. 소화 안된 거^^
    퍼뜩 함곡 찔러라!
    토사곽란은 피해야 안되것나.ㅋㅋ(그래도 애 묵었다. 지지배배^^)

    • 북드라망 2012.07.20 17:35 신고 수정/삭제

      붕어족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저도 좀 꾹꾹 눌러봐야겠네요. ㅎ_ㅎ